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원희룡 제주도지사

“민선 7기는 ‘양성평등한

여성친화도시 제주’의 완성”

행정부지사 직속

성평등담당관 신설

“변화의 주도권, 도민이 갖게 돼”

‘청정’과 ‘공존’. 지속가능한 제주를 위해 도민이 함께 만든 미래비전 가치다. 제주특별자치도는 침체된 대한민국에서 하루가 다르게 바뀌고 있는 대표적인 지역이다. 지난 4년간 대한민국에서 가장 빠른 성장세를 보였다. 2016년에는 7%나 성장했다. 관내 인구도 최근 1년 남짓한 기간에 3%가 증가했다. 그렇다보니 난개발, 환경파괴, 교통난 등 총체적인 부작용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인간과 생태의 공존, 나아가 다양한 사람들의 공존은 결코 미룰 수 없게 됐다.

원희룡 제주도지사는 제주도만이 아니라 시대적 화두가 된 난제의 해결사가 될 수 있을까. 지방선거에서 여당의 압승 속에서 무소속으로 재선에 성공해 곧바로 민선7기에 돌입한 지사는 실행방안을 발빠르게 구체화해 나가고 있다. 지난 6일 원 지사를 만나기 위해 찾아간 제주도청에는 반가운 소식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행정부지사 직속으로 성평등담당관을 신설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민선7기 첫 조직개편안이 입법예고됐다. 성평등 도시, 공존 도시로의 첫 이행 방안인 셈이다.

원 지사는 “민선 7기 정책방향은 ‘양성평등한 여성친화도시 제주’의 완성”이라고 천명했다. 여성 서귀포시장을 임명하고, 여성 사무관 승진을 노력해온 민선6기의 성평등 기조를 이어나가겠다는 다짐이다. 특히 성평등담당관은 기존 양성평등담당이 맡으면서 부서별 칸막이에 막혀 제대로 실행되지 못했던 성평등 업무를 제주도정 전반에 걸쳐 실현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도지사로 두 번째 임기에 돌입했다. 각오는?

어떠한 권력과 이념도, 정치적인 목적이나 이해관계도 도민 위에 있지 않다. 도민 모두의 공통적 가치와 요구를 최우선으로 섬기는 것이 도지사의 본분이다. 공무원의 편의를 앞세우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정책이나 사업을 추진할 때도 소통 과정을 충분히 거치도록 하겠다. 무엇보다 실천이 중요하다. 저는 도민을 위한 좋은 밥상을 차리겠다고 약속했다. 도민의 믿음에 보답하겠다. 소속정당도 손잡은 정치세력도 없지만 오직 제주도민을 바라보고 담대한 걸음을 하겠다.

지난 4년과 앞으로의 4년 도정에서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이고 지속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의 주도권을 도민이 갖게 된 것이라고 본다. 과거에는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과정이 사실상 관 주도였다. 그러다보니 정책에 대한 도민공감대가 부족하고, 어느 순간이 지나면 동력이 약해지기 일쑤였다. 저는 도지사의 권한을 도민과 나누기 위해 ‘민관 협력 정치’라는 새로운 정책결정방식을 도입했다. 문화·관광·농업·도시재생 등 민간의 아이디어와 경험을 극대화할 수 있는 분야부터 협치 수준을 높여가는 과정이다. 특히, 도민과 함께 만든 제주미래비전의 핵심가치가 ‘청정’과 ‘공존’이다. 이를 실천하기 위해 지난 4년은 우리 아이들에게 물려줄 소중한 청정 제주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어느 정도의 회복력을 갖춘 시간이다.

난개발 해소는 제주도가 풀지 못한 중대한 과제 아닌가.

