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렸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3차 시위

주최측 추산 6만여명 모여

“‘페미니스트’ 문 대통령, 더는 실망시키지 말라”

“여자는 포토라인 남자는 집행유예” 구호도

‘탈코르셋’ 삭발 퍼포먼스도 진행

“나의 일상은 너의 포르노가 아니다” “딸감 아닙니다 사람입니다 유방 아닙니다 인간입니다 꽃 아닙니다 불꽃입니다” “불꽃 같은 우리는 법을 바꾸고 촬영하는 범죄자는 영원히 지옥으로”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지 않는다”....

가지각색의 손팻말을 든 여성들이 7일 서울 종로구 혜화역 일대에 모였다. 온라인 커뮤니티 ‘불편한 용기’가 주최한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3차 집회다. 주최 측 추산 6만명(경찰 추산 1만8000명)이 참석했다.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지고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 수사·처벌 강화 등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가자들은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이 책임지고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 수사·처벌 강화 등 실질적 대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가자들은 여성이 피해자인 불법촬영 범죄 수사·처벌이 미흡하다고 소리 높여 규탄했다. 남편에게 40여 년간 폭력을 당한 여성이 또다시 자신을 폭행하는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징역 15년형을 선고받고, 지적장애 중학생을 성폭행한 남성은 무죄 판결을 받은 사례 등을 들며 부당하다고 외쳤다.

동요 ‘나비야’의 가사를 경찰, 검찰, 사법부를 비판하는 내용으로 바꿔 부르기도 했다. “검경찰 몰카범 얼른잡아 오너라/편파수사 역차별 지겹지도 않느냐/홍대몰카 여자는 포토라인 서는데/남자란 이유로 집행유예 봐주네/소라넷 텀블러 여자몰카 넘치네/증거혐의 불충분 수사안해 못잡아/홍대몰카 여자는 압수수색 하더니/남자란 이유로 구속영장 기각해”

또 “여성 경찰 9대1로 만들어라” “새 경찰청장 또 남자냐” “여성 판사 임명하라” 등 구호를 외치며 검·경찰과 사법부의 낮은 여성 비율을 개선하라고 요구했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비판도 쏟아졌다. 참가자들은 “페미공약 걸어놓고 당선되니 잊은거냐!”라는 구호를 외쳤다. 진행자들은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자처하며 우리 표를 가져간 대통령은 우리를 더 이상 실망시키지 말라”고 말했다.

이는 지난 3일 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한 발언에 대한 비판이었다. 문 대통령은 ‘성차별적 편파수사’ 비판 여론에 대해 “일반적인 처리를 보면 남성 가해자는 구속돼 엄벌이 가해지는 비율이 더 높았다. 여성 가해자는 일반적으로 가볍게 처리됐다. 그게 상식이다. 그렇게 비교해 보면 편파수사라는 말이 맞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여성들의 성과 관련된 수치심, 명예심에 대해서 특별히 존중한다는 것을 여성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여성들의 원한 같은 것이 풀린다. 이대로 가다가는 정말 큰일 날 것 같다. 문제 해결은 안 되면서 오히려 성별 간에 서로 갈등이나 혐오감만 더 커져 나가는 상황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여성들은 “우리는 ‘원한을 풀어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라 남성 중심적 사회 구조를 바꾸자고 외치고 있다”라며 반박했다. 시위 주최 측은 성명을 통해 “문 대통령은 자신이 페미니스트라던 본인의 말을 책임져야 한다 (...) 정부는 구체적인 해결방안을 내놓고 즉각적으로 실행하라”고 촉구했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탈코르셋’ 삭발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한 여성은 8년간 허리까지 기른 머리를 자르며 “예쁘면 사람 취급받을 줄 알았다. 나는 공주님이 아니다. 머리가 길지 않고 못생겨도 뚱뚱해도 괜찮다”며 “이제 우리는 울어도 혼자 울지 말고 아파도 혼자 아프지 말자. 그리고 절대 죽지 말자”고 말했다. 무대에서 머리를 자르던 여성 미용사는 “삭발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세상에 외치는 멋지고 똑똑한 여성들을 보니 든든하다. 오늘 딸과 함께 왔다. 젊은 여성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하겠다. 우리 딸들 파이팅”이라고 말해 박수를 받았다.

이날 시위대는 수도권뿐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모여들었다. 참가자 대부분은 붉은 옷에 마스크를 착용했다. 주최측이 미리 공지한 드레스 코드가 ‘빨강’이었다. 낮 최고기온이 30도를 기록했지만 한 시간 만에 주최측 추산 2만여 명이 결집했다. 혜화역 인근 도로 4차선에 모여 앉은 여성들은 준비해 온 과자, 부채, 물티슈 등을 서로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시위를 벌였다.

앞서 5월 19일 첫 시위 때는 1만 2000여 명이, 지난달 9일 2차 시위에는 2만2000명이 모였다. 주최측은 “어마어마한 인원이 모여 (불법촬영을) 규탄했음에도 실질적인 제도 개선이 이뤄지지 않았다. 우리의 목소리가 청와대에 들릴 때까지 외칩시다”라고 말했다.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7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에서 3차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시위 ‘불편한 용기’가 열려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피해자의 성별에 따른 차별 없는 동등한 수사와 처벌을 촉구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시위 장소를 찾아온 한 남성 유튜버가 카메라를 들고 시위대 쪽으로 접근했으나, 경찰에 제지당했다. 몇몇 남성들이 스마트폰 등으로 집회 현장을 촬영하려 시도하다가 경찰과 시위대에 발각돼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한 남성이 기름통을 들고 왔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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