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선 칼럼]

안희정 전 지사, 스스로에게 묻길

‘스마트하고 주체적인’

수행비서가 왜 그렇게

깊은 고통을 호소했는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을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일 첫 공판기일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을 향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공판이 2018년 7월 2일 열렸다. 이번 재판의 쟁점은 성폭력인가, 연애인가로 좁혀졌다. 검찰은 당시 위력에 의한 간음을 입증할만한 증거로 안 전 지사가 피해자 김모씨에게 보낸 텔레그램 메시지, 김씨가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로 병원 진료를 받으려 한 사실, 안 전 지사 가족이 김씨의 사생활을 파악하려 한 정황 등을 제시했다.

피감독자 간음 4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 강제추행 4회로 기소된 원고 안희정 전 충남지사는 성폭력을 전면 부인하며, 불륜이지만 ‘연애’였다는 주장이다.

법정 다툼과 별개로 일반적인 상식을 생각해보고 싶다. 연애라는 게, 쌍방이 하는 일인데, 한쪽은 아니라는데 성립할 수 있는 연애가 있는가 말이다. 그리고 연애였다면, 어떤 사람이 자신의 연애 경험을 낱낱이 공개하면서 투쟁에 나서겠는가? 

피고 측은 모든 비난과 피해는 감수하더라고 형벌만은 면하겠다는 절박함에서 어떻게 해서든 법리적으로 유리한 주장을 하는 중이라는 점은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피고의 주장에 주목해야 할 이유는 이 사건이 단순한 하나의 사건이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은 안 전 지사가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 같았던 ‘성범죄자의 전형성’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업무상 위력 여부는 이 사건의 핵심인데, 그 ‘위력’을 어떻게 법리적 증거능력이 있게 입증할 것인가?에 어려움이 있다. ‘위력?’ 안 전 지사의 연애 주장 역시 위력이란 증거를 만들지 않기 위함이다.

기록에 따르면, 안 전 지사는 추행을 시도하자 거부의 뜻으로 머뭇거리는 피해자에게 ‘명’한다. “나를 안게”. 또 미투 등으로 심란함을 표현하는 그녀에게 또 명한다. “괘념치 말아라.” 봉건시대도 아니고 이런 언어로 소통할 수 있는 관계는 위력을 전제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관계 아닐까? 

피고 측은 피해자가 잘 다니던 직장을 버리고 무보수 캠프에 합류할 만큼 주체적이고 스마트한 여성이며, 따라서 자기결정권 침해는 불가능하다는 주장을 내세웠다.

법정 입구에서부터 여성들의 거센 항의가 있었다.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 라는 외침이 안전지사를 맞았다. 법정안에는 많은 기자와 여성 운동가들이 있었고, 피해자도 안희정 전 지사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앉아서 열심히 메모했다.

안 전 지사는 시종 눈을 감고 있었고, 모든 것은 법정에서만 말하겠다고 했다. 그의 말대로 그는 “괘념치 않았다.” 평소 자신을 한마디로 ‘민주주의자’라 불렀던 그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최근 ‘김비서가 왜 그럴까?’라는 제목의 드라마가 인기몰이 중이다. 우리는 안 전 지사에게 묻고 싶다. 도대체 ‘안 지사는 왜 그럴까?’라고. 그도 법정 다툼 이전에 진정으로 깊이 자신을 향해 이 질문을 던져 봤으면 한다. 그 ‘스마트하고 주체적인’ 김 비서가 왜 그렇게 깊은 고통을 호소했는지, 방송국으로 달려가 전 국민을 향해 호소를 해야 했는지 스스로에게 물어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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