난개발은 도민의 삶과 제주의 환경을 파괴하는 일이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강력한 환경보호정책과 기준을 마련하여 환경독점과 훼손을 통해 이익을 얻으려는 개발방식을 차단하고, 제주의 가치와 경쟁력을 키워나가는 데 모든 힘을 쏟았다. 수십 년 동안 제대로 손을 못 대고 있었던 대중교통 체계, 쓰레기, 주거 불안, 상하수도 등 4대 민생불편 문제도 수술대에 올려서 혁신적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앞으로 4년도 청정과 공존으로 제주다움을 지키고 가꾸는 데 전념하겠다. 자가용 없이도 빠르고 편리한 대중교통, 쓰레기가 에너지로 되돌아오는 100% 자원순환사회를 만들어 보답하겠다. 제주자연에 대한 국민적 로망도 잘 알고 있다. 지난 4년 그랬듯이 난개발은 어떠한 경우에도 막아내겠다.

 

제주도는 여성의 사회 참여가 저조한 편이다. 여성은 마을 제사에 참여할 수 없다. 지역구에서 여성 광역의원이 2014년 지방선거에서 처음 당선됐다.

더욱 분발해야 한다. 작년 말 여성가족부 발표를 보면 제주의 성평등지수가 77.45점이다. 전국평균보다 조금 높게 나왔다. 경제활동과 복지는 전국에서 가장 앞서 있고, 의사결정 부분도 높은 편이다. 나름 발전하고 있지만 고칠 게 더 많다. 여성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반영해야 한다.

양성평등위원회도 역할을 하고 있는데, 양성평등 정책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연결되어 있는 사람들이 행정내부로 더 많이 들어와 도지사의 권한도 위임받고 양성평등 정책들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양성평등을 포함해서 여성전체의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해 새로운 ‘여성 거버넌스’ 협력체계를 갖추기 위한 개편작업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존엄함을 잃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보장되어야 한다. 차별금지와 평등 보장 등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

지난 선거에서 여성·청년·신인인 고은영 녹색당 후보가 선전했다. 후배 정치인에게 한마디 한다면.

제주에서 여성이 정치리더가 되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그러나 고은영 후보에게서 큰 희망을 봤다. 참신하고 열정과 비전도 높이 살만 했다. 특히 차별금지조례 제정, 인권교육 강화, 성평등 도정 운영 공약에 대해서도 도지사로서 검토할 과제들이 많다. 고은영 후보의 꿈이 이루어지길 응원하겠다.

성평등한 도정을 위해 어떤 정책을 계획하고 있나.

민선 7기 정책방향은 ‘양성평등한 여성친화도시 제주’의 완성이다. 곳곳에 ‘유리천장’도 있지만, 제주여성들의 사회참여는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정책참여를 통한 의사결정 분야도 전국에서 네 번째 수준이다. 최근 지방선거에서 선출된 43명의 도의원 가운데 여성의원이 8명이다. 비례대표 뿐 아니라 지역구에서도 여성의원들이 연이어 당선되고 있다. 행정조직도 바뀌고 있다. 자극을 불어넣기 위해 서귀포시장에 최초로 여성시장을 임명했었고, 여성사무관 승진율이 역대 최고로 가고 있다. 인사, 예산, 총무 분야에도 여성들을 적극 배치되도록 했다. 7기에서는 △여성이 안심하고 살아 갈 수 있는 여성안심도시 △여성이 평등하게 일하고 기회를 보장받는 여성경제도시 △여성이 차별받지 않고 함께 누리는 여성복지도시를 만드는 데 힘을 쏟겠다.

성평등 정책은 제주도정에 어떤 의미를 갖나.

지난 도정에 뿌리내린 양성평등정책 ‘제주처럼’은 ‘더(More) 제주처럼’ 프로젝트로 정책의 강도와 효과를 강화해 나아갈 것이다. 양성평등은 남녀가 모두 함께 행복한 것이다. 여성의 문제는 곧 남성의 문제, 가족의 문제, 사회의 문제다. 제주도 전체가 양성평등에 대한 인식과 참여를 공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여성신문 독자 여러분도 제주를 더 관심 있게 지켜보고, 응원해주길 바란다. 여성도 제주도정의 우선순위이자 중요한 제주의 가치 척도다. ‘육아독박’ 등 여성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저출산, 고령화, 고용절벽, 4차산업 혁명 도래 등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해 여성의 보다 적극적인 사회참여와 자존감을 높이고, 예산이든 제도든 최대한 여성을 위한 ‘도우미’가 되겠다. 여성이 행복해야 제주가 행복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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