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내 유리천장이 견고한 5가지 이유
기업 내 유리천장이 견고한 5가지 이유
  • 이유진 여성신문 기자
  • 승인 2018.06.12 21:18
  • 수정 2018-06-14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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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미 연세대 교수 ⓒ미래포럼
김영미 연세대 교수 ⓒ미래포럼

미래포럼 한국30%클럽 세미나 

“기업의 이상적 근로자는 ‘남성’

구조적 문제, 제도적 디커플링으로

여성, 승진 전망 남성보다 낮아


기업 내 ‘모성 페널티’도 문제”

“조직의 성별 다양성을 위해서는 이상적 근로자를 돌봄 부담이 없는 기존의 남성 근로자에서 ‘돌봄’ 근로자로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사)미래포럼은 지난 5일 서울 강남구 유한킴벌리 회의실에서 한국30%클럽 세미나 ‘성별 다양성을 위한 조직적 조건’을 개최했다. 미래포럼은 2013년부터 한국30%클럽을 발족해 한국 사회 각 부문에서 성별 다양성(Gender Diversity)를 증진해 여성 임원 30% 달성을 위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이날 발표를 맡은 김영미 연세대 교수는 ‘왜 여전히 유리천장은 견고한가?’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국내 기업 1곳을 대상으로 사례연구를 진행했다. 1130명의 웹 조사와 중간관리자 34명의 심층 면접을 통해 △기업의 이상적 근로자는 돌봄 부담이 없는 ‘남성’인 점 △일과 가정 등 여성의 이중부담으로 인한 낮은 승진 전망 △새롭게 나타난 성별 고정관념인 ‘모성 페널티’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구조 △제도적 디커플링 등 여성 직장인이 회사에서 겪는 장애물들을 분석했다.

김영미 교수는 “기업이 원하는 ‘이상적 근로자’는 돌봄 부담이 없는 남성을 표준으로 한다”며 “여성보다 남성이 자신을 이상적 근로자에 가깝다고 인식했으며 자신을 ‘이상적 근로자’라고 생각할수록 승진전망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여성이 남성보다 승진 전망이 낮은 이유는 일과 가정에 대한 이중 부담 때문이었다. 관리자 34명 중 여성(18명)은 인터뷰 도중 1인 평균 24.7회 ‘가정’을 언급한 데 비해, 남성(16명)이 가정을 언급한 비율은 9.5회에 불과했다.

김 교수는 기업 내 “성별에 대한 새로운 고정관념이 존재한다”고 분석했다. 조사 결과, 해당 기업 임직원들은 남성에 대해 ‘잘 버티고 쿨하고 순응적이며 충성심이 있는 가장’의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여성에 대해서는 ‘못 버티고, 감정적이며 경계를 나누고 불만을 표출하며 가정에 충실해야 하는 사람’의 이미지를 떠올렸다.

이와 관련 김 교수는 “(현대 사회는) 여성을 열등한 존재로 인식하는 전통적인 성 고정관념인 ‘젠더 페널티’에서 벗어났지만, 돌봄을 수행하는 여성을 남성보다 상대적으로 무능한 존재로 보는 새로운 형태의 성 고정관념인 ‘모성 페널티’가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여성이 능력을 발휘할 수 없는 조직 구조도 원인으로 제기됐다. 특히 시간적, 공간적 헌신이 가능한 사람이 능력을 발휘하는 구조가 존재해 상대적으로 시간적‧공간적 헌신이 어려운 기혼 여성은 조직 내에서 주변화될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었다.

제도적 디커플링도 문제였다. 해당 기업은 조직 내 일‧가정양립의 필요성을 인식한 다양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었지만, 구성원들은 제도를 활용하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제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제도를 권장하는 회사와 커리어가 뒤처질 것이라는 불안감, 조직에 대한 미안함, 복귀했을 때의 부담감, 이상적 근로자상에서 벗어난다는 죄책감 등으로 제도를 사용하고 싶지 않은 직원 사이 현실적인 괴리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국내 기업에서 운영하는 일‧가정양립 제도, 가족친화제도 등 ‘탑 다운’(Top-Down) 방식의 한계도 지적됐다. 강민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여성노동연구센터장은 “한국은 그동안 여성의 경력단절을 예방하고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 주로 여성의 생애주기에 초점을 맞춰 일‧가정양립 제도를 추진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강 센터장은 “주로 우수 여성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인사제도로써 활용하는 미국, 복지차원으로 도입한 유럽과 달리 정부 차원의 개입을 통해 문화를 바꾸고자 했지만 효과는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해결책으로는 Small Wins 전략이 제시됐다. 김 교수는 “전사를 대상으로 하는 Big Wins보다는 팀에서 시작하는 Small Wins를 통해 가시적인 결과를 낳는 구체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며 “외부 전문가 관리와 함께 진단과 도구, 기준을 개발하고 인사부서의 적극적인 개입을 통해 장기적인 변화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문제는 계열사별, 직군별이 아닌 팀별, 상사에 따른 차이에 있다”며 “부하직원을 존중하며 ‘워라밸’을 고려하는 상사와 일할수록 근로자는 스스로 이상적 근로자에 가깝다고 생각하며, 일‧가정양립 제도의 사용이 권장된다고 인식한다. 승진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25년 글로벌 인사 경력의 정태희 콘티넨탈코리아 부사장은 “최근 HR(Human Resources)을 Human Relation에서 Human respect로 보는 시각이 생기고 있다”며 “조직, 팀마다 리더가 직원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된다면 직원 개개인의 주인의식, 생산성과 리더십은 자연스레 따라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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