소수의 행복 박탈하는 결과

낳은 스웨덴의 국민 휴가제

 

 

 

한 여름의 열기가 지속되고 있는 스웨덴 전역에는 요트를 즐기는 휴가객이 해안선을 하얗게 수놓고 수영장마다 어린아이들의 물놀이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올해는 국내가 이상기온으로 더위가 지속되면서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관광객이 줄어 여행업계는 울상이다.

 

이렇게 7월 한 달 동안 스웨덴 국민은 휴가를 즐긴다.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은 25일의 법정휴일이 주어지기 때문에 주말까지 포함하면 5주의 휴가를 즐길 수 있다. 겨울 스포츠를 즐기기 위해 1주일을 남겨 놓는 것이 통례이기 때문에 7월 4주간은 국민의 70~80%가 휴가를 즐기는 셈이다.

스웨덴에서는 7월에 꼭 알아야 할 상식이 있다. 아프면 안 되고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일이 없도록 주의해야 한다는 점이다. 병원 간호사와 의사, 그리고 경찰관도 30% 이상이 휴가를 7월에 사용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응급환자를 우선 돌보기 때문에 병원에는 감기 정도는 아무리 심해도 가정에서 치료하라고 아예 권고하는가 하면 응급환자들도 생명에 위급한 순서로 치료해 주기 때문에 몇 시간을 통증을 참아가며 기다리는 것은 보통이다.

경찰도 마찬가지다. 7월 한 달 동안은 집에 도둑이라도 들면 도난신고는 전화응답기나 인터넷으로 대신해야 하고 절도 등을 당해도 경찰서에서 신고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작은 파출소는 7월동안 문을 닫아 큰 경찰서를 찾아야 하기 때문에 피해자들이 몰려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지기 일쑤다. 관광객들도 도난이나 절도 피해를 받게 되면 신고를 위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25일 법정 유급휴가제가 도입된 1978년 이후 1980년대와 1990년대까지는 보건 및 의료인력 수급이 원활해 7월 한 달 동안 대체인력으로 문제를 해결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바뀌어 고급인력이 지속적으로 스웨덴보다 연봉이 25%나 높은 노르웨이로 이직하는 경우가 많아 7월 휴가기간 동안 직원 구하기가 하늘을 별따기가 된지 오래다. 문제가 가장 심각한 인구가 적은 지방의 경우 가을로 7월 4주간의 휴가를 옮기는 간호사에게는 특별상여금 6만6000 크로나 (한화 800만원 가량)을 지급한다는 병원도 생겨나고 있지만 모든 가족이 7월에 계획을 잡아 놓고 있기 때문에 이것도 쉽지 않다.

문제는 지병이 있거나 해산을 해야 하는 산모 등 꼭 필요한 병원서비스를 받아야 할 환자들이다. 급한 수술이 필요한 환자의 경우에는 미리 가을에 수술을 잡아 놓기 때문에 그 동안 병이 악화되는 질병의 경우 치명적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조산이나 난산이 찾아오는 산모의 경우 담당 간호사가 없어 거리가 한참 떨어진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해산하거나 사망하는 경우도 생겨 매우 심각한 국민안전문제로 부각되고 있을 정도다.

일하는 사람들에게 2주 유급휴가제를 법으로 만든 1938년은 스웨덴의 중요한 분기점이었다. 정치인들은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여름휴가를 제공해 줌으로써 국민행복을 높이겠다는 의도였다고 한다. 자녀들의 방학기간 중 부모와 함께 가족 전체가 동시에 4주 휴가를 즐기는 것이 1980년대 이후 정착됐지만, 여름에는 아프면 안 되고 도난당해도 안 되는 기형적 현상이 생겨나게 된 원인이 된 셈이다. 최근 가장 핫한 이슈 중 하나가 의료 및 보건 종사자들의 7월 특별상여제와 4주 연속휴가 금지에 대한 정치적 논쟁이다. 경찰들도 7월 상여금을 달라고 요구할 기세다. 그래도 해결될 수 있을 지가 의문이다.

스웨덴에서 벌어지고 있는 의료보건 및 경찰의 7월 대란은 결국 국민행복권을 실현하기 위해 국민휴가제를 만든 정책실패 사례를 보여준다. 정치는 헌법에 보장된 국민행복을 최우선으로 두고 통치하는 행위다. 하지만 동시에 함께 즐기는 국민휴가제는 결국 일부에게 피해를 극대화시킨다는 점에서 소수의 행복을 박탈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다수와 소수의 행복추구권을 어떻게 균형적으로 만족시킬 수 있는지를 찾아가는 지혜가 필요한 듯하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