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6년만에 첫 여성 회장

첫 여성 통계청장 지낸

1세대 여성 경제학자

“학회가 현실 경제에서

적극적인 역할 하겠다“

 

경제학계를 이끌어가는 한국경제학회의 차기 회장에 이인실(62) 서강대 경제대학원 교수가 선출됐다. 한국경제학회는 1952년 설립돼 58개 경제 관련 학회를 이끄는 모 학회다. 여성 회장은 66년 만에 처음이다. 이 교수는 올해 학회 수석부회장으로 활동하고, 내년 2월 정기총회에서 정식 취임한다.

첫 여성 경제학회장 소식은 언론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이 교수는 높은 관심에 대해 “보수 성향이 강한 학회에서도 여성이 회장을 맡을 때가 됐다는 동의가 이뤄졌다는 점과 학회가 변화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경제학회 부회장만 3번을 지냈다. 회장이 선출직이다 보니 조직력에서 상대적으로 약세로 평가됐다. 하지만 이번 선거는 달랐다. 투표 자격이 있는 900여명의 회원 중 550명이 참여한 선거에서 이 교수는 과반인 300표가량을 얻었다. 높은 투표율은 학회 변화를 바라는 회원들의 목소리가 반영된 결과라는 분석이다. 이 교수는 안팎의 변화 요구에 대해 “앞으로는 학회는 현실 경제에 대해 목소리를 내며 적극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한국 경제에 대한 연구와 분석을 늘리고 신진 학자들이 학회에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제라는 말이 일본의 ‘경세제민’(經世濟民 ·세상을 바르게 다루어 백성들을 이롭게 한다)에서 비롯됐듯이 효율과 함께 형평도 봐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이 교수는 1세대 여성 경제학자로 숱한 ‘최초’ 타이틀을 갖고 있다. 그는 경기여고와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미네소타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1992년 여성 경제학자로는 처음으로 하나경제연구소에서 금융조사팀장을 맡았고, 2004년에는 초대 국회 예산정책처 경제분석실장을 맡았다. 특히 여성이자 민간 출신으로는 처음 통계청장을 지냈고, 한국여성경제학회 회장,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재정연구센터 소장 등을 두루 거쳤다.

대표 여성 경제학자인 그는 경제학에도 ‘여성의 시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저출산·고령화로 인해 생산가능인구 비율이 줄면서 생기는 노동력 부족 현상은 여성 노동력 활용으로 해결할 수 있다”며 “노동이 이슈가 되면서 경제학도 젠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최근 젠더경제학에 대한 관심도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제학은 중립적이어야 하지만 ‘기울어진’ 학계에서는 여성적 시각에서 사안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적극적 조치를 통해 ‘기울어진’ 경제학계를 바로잡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입장도 피력했다. 정보공개센터가 한국교육개발원 2017년 교육기본통계자료를 살펴본 결과, 전국 대학 전임교원 중 여성 비율은 22.9%, 국공립대의 경우 여성 교수의 비율이 14.9%에 그쳤다. 경제학과는 더 남성 편향적이다. 총 60여명에 달하는 서울대와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진에 여성 교수는 한 명도 없다. 경제학회에도 선거권을 가진 회원 중 여성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 교수는 “많은 남성들이 여성이 주류사회가 들어오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다”며 “물질이 발화점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가열과 연료가 필요하듯, 여성 경제학자와 교수가 늘어나기 위해서는 국·공립대 여교수 임용 할당제 등의 적극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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