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702 안희정 첫 공식 재판
2일 ‘위력’ 존재 여부 두고 공방
변호인단 “피해자로 볼 수 없는 행동 보여” 주장
검찰 “안희정 ‘차기 대권주자’로 권력 막강해”
안희정, 눈 감은 채 ‘묵묵부답’
여성단체 “정의로운 판결 내려달라”
업무상 위력으로 자신의 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첫 공식 재판이 열렸다. 2일 오전 서울 마포구 서울서부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기일에서는 ‘위력’의 존재와 행사 여부를 두고 검찰과 안 전 지사 측의 입장이 극명하게 갈렸다. 검찰은 이 사건을 “전형적인 권련형 성폭력 범죄”로 보는 반면, 안 전 지사 변호인 측은 “성관계는 인정하나 위력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재판을 맡은 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조병구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11시 첫 번째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공판기일은 앞서 두 차례 이어진 공판준비기일과 달리 피고인(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출석 의무가 부과되는 본격적인 재판 절차다. 이날 오전 10시56분께 서부지법에 도착한 안 전 지사는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등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도 하지 않은 채 303호 법정으로 향했다. 안 전 지사가 도착하자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피해자변호인단으로 꾸려진 ‘안희정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측 활동가들이 피켓을 들고 “가해자는 감옥으로, 피해자는 일상으로”라고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80여석의 법정은 일반시민과 여성단체 활동가들로 기자들로 꽉 찼다. 법정 밖에도 방청권을 받지 못한 여성들로 붐볐다. 이날 피해자도 법정을 찾아 방청석 첫 줄에서 여성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재판을 방청했다.
먼저 검찰 측은 공소사실을 낭독하면서 이 사건을 “명백하고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고 규정했다. 이어 “당시 피고인은 차기 대통령 유력 주자로 거론되는 등 사회적 지위와 영향력을 고려할 때 다른 고용관계 하에 이뤄진 권력형 사건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피해자에 대해 갖는 지위가 막강하다”며 “정무비서는 모든 일정을 동행하며 공사 불문하고 지시를 수행해야 하는 위치이며 피고인의 말 한마디에 직위를 잃을 수 있는 극도로 비대칭적인 위치였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어 “특히 피해자가 수행비서로 일한 지 26일만에 발생한 첫 번째 범행은 피고인과 피해자가 단둘이 밥을 먹거나 차를 먹는 등 연애감정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은 없었다”며 “‘모든 것은 연애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주장하는 피고인의 인식은 전형적으로 권력형 성범죄자가 보이는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검찰 측은 안 전 지사가 이 같은 피해자의 ‘을의 위치’를 악용해 업무지시를 가장해 술·담배 같은 기호식품을 가져오라고 지시해 간음과 추행을 일삼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덫을 놓고 기다리는 사냥꾼처럼 위력으로 간음했다”고 강조했다.
피고인 측은 이같은 피감독자 간음과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등 혐의에 대해 “성관계는 인정하나 위력이 존재했다거나 행사했다고 보기 힘들다”며 “추행 사실도 없었으며 만에 하나 행위가 있었더라도 합의하에 의한 관계 이후 한 스킨십일 뿐”이라고 반박했다. 피고 측 대리인 오선희 변호사(법무법인 대륙아주)는 “위력이란 정신적·물리적 측면으로 힘이 있어야 하고, 피해자의 성적 결정권을 침해할 만한 것이라야 한다”며 “사회적 저명도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위력이 있다는 것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한 “피해자는 아동도, 장애인도 아니고 이혼 경험이 있는 학벌 좋은 스마트한 여성으로서 안정적인 공무원 자리를 버리고 무보수로 캠프에 참여할 만큼 주체적인 여성”이라며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약할 위력이 무엇이며, 어떻게 행사됐고 계속될 수 있다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다”고 맞섰다.
현재 안 전 지사는 전 정무비서에 대한 피감독자 간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강제추행 등의 혐의(피감독자 간음 4회·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1회·강제추행 5회)를 받고 있다.
이날 피고인석에 앉은 안 전 지사는 재판 내내 의자에 기대 앉은 채 눈을 감고 있었다. 재판 방청을 위해 법정을 찾은 피해자는 방청석 첫 줄에 앉아 법정에서 오간 발언들을 필기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2시부터는 서증조사(채택된 문서 증거를 실물 화상기에 띄워 낭독하고 의견을 진술하는 절차)가 이뤄질 예정이다.
재판부는 오는 16일까지 최소 7차례의 심리를 거쳐 8월 전 1심 선고를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