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끗한나라, 여성환경연대 상대 3억 손배소

“단체가 시험 결과 왜곡해 매출 타격 입어”

시민단체 “정당한 문제제기, 소송으로 옥죄”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6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페이스북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가 6월 2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 페이스북

생리대 안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시민단체가 생리대 제조사로부터 거액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당해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해 생리대 부작용 제보가 속출했던 ‘릴리안’ 생리대 제조사 깨끗한나라는 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휘발성유기화합물질 방출시험 결과를 왜곡해 릴리안이 부각되면서 심각한 매출 타격을 입었다며 지난 3월 3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시민단체들은 깨끗한나라를 향해 “정당한 문제제기를 소송으로 옥죄고 있다”며 소송 취하를 촉구하고 있다.

생리대 ‘릴리안’의 제조사 깨끗한나라가 안정성 문제를 제기했던 시민단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첫 재판이 27일 열렸다. 여성환경연대,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 한국YWCA연합회, 환경운동연합 등 16개 시민단체로 구성된 ‘생리대 안전과 여성건강을 위한 행동네트워크’는 이날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업은 시민단체의 공익활동에 대한 소송을 즉각 철회하고, 생리대 속 화학물질과 독성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강조했다.

배보람 녹색연합 활동가는 기자회견에서 “반평생 생리대를 사용하는 여성들이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라고 요구하는 것은 상식이고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우리의 상식적인 문제제기가 왜 손해배상이란 이름의 소송으로 법원 앞에 서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주희 풀뿌리여성네트워크 바람 활동가는 “자신의 몸과 고통으로 증명한 일회용 생리대 유해성에 대한 문제제기에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는 성급하게 안전하고 인체에 크게 해가 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고 질타했다. 이어 “일회용 생리대를 구입할 때마다 어떤 유해한 물질이 들어있는지 의심해야 하고 불안해해야 하고 그래서 결국은 어떤 제품이 안전한 제품인지 그 결과를 상품을 선택한 소비자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면서 “더 이상 여성의 건강과 안전을 기업의 이윤과 맞바꾸지 말라”고 촉구했다.

앞서 깨끗한나라가 제조한 릴리안은 2016년부터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생리량, 생리통과 관련해 안전성에 문제를 제기하는 사용 후기가 이어졌다. 그러던 중 지난해 8월 몇몇 언론사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생리대 부작용 게시글을 보도하면서 ‘생리대 사태’가 촉발됐다. 이때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교수에 의뢰해 실시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TVOC) 방출시험 결과가 공개됐고, 이 시험에서 릴리안의 검출량이 다른 제품보다 많았던 사실이 보도됐다. 논란이 커지자 깨끗한나라는 릴리안 판매를 중지하고 환불 조치 했다.

이에 식약처는 지난해 9월 국내 유통되는 생리대 제품을 전수조사해, “현재 국민들이 사용하는 생리대는 안전성 측면에서 위해 문제가 확인된 제품은 없다”고 발표했다. 깨끗한나라는 식약처 발표를 근거로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지난 5월 KBS는 식약처가 진행한 생리대 휘발성 유기화합물(VOCs) 실험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보도하는 등 생리대 안전성 문제는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식약처는 해당 보도에 대해 안전성 검사 실험 과정에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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