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살 미녀” “처녀 몸매” 규제 밖 국제결혼 성상품화 심각
“19살 미녀” “처녀 몸매” 규제 밖 국제결혼 성상품화 심각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6.13 09:32
  • 수정 2018-07-03 18: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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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상 늘고 있는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성상품화 영상 광고들.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유튜브 등 온라인상 늘고 있는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성상품화 영상 광고들. ⓒ유튜브 화면 캡처

여성 인권침해 소지 높은

국제결혼 중개업체 영상 광고 늘어

“처녀 몸매보다 잘 가꾼” “19살 달콤한 소녀”

“먹튀 신부” 등 차별·혐오표현 만연

“22살 처녀” “19살 달콤한 소녀” “처녀 몸매보다 잘 가꾸어진 재혼” “섹시한 외모” “한국 여성보다 하얀 피부”.... 성매매나 인신매매 광고가 아니다. 유튜브에서 볼 수 있는 국제결혼 중개업 광고다.

 

최근 늘고 있는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성상품화 영상 광고 ⓒ유튜브 화면 캡처
최근 늘고 있는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성상품화 영상 광고 ⓒ유튜브 화면 캡처

한국 국제결혼 중개업체들의 성상품화 영상 광고가 온라인상 늘고 있다. 베트남 등 외국 여성을 클로즈업 촬영하고, 여성들의 인적사항을 적어 상품처럼 나열하는 식이다. 나이, 몸매, 키, 피부색 등 외모 평가는 기본이다. 인터뷰 중 ‘처녀가 맞냐’고 묻기도 한다. 일부 업체들은 “먹튀 신부” “조심해야 할 신부 돈을 너무 밝히는 여성 맞선 성공했으나 돈을 너무 밝혀 돌려보냈어요” 등 문구와 함께 여성의 얼굴이 고스란히 드러난 영상을 올렸다. 

모두 포털사이트에서 ‘국제결혼’이라고 검색하면 누구나 쉽게 볼 수 있는 광고들이다. 영상 조회수도 수십만 건에 달한다. 댓글창엔 “베트남 여자들이 남자 뜯어먹을 생각만 하는 한국 여자보다 낫다” “김치녀 말고 쌀국수녀 합시다” “하아 흥분된다” 등 여성혐오 표현들이 가득하다.

 

한 국제결혼 중개업주는 등록 취소 처분을 받고도 배우자의 명의로 다른 업체를 운영하면서 매일 광고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한 국제결혼 중개업주는 등록 취소 처분을 받고도 배우자의 명의로 다른 업체를 운영하면서 매일 광고 영상을 올리고 있다. ⓒ유튜브 화면 캡처

이런 광고는 모두 현행법상 처벌 대상이다. 2012년부터 국제결혼 전 중개업체 이용자와 배우자의 혼인경력, 장애, 질병, 나이 등 신상정보 제공이 의무화됐지만, 성차별·인종차별을 조장할 수 있는 표현은 금물이다. ‘결혼중개업의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라 업체 등록 취소, 1년 이내 영업정지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이 법 제12조 ①은 “결혼중개업자는 거짓·과장되거나 국가·인종·성별·연령·직업 등을 이유로 차별하거나 편견을 조장할 우려가 있는 내용 또는 인신매매나 인권 침해의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를 하여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김재련 법무법인 온세상 변호사는 “이혼이나 재혼 여부를 묻거나 ‘피부가 한국인 같다’ 등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광고는 원칙적으로 위법이며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찬성 변호사도 “‘한국인처럼 흰 피부’ ‘돈 떼어먹고 도망갈 우려가 없다’ ‘한국 여성은 돈을 밝히는데 외국 여성은 안 그렇다’ 등 표현은 편견 조장이나 인권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업정지 3년 이하 징역 등 처벌 대상이나

단속 미비…지자체 1년 2번 점검 수준

국제적 망신 넘어 ‘혐한 현상’ 비화 우려

“늦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 서둘러야”

어제오늘 문제로 떠오른 일은 아니다. 2006년에도 ‘시클로’ 등 업체들이 ‘베트남, 절대 도망가지 않습니다’, ‘6개월쯤 살아보다 마음에 안 들면 갈아치워도 됩니다’, ‘필리핀, 중국 여성과는 달리 베트남 여성은 체취가 좋다’, ‘몸매가 세계에서 최고다’ 등 문구를 내세운 광고를 했다가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런 광고들은 국제결혼 이주여성은 ‘돈 주고 사온 여성’이라는 부정적 편견을 강화한다는 우려가 높다. “결혼의 상품화는 결혼생활 중의 인권억압, 잦은 구타와 외출금지, 의처증으로 인한 학대, 경제를 위한 노동의 강요 등 이주여성이 인권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는 구조를 형성한다. 결혼 후에도 가정폭력, 다문화가족 차별 등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 있다(권행운·강병노, 아시아 다문화 여성의 국제결혼 중개과정 문제와 인권보호, 2016). 

최근 유튜브 플랫폼의 영향력을 고려하면, 이러한 광고를 내버려뒀다가 국가 이미지 추락은 물론 ‘혐한(嫌韓) 현상’으로 비화할 우려도 있다. 유엔 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 정부에 “착취를 목적으로 인신매매될 소지가 있는 국제결혼이 증가하고 있는 점이 우려된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한가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신종 온라인 광고는 국제결혼을 여성을 사고파는 행위로 여기는 사회 인식을 더욱 부추길 우려가 크다. 대응 방안을 고민할 때”라며 “국제결혼을 원하는 여성들은 중개업체에 의존할 수밖에 없어서 ‘인터뷰 하자’면 그냥 응한다. 이렇게 (성 상품화해) 올려서 많은 이들이 볼 것이라고 예상한 여성은 없을 것 같다. 당국이 먼저 적극적으로 관리감독에 나서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 늦기 전에 법적·제도적 보완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지만, 정부 당국은 아직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고 있다. 여가부 방침에 따라 각 지자체에서 담당 업체 홈페이지나 온라인 카페 등에 불법 게시물 업로드 여부 등을 1년에 2회 지도점검하는 게 다다. 인터넷 사업자나 방송통신위원회 등과는 공조하지 않고 있다.

이런 광고를 일삼아 담당 지자체인 서울 종로구청에서 등록 취소 처분을 내린 업체도 있다. 그러나 이 업체 운영자는 배우자의 명의로 다른 업체를 운영하면서 유튜브 채널에 매일같이 광고 영상을 올리고 있다. 김 변호사는 “더 효율적인 단속을 위해 정부가 지자체, 인터넷 사업자, 방송통신위원회 등과 더 유기적으로 협력해야 한다. 지자체에서는 불법 광고 업체를 적극적으로 고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선경 여가부 다문화가족과장은 “온라인 광고가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 바로바로 단속하기가 어려운 실정이나, 광고의 사회적 영향력을 고려해 지자체와 더 긴밀히 협력해 관련업체 교육과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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