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페미액션은 지금 가장 ‘핫한’ 페미니스트 단체다. 지난 1일 페이스북에 항의하는 ‘찌찌해방만세’ 시위에 참가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가현, 검은, 선물, 시원, 한솔, 해나 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은 지금 가장 ‘핫한’ 페미니스트 단체다. 지난 1일 페이스북에 항의하는 ‘찌찌해방만세’ 시위에 참가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가현, 검은, 선물, 시원, 한솔, 해나 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 페이스북 사과 받아낸 불꽃페미액션 “엄마가 자랑스럽대요”  http://www.womennews.co.kr/news/142452

불꽃페미액션은 상의 탈의 시위로써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내팽개치고 답답한 브라를 벗어던지며 여성들의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다”고 선언했다. ‘너무 급진적이라 불편하다’는 시선도 있다. 페미니스트들의 관점은 다르다. ‘여성의 몸은 음란물도 성폭력의 대상도 아니며, 여성의 몸의 주인은 여성이라는 급진적인 선언’이라는 평가가 높다.

- 이번 시위가 여러분의 목적을 이루는 데 효과적인 전략이었다고 보시나요. 

선물, 시원, 해나 : 별 고민 없었어요. 그것밖에 없다. 확 까자! 좋아요!

가현 : ‘나꼼수 비키니’ 사건처럼 여성의 삶과 관련 없는 것을 위해서 여성의 몸을 도구화한다면 문제가 될 수 있겠죠. 하지만 우리가 한 일은 정확하게 (여성의 몸 관련 이슈와) 맞닿아 있으니 별 문제 없다고 봐요.

시원 : 다른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우리가 전하려는 메시지는 분명했어요. ‘여성의 몸도 그저 몸일 뿐이다’.

선물 : 이번 시위는 제가 올해 한 일 중 제일 잘한 일이었어요.

- ‘불꽃페미액션의 의도를 떠나서 대중은 상의 탈의 시위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너무 앞서갔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해나 : 저희는 할 수 있고, 하고 싶은 일을 했을 뿐인걸요. 대중은 영원히 준비되지 않아요.

한솔 : ‘대중은 준비되지 않았다’는 말, 지겹고 오만하지 않나요. 차라리 그렇게 말하는 ‘내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하지. (일동 웃음) 조금 관대하게 보면 좋겠어요. 저도 다른 페미니스트들의 시위나 발언에 동의할 때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때도 있어요. 때론 과하거나 너무 온건해 보여도 결국 같은 길을 가려는 것이고, 여러 시도를 통해서 조금씩 길이 넓어지겠죠.

선물 : 페미니스트들이 시위를 하면 늘 아쉬운 점부터 찾더라. 소수자들에게는 늘 너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 같아요.

가현 : 예전에도 여러 시도가 있었지만, 온건한 활동만 한다고 현실이 바뀌리라는 보장은 없잖아요. 우리가 우연히 효과 좋은 걸 찾아버린 것 같아요.

검은 : 저희는 대중이 앞으로의 변화에 대비할 수 있도록 ‘예방주사’를 놓은 거예요.

가현 : 이번 시위는 앞으로 이어질 ‘센’ 변화들의 일부일 뿐이죠. 노브라, 상의 탈의 등을 처음 보고 놀랍고 신기해하는 사람들도, 거듭 보게 되면 성적 대상화하지 않고, ‘쟤네 또 저러네’ 하고 있는 그대로 우리를 봐주고, ‘나도 한번 해볼까?’ 생각하게 되지 않을까요.

한솔 : 이번 시위를 하면서 제가 그 예방주사를 맞은 것 같아요. 평소 노브라 차림으로 활동하면서도 굉장히 신경 쓰였는데, 월경페스티벌에 이어 두 번 벗고 났더니 노브라 쯤이야!

검은 : 친한 친구가 ‘(상의 탈의 시위가) 보기에도 좋지 않고 네가 걱정된다’길래, ‘걱정해줘서 고맙다. 나도 걱정스럽지만 나로 인해서 한 명이라도 더 마음 편히 노브라를 할 수 있다면 나는 얼굴을 깔 거야’라고 했어요.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2017년 4월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 회원들이 2017년 4월10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대선후보자들에게 낙태죄 폐지에 대한 약속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2016년 5월, 불꽃페미액션이 주최한 나쁜여자들의 밤길 걷기 모습. ⓒ불꽃페미액션
2016년 5월, 불꽃페미액션이 주최한 나쁜여자들의 밤길 걷기 모습. ⓒ불꽃페미액션

- 불꽃페미액션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요.

한솔 : 현재 소속 인원은 200여 명이고,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은 30~50여 명 정도예요. 어떤 이슈에 대응하는 액션이 필요할 때마다 참여자를 모집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검은 : 요즘은 가입 신청을 신중하게 받고 있어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니까요. 공동체 약속문을 읽고 소감을 구체적으로 밝힌 사람에게만 가입을 허가하는 식이죠.

가현 : 재정은 대부분 굿즈 판매, 기고 후 받은 원고료, 인터뷰비, 한국여성재단, 아름다운재단 등의 지원 사업 수행, 후원금 등으로 충당하고 있어요. 근데 남는 게 없어요. 돈이 안 돼.

선물 : 이번 시위로 불꽃페미액션이 돈 벌었겠다는 말도 들었는데 후원금 7만원 들어왔어요. 기사에 ‘그들은 생각보다 가난하다고 한다’라고 적어주세요(웃음).

검은 : 아무래도 오래 안정적으로 활동하기 어려운 환경이죠. 열심히 하다가도 6개월~1년 정도 지나면 진이 빠진달까요. 그래도 불꽃페미액션은 사라지지 않을 거예요. 끊임없이 새로운 활동가들이 들어오고 있거든요.

가현 : 우리가 존재했고 어떤 활동을 했는지 꾸준히 기록을 남겨야 하지 않을까요? 윗세대 페미니스트들의 기록이 많이 남아 있지 않아서 세대 간 단절이 더 심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선물 : 당장 특별한 계획은 없지만 ‘몸과 섹슈얼리티’ 이슈가 터질 때마다 움직일 거예요. 그게 불꽃페미액션의 활동 목표입니다. ‘낙태죄 폐지’ 시위가 열리면 참가하고, 누가 ‘빻은’ 말을 하거나 이상한 판결을 내리면 기자회견을 열고. 저희는 시류를 가장 빨리 읽고 ‘액션’에 나서는 단체이자, 몸과 섹슈얼리티 이슈에 집중하면서도 여성 해방에 기여하는 단체가 됐으면 합니다.

검은 : 여성의 실생활을 바꾸고 싶어요. 언젠가는 노브라로 딱 붙는 옷, 흰옷도 입고, 운동하다 더우면 웃통도 벗고 싶어요. 페미니스트 활동을 통해서 제 스스로가 변화하고 있어서 너무 기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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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페미액션 정기 후원 : https://www.ihappynanum.com/Nanum/B/LFXKB8MBVD

문자 후원 번호 : #7079-3838 (1건당 2000원)

후원 계좌 : 우리 1005-903-341273 불꽃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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