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신데렐라를 찾아라!가 주제인 제19회 여성창업경진대회 포스터
'창업, 신데렐라를 찾아라!'가 주제인 제19회 여성창업경진대회 포스터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올해 창업한 여성기업인 A씨는 얼마 전 ‘여성창업경진대회’ 접수 중 황당한 경험을 했다. 여성창업가를 지원한다는 대회 주제가 ‘신데렐라를 찾아라’인점도 모자라 그동안 정부의 창업프로그램에 참가하며 그 어떤 곳에서도 볼 수 없었던 ‘증명사진’을 요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대회는 중소벤처기업부가 주최하고 (재)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한다.

A씨는 여성창업경진대회의 주제가 ‘신데렐라를 찾아라’인 점을 지적했다. 그는 “신데렐라 콤플렉스라는 남성에 의지하는 여성을 지칭하는 심리학적 용어까지 있는 상황인데 여성 기업가의 지향점을 신데렐라에 비유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역경을 딛고 일어선 다른 캐릭터도 많은데 굳이 신데렐라를 사용한 것은 담당자의 젠더 감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저널리스트 콜레트 다울링(Colette Dowling)의 저서 ‘신데렐라 콤플렉스’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진 이 용어는 자립의지를 포기하고 이성에게 의존함으로써 인생의 변화, 마음의 안정, 보호받고자 하는 욕구의 충족 등을 추구하는 심리를 신데렐라 이야기에 빗대어 이르는 말이다.

 

사진등록란이 있는 여성창업경진대회 신청서(위)와 기본 대표자 정보 입력사항만 있는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 참가신청서(아래).
사진등록란이 있는 여성창업경진대회 신청서(위)와 기본 대표자 정보 입력사항만 있는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 참가신청서(아래).

또한 A씨는 (사진을 요구하는 이유를 듣기 위해) “해당 부서에 전화를 걸었지만 담당자는 ‘면접 때 대표가 맞는지 확인을 하기 위해 사진이 필요하다’고 답했다”며 “대표인지 아닌지는 얼굴이 아닌 증명서로 대체하는 것이 더 정확하지 않나. 지금까지 신청한 어떤 정부 지원 스타트업 공모사업도 대표의 사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는 정부의 핵심 일자리 정책인 ‘블라인드 채용’과도 맞지 않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성신문 확인 결과, 중소벤처기업부가 주관하는 대부분의 창업지원 사업에서 ‘증명사진’ 첨부란을 발견할 수 없었다. ▲중소벤처기업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교육부, 국방부 등이 통합 진행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창업경진대회인 ‘도전! K-스타트업 2018’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주관하는 540억 규모의 ‘창업성공패키지’(청년창업사관학교)에서도 사진 입력란을 찾아볼 수 없다.

또한, 중소벤처기업부가 공고한 ‘2018년 창업지원 사업 현황’에 따르면 총 60개의 창업 관련 프로그램 중 여성 관련 창업 프로그램은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주관하는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과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가 주관하는 ‘여성창업경진대회’ 2개뿐이다. 여성창업경진대회와 달리 ‘여성벤처창업 케어 프로그램’에서도 다른 창업 프로그램과 마찬가지로 사진을 요구하고 있지 않았다.

이와 관련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담당자는 “자금, 판로개척 등 여성창업자의 어려운 현실을 표현하고 ‘역경을 딛고 일어서는 여성 창업가’를 비유하기 위해 신데렐라를 주제로 잡았다”고 말했다. 이어 “여성창업경진대회 신청서류에는 사진란이 없다. 다만, 센터 홈페이지 접수시 회원가입을 하게 되어 있는데 이때 사진등록이 필수는 아니”라며 “여성창업경진대회 심사에는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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