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분노는 타는 목마름으로

성평등 사회는 염원하는 것이다

 

 

 

최근 성평등한 민주 사회를 위협하는 충격적이며 위험한 일들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1.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3일 국무회의 때 ‘불법촬영 범죄’ 관련 “편파수사라는 말은 맞지 않다”며 “일반적인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의 경우에 더 구속되고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높았다. 여성 가해자의 경우는 일반적으로 가볍게 처리됐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이런 발언에 여성계는 분노했다.

 

지난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부근에서 진행된 ‘제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문재인 대통령은 여성의 분노를 혐오로 왜곡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심지어 시위 참가 여성들은 ‘문재인 재기해’를 외쳤다. “재기해”라는 말은 지난 2013년 고 성재기 남성연대 대표가 한강에서 투신한 것을 빗댄 말로 대통령 보러 ‘자살하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지예 전 녹색당 서울시장 후보는 이런 구호에 대해 “여성들이 당해온 거에 비해 그렇게 큰일은 아니다”고 밝혔지만 대통령을 향한 이런 구호는 분명 극단적이고 도를 넘는 것이다.

#2.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성평등 문제를 여성가족부의 의무로 여기지 말고 각 부처의 행정영역에서 일어나는 문제에 대해서는 각 부처가 책임져야 하는, 고유의 업무로 인식해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 나아가 “광화문 광장의 수많은 촛불에서부터 최근 미투 운동의 외침까지 국민들께서는 나라다운 나라, 공정한 나라, 차별 없는 나라를 만들라는 요구를 계속하고 있다. 우리 사회 전반에 깊숙히 자리잡은 성차별과 성폭력을 근절하고 성평등한 민주사회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우리는 그러한 국민의 기본적인 요구에 답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대통령의 지시에도 불구하고 송영무 국방장관의 ‘삐뚤어진 여성관’이 또 구설수에 올랐다. 그는 성고충전문상담관 간담회 때 “여성들이 행동거지라든가 말하는 것을 조심해야 한다”고 발언했다. 송 장관의 이런 왜곡된 성 인식 발언은 최근 군 내에서 잇따르고 있는 성폭력 피해를 입은 여성들에게 책임을 전가한 것으로 참으로 분노할 만한 일이다.

#3. 법원은 지난 10일 ‘여성 비하 표현 논란’을 소재로 다룬 보도로 피해를 봤다며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이 지난해 여성신문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에서 “1천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는 지난해 7월 여성신문이 보도한 ‘제가 바로 탁현민의 그 ‘여중생’입니다’라는 제목의 기사 때문에 피해를 봤다면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탁 행정관은 과거 자신의 저서 『말할수록 자유로워지다』에서 “고등학교 1학년 때 여중생과 첫 성관계를 가졌다. 좋아하는 애 아니라서 어떤 짓을 해도 상관없었다. 얼굴이 좀 아니어도 신경 안 썼다. 단지 섹스의 대상이었으니까” “경험이 많은 애였고 내가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기 때문에 부담이 전혀 없었다” 등의 내용을 담았다.

자신의 글이 ‘여성 비하’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탁 행정관은 “상처를 받으신 모든 분들께 죄송한 마음을 표한다”며 “현재 저의 가치관은 달라졌지만 당시의 그릇된 사고와 언행에 대해 깊이 반성하며 사과드린다”고 입장을 밝혔다. 여성신문도 ‘기고자가 전하고자 하는 의미가 제목으로 인해 잘못 읽힐 수 있다는 지적에 따라 제목과 내용 일부를 수정했다’. 그런데도 탁 행정관이 말로는 사과하고 실제로는 허위보도를 주장하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공직자의 기본을 망각한 것이다. 국민은 이런 후안무치(厚顔無恥)한 행태에 분노하고 응징할 권리가 있다.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고 있는 문 대통령이 이런 반여성적, 반언론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행정관을 곁에 두고 있다는 것은 참으로 잘못된 것이다. 탁 행정관은 자신의 말처럼 맞지도 않는 옷을 너무 오래 입었다. 인도와 싱가포르를 국빈 방문하고 있는 문 대통령은 귀국 즉시 송영무 장관, 탁현민 행정관을 경질해야 한다. 그래야만 성평등 문제만큼은 이 정부에서 확실히 달라졌다는 것을 국민들은 체감할 수 있을 것이다. 분명, 여성의 분노는 타는 목마름으로 성평등 사회를 염원하는 것이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