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법 개정안은 여성 문제

여성노동자의 52.4%가 비정규직

연소득 2500만원 이하도 피해

“몇 천원이든 몇 백만원이든

저임금 노동자들 주머니 터는 개악”

 

민주노총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요구 거부, 최저임금 삭감법 국무회의 의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민주노총이 5일 오전 서울 청와대 분수대앞에서 문재인 대통령 거부권 행사요구 거부, 최저임금 삭감법 국무회의 의결 규탄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정부의 노동 정책이 바뀔 때마다, 최저임금 인상폭 결정 때마다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집단이 여성 노동자다. 이번 최저임금법 개정 문제는 곧 여성의 삶과 직결된다. 2017년 8월 발표된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비정규직의 급여는 최저임금과 별로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2017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여성 노동자의 52.4%가 비정규직에 속한다. 남성의 경우 34.4%가 비정규직이다. 비정규직이라고 해서 같은 게 아니다. 성별임금격차를 볼 때 남성정규직과 여성정규직의 급여 차이가 30% 가까이 나는 것은 물론, 남성비정규직과 여성비정규직의 급여 차이도 상당하다. 남성정규직의 급여를 100%으로 볼 때 여성정규직이 70.6%, 남성비정규직은 55.0%, 여성비정규직은 37.7%에 그쳤다. 이같이 OECD 국가 중 성별임금격차가 가장 벌어지는 것은 여성 노동이 저평가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연소득 2500만원 미만은 피해가 없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개정된 법에 따르면 정기상여금이 최저임금 월 환산액의 25% 또는 복리후생비가 7%를 넘는 부분을 기본급에 포함시키면 손해 보는 것은 불보듯 뻔하다. 실제로 여성 노동자가 많은 직종이 학교비정규직과 청소노동자들의 경우 상당수가 피해를 보게 된다.

학교비정규직노동자는 지난해 교육부 기준 14만682명으로 이중 여성은 90%가 넘는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은 학교장의 재량에 따라 채용하는 노동자까지 포함하면 40만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학교에서 교무실무사로 근무하는 비정규직 A씨의 연봉은 2350만원이다. 2019년도부터 개정 법이 적용되면 임금 삭감액은 2019년도 복리후생비로 연 74만원, 2024년에는 복리후생비에 상여금을 포함해 연 최대 288만원이 삭감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본급 164만2710원, 연봉액 2350만원으로 2500만원 이하 저임금노동자지만 법 개정 시 임금이 저하된다. 근속경력 1년 미만부터 4년차까지 3만5555명으로 전체 25%에 해당한다. 2019년에는 최저임금에 급식비와 교통비가 산입되면서 당장 연 75만2628원을 손해보게 된다.

2024년에는 근속경력 10년까지 해당하는 9만657명으로 전체 64%나 차지하며 연 228만원(월 19만원)의 손실액이 발생한다. 이마저도 모두 산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상여금은 제외한 금액이다. 현재 지급하는 연60만원의 상여금을 사측이 최저임금 산입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해 월5만원으로 쪼개서 지급하는 것으로 변경할 경우 2024년부터는 월급 손실액이 24만원(연288만원)에 달한다.

청소노동자 역시 임금이 저하된다. 연세대학교 송도캠퍼스의 용역 청소업체에서 일하는 B씨는 내년에 기본급이 2018년 현재 최저임금인 157만3770원에서 내년도 예상 최저임금인 181만8300원으로 올라도 월5만5902원을 손해보게 된다. 2024년 일몰제 이후에는 모든 상여금과 복리후생비가 기본급에 포함되면서 눈덩이처럼 불어나 월25만3천783원이 저하된다.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조선희 정책국장은 “자꾸 계산을 하면 할수록 복잡하게 만들어 삭감이라는 본질을 흐리게 만든 것이 정부가 만든 함정”이라며 “몇 천원이든 몇 백만원이든 저임금 노동자들의 금전적 손해가 있고 이는 저임금노동자의 호주머니를 털어서 결국 재벌 배불리는 위한 개악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는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한 사회적 합의는 최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에 대한 합의이면서 정규직과의 차별을 완화하기 위한 방법인데 그 의미가 무색해졌다는 것이다. 또 “비정규직은 매년 사측과 교섭을 봐야 하고, 정부의 정책에 휘둘린다. 이것도 비정규직에게는 너무나 힘든 일”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여성노동자회 안현정 사무처장은 “최저임금법 개정 이후 문의 전화를 많이 받고 있다”면서 “저임금 노동자 대다수가 여성이고 50, 60대이고 말이 좋아 서비스 직종이지 캐셔나 식당에서 일하면서 월급 명세서조차 나오지 않는 이들이 대다수다”라면서 “정부에 속았다”이라고 전했다.

안 사무처장은 “그동안 저소득 근로자들이 오랜 투쟁을 통해 식대, 교통비를 확보했지만, 이제는 그것을 요구할 이유조차 사라졌다”면서 “그렇다고 어렵사리 최저임금 인상폭을 높여도 사측에서 남아있는 급여항목을 넣기 위해 산입범위를 또 확대시킬 것이 불보듯 뻔한 다람쥐 챗바퀴 굴리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안 사무처장은 “성별임금격차는 더욱 벌어지고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의 삶의 질은 더욱 나빠질 것”이라면서 “현재 최저임금 논의에 성별에 대한 논의는 다뤄지지 않고 있는데 실질 피해는 여성노동자들이다. 여성계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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