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대 규모 여성 집회 

이철성 경찰청장 사퇴 촉구 

몰카 미러링 퍼포먼스 진행 

일부 참가자 삭발 진행도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에서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회원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열린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에서 여성 단체 '불편한 용기' 회원이 삭발식을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우리는 여자가 아닌 사람으로 살고 싶다. 머리카락을 자름으로써 이를 행동으로 보여주겠다.”  

'불법촬영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시위가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2번 출구 앞에서 열렸다. 이는 지난달 19일 1만명이 넘는 대규모 시위에 이은 두 번째 시위다. 시위에는 주최측 추산 약 2만2000명이 참석해 역대 최대 규모의 여성 집회를 기록했다. 

이날 혜화역은 경찰의 성차별 수사를 규탄하는 여성들의 붉은 물결로 가득찼다. 시위는 '불편한 용기, 불법촬영 편파수사 규탄 시위' 측이 주최했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의 남녀 차별적 수사태도를 비판하며 이철성 경찰청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삭발식에는 6명의 여성이 참가했다. 미용사가 허리까지 오는 긴 생머리 여성의 머리를 자르자 중간중간 여성들의 큰 환호와 응원의 소리가 이어졌다. 6명 중 3명은 완전히 머리를 밀었다. 주최 측은 삭발은 전 세계 모든 시위에서 강력한 의지와 물러서지 않겠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며 우리는 삭발이라는 행동으로 우리의 뜻을 전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철성 경찰청장은 홍대 몰카 사건 편파 수사를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며 “여성 경찰청장과 여성 검찰총장을 임명하라. 경찰 성비를 여성과 남성 9대1로 맞추라”고 주장했다. 이어 “몰카를 찍는 사람과 이를 유포하고 소비하는 사람 또한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이 성차별 수사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가 열렸다. 시위 참가자들이 성차별 수사 중단을 촉구하며 구호를 외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붉은색 옷을 입고 시위에 참가한 여성들은 경찰의 편파시위를 규탄하는 노래를 한 목소리로 불렀다. 이어 “수사원칙 무시하는 사법 불평등 중단하라” “여성유죄 남성무죄 성차별 수사 중단하라” “피해자 죽이는 몰카판매 규제하라” 등의 구호를 반복적으로 외쳤다. 

이들은 검찰과 경찰이 홍익대 미대 누드모델을 불법촬영한 여성을 12일 만에 구속하고 포토라인에 세운 것에 대해 “여성이 불법촬영 피해를 당했을 때와 달리 신속하고 강력하게 대응했다”며 “이는 명백한 성차별이자 '편파수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남성 불법촬영 범죄자 10명 중 8명은 벌금형이나 집행유예에 그쳤다는 점을 근거로 제시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몰카 미러링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9일 오후 서울 혜화역 앞에서 '불법촬영 편파 수사 2차 규탄 시위'가 열린 가운데 참가자들이 몰카 미러링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몰카 미러링(Mirroring) 퍼포먼스도 진행됐다. 남성안심 화장실에 들어간 한 남성이 여성들의 몰카를 통해 고통스러워 하는 장면이 연출됐다. 이들은 “한국의 현실에서 여성은 공중 화장실조차 마음 편히 가지 못한다”며 “가장 기본적인 프라이버시조차 피해 당하는 한국 여성의 현실을 미러링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3시에 시작된 시위는 오후 5시 30분이 넘는 시각까지 시위에 참석하려는 여성들로 발디딜 틈이 없었다. 계속되는 인파로 주최 측은 참가자 안전을 위해 시위 중간 자리 이동을 요구하기도 했다. 시위를 구경하던 한 남성 무리와 시위 참가자 간 시비가 붙어 여성 경찰의 통제도 이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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