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만 여성 해방’ 신념이 삶의 원동력...이제 의회서 싸울 것”
“‘2천만 여성 해방’ 신념이 삶의 원동력...이제 의회서 싸울 것”
  • 진주원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7.03 13:05
  • 수정 2018-07-07 08: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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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 선거(길음1,정릉1·2·3·4동)에 출마해 당선된 최정순 의원.
제7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 선거(길음1,정릉1·2·3·4동)에 출마해 당선된 최정순 의원.

인터뷰 최정순 제11대 서울시의원

민주화운동 부부...

수감생활 2년 남편 25년 병수발

회사 상대로 계속 싸워 웅진홀딩스 전무까지

육아휴직제도, 남녀 호봉차별 바꿔

 

“박순천(제2대 국회의원, 당대표)처럼 되라고 하셨던 고등학교 선생님 말씀이 평생 가슴 속에 있었어요. 30년 만에 정치인의 꿈을 이뤘습니다.”

이번 제7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시의원(길음1,정릉1·2·3·4동)에 당선된 최정순 의원은 1955년생으로 올해 우리나이 64세(만62세)다. 새롭게 시작된 서울시의회에서 두 번째로 나이가 많다. 그는 30년간 품어온 정치라는 꿈을 제2의 인생으로 시작해 기대가 크지만 그만큼 두렵다고도 했다. 특히 선거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으로 됐기에 더 잘해야 한다는 사명감도 새삼 느꼈다.

고등학생 때 학생회장을 했던 최 의원은 담임교사에게 사람들을 설득하고 이끄는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라는 조언을 들었다. 1975년 엄중한 시국에서 이화여대 사회학과에 입학했지만 한달 만에 긴급조치9호로 대학이 문을 닫았고 사회 문제의식과 책임의식을 느꼈다. 박정희·전두환 정부에 맞서싸우다 징역형을 두 차례 선고받아 2년 넘게 수감생활을 했다. 1983년 고(故) 김근태 의원 등과 함께 민주화청년연합(민청련)을 결성해 여성위원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남편을 만났지만 민청련 의장 김근태보다 이틀 앞서 체포됐고, 심한 고문을 받은 후 25년 넘게 정신이상으로 입원을 반복하는 등 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최 의원에게 민주화 운동만큼 중요한 신념이 ‘여성 해방’이었다. 그는 “2000만 여성 해방은 제 삶의 비전과 희망이다. 뭐든지 하겠다”고 말했다.

이같은 신념은 직장 생활에서 성차별과 맞서는 과정에서 갖게 됐다. 젊은 시절 웅진출판사에 입사해 웅진홀딩스에서 30년간 근무하면서 전무와 인재개발원장을 역임하는 등 중견기업의 유리천장을 깨고 불합리한 제도를 바꾸는 경험을 통해서 생겨났고 시간이 갈수록 확고해졌다.

여성으로서 직장 생활은 투쟁의 연속이었다. 본격적인 싸움은 30대 초반에 출산 당시 산전·후 휴가가 법으로 60일로 정해져있는데 회사에서는 45일만 쓰게 하면서 시작됐다. 회사와 싸워 제도를 바꿔냈다. 이어 성차별적인 호봉표도 없앴다. 회사 내에 별도로 존재하던 남성과 여성의 급여제도를 과장이 되면서 문제 제기했다. 결국 투쟁을 통해 단일화시켜냈다.

‘2천만 여성 해방’ 비전은 그가 마흔살 되던 해 부장이 되는 과정에서 확고해졌다. 승진할 시기가 됐지만 그 당시 오너 일가를 제외하면 여성 임원이 없었다. 과장급에는 여성이 30%뿐이었고 승진에서 계속 탈락시켰다. 여자에게 왜 기회를 주지 않느냐고 임원들에게 계속해서 문제를 제기했다. 여성 후배들도 임원을 시켜야겠다는 생각이 동력이 돼 싸움을 계속했고 마침내 임원까지 올랐다. 그의 승진 이후 여성 후배 5명이 연이어 승진했다.

조직 내에서 어떻게 계속해서 싸울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그는 “비전이 생기니 에너지 많이 생기더라. 월급쟁이가 전부가 아니라 할일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명감이 있으니 일을 더 잘 하게 됐고 더 많은 사람을 만났다. 힘든 게 없어지고 나를 움직이게 하더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 20년간 정치를 하겠다”고 했다. 그동안 싸워온 것보다 더 투철하게 하겠다는 각오를 했다. ‘나의 출세’가 아니라 사회 변화를 위해 싸워야할 최소한의 기간이 20년이다. 이번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서울시의원 110명 중 여성은 24명이다. 남성이 78%가 넘는다.그는 일당백으로 뛰어야 한다고 했다.

“문제가 여전히 심각하다. 현재 경력단절 여성이 700만명이고 비정규직 여성이 700만명이다. 여성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대학 나온 여성 70%가 집에 있다는 게 말이 되나. 대한민국이 그 에너지를 쓰지 못하고 있다. 그걸 살리는 운동을 해야 한다. 사회 전반의 흐름에 여성이 함께 가야한다. 실력대로 뽑는 검사, 판사, 공무원은 여성이 거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지 않나. 기업·정치·관료만 남녀동수가 안 되고 있다.”

최 의원은 우선 지역구민들이 기회를 준만큼 정릉과 길음에 산적한 현안을 해결하는 일부터 집중할 계획이다. 정릉은 성북구에서 가장 발전이 뒤떨어진 지역이어서 마음이 조급하다고. 정릉에 가장 많은 예산을 갖고 와서 변화와 발전을 한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정릉을 꼭 발전시켜 주민들이 희망을 갖고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하겠다. 할 수 있는 일은 뭐든 하겠다. 정치의 꿈이 30년 늦었지만, 30년 젊은 30대의 열정의 열정으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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