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가 참회하고 혁신 않은 채

색깔론, 계파 갈등에 매몰되면

좌·우 기계적 균형은 무의미

 

 

 

자유한국당이 선거 참패 이후 깊은 내홍에 빠져들고 있다. 혁신 비상대책위 구성, 인적 쇄신, 차기 당권을 둘러싸고 비박과 친박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선거 참패 직후 무릎까지 꿇고 대국민 사과했지만 전혀 진정성이 없었다. 김형오 전 국회의장은 ‘보수 야당의 7가지 죄’를 지적했다. “새로운 인물을 키우지 못한 죄, 권력의 사유화에 침묵한 죄, 계파이익 챙기느라 국민 전체 이익을 돌보지 않은 죄, 야당이 된 후에는 집권여당에 제대로 싸우지도 대응하지도, 대안 제시도 못 한 죄. 교만과 오만, 막말과 품격 없는 행동으로 국민을 짜증나게 한 죄, 반성하지 않고 누구도 책임지지 않은 죄, 희망과 비전 제시를 못 한 죄” 등을 꼽았다.

 

보수 참패의 원인은 수없이 많지만 가장 중요한 이유는 시대정신에 졌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란 “우리 사회하가 처한 상황을 진단하고 미래 방향을 전망하는 가치의 집약”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현재 한국 사회가 요구하는 시대정신은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공정, 성평등, 지방 분권 등이다. 민주당은 이런 시대정신에 부합하는 정책과 메시지를 선점하면서 변화를 주도했다. 반면, 야당은 색깔론, 네거티브, 반공 보수에 매몰돼 시대 변화를 읽지 못하고 현상 유지에 급급했다. 국민들이 안보(현상 유지)보다 평화(변화), 심판보다는 기대를 선택함으로써 여당 압승의 길이 열렸다.

일부에서는 보수가 아니라 자유한국당이 궤멸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방송3사 출구조사에 따르면, 진보(27.7%)와 보수(27.1%)가 거의 기울어짐 없이 균형을 맞췄고 중도(38.4%)가 가장 많았다. 이번 지방선거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유권자의 이념 지형은 바뀌지 않았다. 진보 29.2%(+1.5%p), 중도 39.8%(+1.5%p), 보수 24.9%(-2.2%p)였다. 보수층 규모가 크게 변하지 않았는데 여당이 압승했다는 것은 더 이상 기존의 보수 가치가 국민들에게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는 것이 확인된 것이다.

보수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대정신에 맞는 새로운 비전과 가치를 정립해야 한다. 진보가 지향하는 가치를 무조건 하는 것이 아니라 보수의 시각에서 포용하고 배려하는 전략적 전환을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포용적 성장’, ‘건강한 복지’, ‘미래지향적 평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진보 우파’의 길을 걸어야 한다. 현재 한국 보수의 최대의 적은 참을성이다. 단기간에 무너진 보수를 재건하려고 하지 말고 길게 호흡하면서 참회하고, 혁신하고, 실력 있는 보수로 거듭나야 한다. 분명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날아야 한다. 진보와 보수가 서로 잘 어우러져 균형 있게 갈 때 국가가 발전되고, 국민의 생활이 안정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전제가 있다. 보수가 참회하고 혁신하지 않은 채 색깔론에 빠져 있고 골육상쟁의 계파 갈등에 매몰되면 좌·우간의 기계적 균형은 무의미하다. 분명 민주당은 이번 지방선거에서 전대미문의 위험한 승리를 했다. 압승한 여당에게도 무거운 숙제가 던져졌다. 문재인 정부는 앞으로 내부 권력 투쟁, 경제 침체, 부정부패의 등의 암초에 직면할 수도 있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적처럼, 정부 여당은 자만하지 말고 국민 기대에 답하는 유능함과 도덕성, 겸손한 태도를 기반으로 집권 2기에 나서야 한다. 조국 민정수석이 “문재인 정부 2기는 겸허한 정부, 민생에서 성과를 내는 정부, 혁신하는 정부가 돼야 한다”며 “항상 촛불정신을 되새기며 부정부패를 멀리하고, 일자리·소득 증가로 국민 삶을 변화시켜야 하며, 개인과 정부 혁신을 실현해야 한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케이스탯리서치가 지방선거 직후(6월16~17일)에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2020년 총선에서도 이번 지방선거에서 투표한 정당을 계속 지지하겠는가’란 질문에 ‘다른 정당으로 지지를 바꿀 수 있다’가 58%인 반면, ‘계속 지지하겠다’는 36%에 그쳤다. 그만큼 민심은 언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른다. 2020년 총선에서는 성평등 국가 건설과 지방분권 강화라는 시대정신을 충실히 수행하는 정당이 분명 승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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