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연대노동조합의 아이돌보미 조합원들이 2017년 11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아이돌보미 근로자성 인정을 위한 예산편성 및 아이돌봄 지원법 시행규칙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공공연대노동조합의 아이돌보미 조합원들이 2017년 11월 29일 국회 정론관에서 아이돌보미 근로자성 인정을 위한 예산편성 및 아이돌봄 지원법 시행규칙 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광주지법 “아이돌보미에 3년간 체불임금 일부 지급해야” 

아이돌보미 ‘근로자성 인정’ 첫 판결

‘사법부 판단 지켜보자’던 여가부

“하반기 내 처우 개선대책 발표”

‘아이돌보미도 근로기준법상 노동자로 봐야 한다’는 첫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성가족부도 “곧 아이돌보미들의 임금·계약 형태 등을 포함한 처우 개선책을 발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2일 광주지방법원 제11민사부는 아이돌봄 위탁 사업자인 광주대산학협력단 등이 3년간 아이돌보미 169명에게 주지 않은 주휴·연차수당 등 체불임금 일부를 지급하라는 요지의 일부 원고 승소 판결을 했다. 주휴·연차수당은 근로기준법이 보장하는 노동자의 권리다.

근로계약서 쓰고 4대 보험 가입하고 활동일지 내는데

광주·대구 노동청 “아이돌보미 근로자 아냐”

아이돌보미 1300여 명, 체불임금 집단 소송도

여가부가 2007년 도입한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정부의 양성 교육을 받은 아이돌보미가 만 12세 이하 아동을 둔 취약계층이나 맞벌이 가정 등에 찾아가 아동을 돌봐주는 서비스다. 현재 전국에 아이돌보미 6만여 명이 근무 중이다. 건강가정지원센터가 여가부에서 위탁받아 아이돌보미를 채용·관리한다. 이들은 아이돌봄 지원법 및 시행규칙에 따라 센터와 근로계약을 맺는다. 매번 활동일지를 제출하는 등 센터의 관리 감독을 받고, 정기 보수 교육도 받는다. 급여는 여가부가 사전에 고시한 시급(올해 7800원)에 따라 받고, 4대 보험료도 낸다. “아이돌보미는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는 근로자로서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 이유다.

하지만 여가부와 센터 등은 그동안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을 부인하면서, 아이돌보미들이 노동자로서 지급받아야 할 퇴직금, 초과근무수당, 주휴수당, 해고예고수당, 연차수당, 휴일 수당, 연장수당 지급을 거부했다.

각 지방 고용노동청에 민원이 쏟아졌다. 노동청들의 판단은 엇갈렸다. 지난해 서울북부지청은 아이돌보미를 노동자로 인정해 체불임금을 지급하라고 결론 내렸다. 반면, 광주·대구 지방노동청은 여가부로부터 위탁을 받은 건강가정지원센터와 아이돌보미 간 종속 관계가 약하다며 “아이돌보미는 노동자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 전국의 아이돌보미들 1300여 명과 공공연대노동조합,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정부, 광역지자체 등을 상대로 아이돌보미에 대한 체불임금 지급을 위한 민사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처우 개선을 위한 단체 교섭을 요구하면서, 수천 명 규모의 집단 소송을 예고한 아이돌보미들도 있었다.

 

2월 13일, 공공연대노동조합과 전국의 아이돌보미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임금체불소송을 제기했다. ⓒ정춘숙 의원실
2월 13일, 공공연대노동조합과 전국의 아이돌보미들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임금체불소송을 제기했다. ⓒ정춘숙 의원실

지난해 ‘노동조합법상 근로자’ 인정 판결

올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판결

입장 표명 미뤄 “현장 혼란 야기” 비판받은 여가부

뒤늦게 “아이돌보미 권리 보장·처우개선 노력”

지난해 8월 서울행정법원은 아이돌보미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는 단체교섭권 등 노동 3권에 한정돼, 임금과 처우를 보장하는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인정 여부와는 별개였다. 이후 약 1년이 지나서야 아이돌보미를 노동자로 인정한 법원 판결이 나왔다.

여가부는 25일 이에 관한 입장을 내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앞으로 근로자로서의 아이돌보미의 권리를 보장하고 처우를 개선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해 나가겠다”며 “올해 하반기 내 별도의 처우 개선대책을 마련해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간 여가부는 아이돌보미의 근로자성 인정에 관해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대신 ‘사법부의 판결을 지켜보겠다’며 방관해 아이돌봄 사업 현장에 혼란과 갈등을 야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아이돌보미들과 건강가정지원센터 측이 소송 당사자로서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고, 센터는 여가부의 지침에 따라 사업을 수행해 왔음에도 갑자기 소송 당사자로서 법적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전국 건강가정지원센터와 다문화가족지원센터 등 105개 기관이 연합해 조직한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4월26일 성명서를 발표하고 “여가부는 아이돌봄 사업에 대해 일과 가정 양립, 일자리 창출 등의 성과만 가져가고 소송 등에 대한 대응은 방관, 방치함으로써 현장에서 혼란과 갈등이 극대화되고 있다”며 “이는 명백한 정책운영 실패의 사례로 여가부에 아이돌봄 사업 시스템을 완전히 수정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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