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성폭력 피해 재연 지시”… 공대위, 인권위에 진정
“검사가 성폭력 피해 재연 지시”… 공대위, 인권위에 진정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6.26 11:55
  • 수정 2018-06-27 19: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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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계 미투’ 피해자

담당 검사 인권위 진정

“검사가 강간미수 상황

재연하라고 지시” 주장

 

6월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후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진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6월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열린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 후 관계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할 진정서를 들어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체조협회 임원에게 성폭행을 당할 뻔했다면서 고소장을 낸 여성 체육인이 수사 과정에서 검사 성폭력 사건을 담당하는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에게 피해 상황을 재연하라고 지시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피해자는 경찰이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가운데 바지가 벗겨지는 장면을 재연해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단체는 “성범죄 피해자를 보호해야 할 검사가 오히려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했다”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냈다.

체육시민연대,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등으로 구성된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이하 공대위)는 6월 21일 서울 중구 인권위앞에서 검찰을 상대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검사에 대해 진정을 냈다.

피해 여성 이모씨는 올해 초 ‘미투(#MeToo)’ 폭로를 통해 체육계 내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한 국가대표 후보선수 리듬체조 전임지도자다. 이씨는 대한체조협회 보조코치로 일할 당시 협회 전무이사였던 김모씨에게 2011~2014년 3년간 성폭력 피해를 겪었다며 서울지방경찰청에 B씨를 강간미수와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업무상 위력 등에 의한 추행) 혐의로 고소했다. 이 사건은 경찰이 성폭행을 시도한 혐의로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했지만, 검찰은 공소시효를 들어 ‘공소권 없다’거나 일부 사례는 ‘증거 불충분’이라고 처리했다. 이에 지난 6월 13일 피해자가 대법원에 항고한 상태다.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6월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공동대책위원회가 6월 21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체조협회 임원 김OO 성폭력사건 검찰수사에 대한 엄정한 조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처음 이씨가 경찰에 신고했을 때 검사는 보강 수사를 지시했다. 공대위 측 신윤경 변호사(민변 여성인권위원회)는 “사건을 담당한 검사가 사법경찰관에게 피해자를 상대로 차량 안에서 성폭행 미수 피해 상황을 재연해 동영상을 촬영하라는 내용의 수사지휘를 했다”며 “피해자는 검사의 수사지휘를 거부할 수 없어 경찰관이 지켜보는 가운데 바지가 벗겨지는 상황을 재연하는 영상을 촬영해야 했다”고 주장했다. 피해 상황을 재연하라는 검사의 지시는 한 번 더 있었다는 것이 공대위 측 주장이다. 2차 동영상 촬영은 피해자의 거부로 경찰들이 재연했다.

대검 예규는 검사가 성폭력 피해자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하고,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지만, 해당 검사가 이를 위반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대검 예규 제686호 ‘성폭력사건 처리 및 피해자 보호·지원에 관한 지침’ 제9조에는 ‘검사는 피해자에 대한 조사과정에서 사생활의 비밀을 보호하고, 그들의 인격이나 명예가 손상되지 않도록 피해자의 인권보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제10조에는 ‘검사는 피해자의 조사를 위해 전용 조사실을 이용하는 등 피해자가 편안한 상태에서 진술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최영지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는 이번 검사의 수사지휘를 ‘수사·재판기관에 의한 2차 피해’로 규정하며 “상황에 대한 재진술 등 다른 방법이 있을 수 있음에도 피해자에게 직접 피해 상황을 재연하는 영상을 촬영하게 한 것은 심각한 인권 침해”라고 비판했다. 이어 “범죄 피해자로서 기본적인 인격과 권리가 보장받지 못한 채 수사가 이뤄진다면 누가 이 과정을 밟으려 하겠느냐”고 반문하며 인권위의 엄중한 조사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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