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나드 압데라힘 튀니스 시장 ⓒWikimedia Commons
수나드 압데라힘 튀니스 시장 ⓒWikimedia Commons

이슬람주의 정당 소속 수나드 압데라힘 당선

아랍권 국가 중 수도 수장 오른 첫 여성

튀니지 사상 최초로 여성이 수도 튀니스 시장으로 선출됐다. 아랍권 국가 중 여성이 수도를 이끄는 수장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미들이스트아이, AFP 등 현지 보도에 따르면 수나드 압데라힘(53) 신임 시장은 3일(현지 시각) 시의회 투표 결과 60명 중 26명의 표를 얻어 당선됐다. 그는 온건 이슬람주의 정당 엔나흐다 소속이다. 모하메드 엔나쐐 튀니지 의회 명예 회장이 이끄는 니다 톤스 당의 후보 카멜 이디르를 4표 차이로 꺾었다. 

제약회사 관리자이자 여성운동가인 압데라힘은 2011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고 엔나흐다의 정책 입안 위원회 등을 거쳤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이슬람주의 정당 소속임에도 베일을 쓰지 않고, 바지 정장과 잘 손질한 머리 모양 등으로 소속 당의 이미지 ‘현대화’에 일조하고 있다.  

압데라힘 시장은 “승리의 영광을 모든 튀니지 여성들에게 바친다”며 엔나흐다 당이 여성인권 신장을 위해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첫 시정 과제로 튀니스의 환경 미화를 들었다. 튀니스는 2011년 민주화 혁명 이후로 쓰레기 처리 작업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 

튀니지는 2011년 ‘아랍의 봄’, 중동과 북아프리카를 휩쓴 민주화 혁명이 시작된 곳이다. 반세기 전부터 여성 인권 신장에 힘써온 나라이기도 하다. 튀니지 여성은 1956년 법적으로 이혼할 권리를, 1959년 투표권을, 1973년 임신중절할 권리를 얻었다. 2011년 시민혁명으로 벤 알리 대통령의 독재정권이 몰락하면서 성평등 법제도 개혁 속도도 빨라졌다. 지난 5월 시민혁명 이후 첫 지방선거가 열렸는데, 출마자 절반이 여성이었다. 튀니지 헌법은 총선에서 남녀동수 입후보 제도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이슬람 정당인 엔나흐다 당도 이러한 튀니지 사회 변화에 발맞추고 있다. 2016년부터 정교분리를 기치로 내걸었고 이번 선거에서 각 지역구에 여성 후보를 내보냈다. 이 중 압데라힘만이 당선됐다. 

그러나 아직도 여성의 정치 참여에 부정적인 이들도 있다. 이번 지방선거 기간 니다톤스 당의 언론 담당자인 푸에드 보우슬라마는 압데라힘을 두고 “튀니지는 무슬림 국가고, 여성은 라마단의 27번째 밤 ‘라일라 알카르드’를 맞아 모스크에서 진행되는 이맘(이슬람 성직자) 역할을 할 수 없다. 그러므로 (여성 튀니스 시장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 ‘현대화’를 기치로 내걸어온 니다톤스 당은 즉각 보도자료를 내어 “당의 공식 입장이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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