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평등’ 중요성 인식하면서도

성차별 해소 위한 대책 안보여

노동환경·가족변화 뒷받침돼야

 

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여성들이 일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관련한 대책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5일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대책에는 여성들이 일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관련한 대책이 제대로 담기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위원장 김상희)는 5일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정부에서 경제적 지원만 하면 아이를 낳을 것이라는 인식에서 탈피해 성평등한 관점에서 저출산 대책을 재구조화해야 된다”면서 “가정에서의 독박육아뿐 아니라 직장에서 성평등한 문화를 확산해야 여성들이 일을 하면서 아이를 낳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양한 과제가 쏟아졌지만 정 장관의 말처럼 정작 여성들이 일을 유지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과 관련한 대책은 잘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 키우기 좋은’ 환경은 여성들이 더는 임신과 출산을 이유로 직장을 그만두거나 불이익을 당하는 일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

 

정부가 2일 발표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정책 변화 방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정부가 2일 발표한 ‘일하며 아이키우기 행복한 나라를 위한 핵심과제’ 정책 변화 방향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실제로 홍승아 한국여성정책연구원 가족·평등사회연구실장은 ‘저출산 정책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OECD 20개국 출산율 결정 요인에 대한 자료를 제시하며 성별 임금격차가 클수록, 장시간 근로 남성 비율이 높을수록 출산율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반면 여성경제활동참가율, 현금 지원, 영유아 보육·교육 지출, 1인당 GDP, 혼인율 등이 높을수록 출산율은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홍 실장은 “성평등 관점에 기반한 저출산 대응 정책의 프레임이 필요하다”며 “노동시간과 가족 시간의 균형, 가족 내 젠더관계의 변화, 남성의 돌 봄 참여 등 의제들에도 정부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도 최근 ‘새로운 저출산 대책 패러다임’ 토론회에서 ‘보편적 사회보장제도와 성평등 사회’를 저출산 극복의 열쇠로 꼽았다. 정 교수는 “출산 주체인 여성들은 ‘독박육아’와 경력단절 등 성차별을 겪고 있다”며 “여성이 (임신·출산·육아를 하면서) 인간 대접을 받고 살 수 있는 사회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출산율이 비교적 높은 프랑스, 스웨덴, 미국이 다양한 가족 제도를 수용하며, 여성과 남성의 일·가정 양립 지원 정책을 강화해왔다는 점을 예로 들었다.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로 채용에서 배제되지 않고, 남성보다 임금을 적게 받지 않는, 임신과 육아를 이유로 경력단절을 겪지 않는, 직장에서 성적 대상이 아닌 ‘동료’로 존중 받는, 여성에게만 ‘일과 가정의 양립’을 강요하지 않는 성평등한 노동 환경 조성은 필수다. 번거로운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어머니의 성을 자녀에게 물려줄 수 있고, 아빠가 자녀를 돌보는 것이 놀라운 것이 아닌 자연스러운 성평등한 가족 문화 확산도 반드시 필요하다. 이것 없이는 “저출산 대책을 통해 여성 고용을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헛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 

► [저출산 대책] ① ‘여성=출산 도구’ 인식 바뀐다… ‘성평등’ 관점 강조http://www.womennews.co.kr/news/14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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