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꽃페미액션은 지금 가장 ‘핫한’ 페미니스트 단체다. 지난 1일 페이스북코리아에 항의하는 ‘찌찌해방만세’ 시위에 참가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가현, 검은, 선물, 시원, 한솔, 해나 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불꽃페미액션은 지금 가장 ‘핫한’ 페미니스트 단체다. 지난 1일 페이스북코리아에 항의하는 ‘찌찌해방만세’ 시위에 참가한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가현, 검은, 선물, 시원, 한솔, 해나 씨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만났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인터뷰] ‘가슴해방 시위’ 연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

페이스북코리아 성차별 조처에 항의 시위

공식 사과·게시물 복원 끌어내

“여성의 몸은 ‘음란물’ 아냐

우리의 승리, 모든 여성의 용기 되길”

지난 토요일, 웃옷을 벗고 맨가슴에 ‘나는 음란물이 아냐’라고 쓴 여성들이 강남 대로변에 늘어섰다. SNS를 뜨겁게 달군 페미니스트 단체 ‘불꽃페미액션’의 ‘찌찌해방’ 시위다.

지난달 페이스북코리아는 이들이 페이스북에 올린 상의 탈의 퍼포먼스 사진이 ‘음란물’이라며 지우고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이에 항의해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여성의 반라 사진만 음란물로 분류하는 것은 ‘여성의 신체는 성적 대상’이라는 전형적인 성적대상화이자 여성혐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불꽃페미액션이 웃옷 벗은 아주 당연한 이유 “여성 가슴이 음란물이냐” www.womennews.co.kr/news/142420) 페이스북코리아는 2일 해당 사진들을 복원하고 사과했다. 경찰은 이들의 시위가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다. 언론 보도가 이어졌고 ‘불꽃페미액션’은 주말 동안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지난 4일, 이날 시위에 참여했던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가현, 검은, 선물, 시원, 한솔, 해나를 서울 마포구 합정동 부근에서 만났다.

- 여러분의 ‘찌찌해방’ 시위 직후 페이스북이 삭제했던 사진을 복구하고 사과했습니다.

일동 : (환호하며) 우리가 승리했다!

선물 : 경찰도 우리 시위가 공연음란죄·경범죄 처벌 대상이 아니라고 밝혔더라고요. 기분이 너무 좋아요. 우리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 여성운동이 한 걸음 진보한 느낌입니다.

한솔 : 우리가 선례를 남긴 기분이에요. 모든 여성들이 당당하게 자발적으로 자기 몸을 드러낼 수 있기를, 그렇게 드러낸 몸이 음란물로 취급받지 않기를 바라요.

- 이번 시위를 어떻게 추진하게 됐나요.

가현 : 남성의 나체는 ‘인간의 몸’이고, 여성의 나체는 ‘성적 대상’으로 여겨지는 데 항의하는 퍼포먼스였죠. 지난달 월경페스티벌 때 첫 상의 탈의 퍼포먼스를 했어요.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했는데,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더니 바로 삭제된 거예요. 회원들이 분노해 5월30일 시위를 열기로 하고, 다음날 언론에 취재요청서를 보내고 그 이튿날 시위를 했습니다.

시원 : 뭐야 이게? 야, 우리 까자! 하고 아주 빠르게 진행됐어요.

해나 : 저는 시위 당일에 급히 동참하게 됐는데, 가는 길에 ‘우리 연행될 수도 있다’라는 카톡을 받았어요. 그걸 이제 말해주면 어떡해?(웃음)

가현 : 차라리 연행될 걸 그랬어. 분노의 ‘다 같이 까기’(상의 탈의) 운동이 시작됐을지도(웃음)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가슴 해방’ 운동의 역사는 길다. 1960년대 미국에선 브래지어 태우기 운동이 있었다. 2000년대 한국 페미니스트들도 여성의 자유로운 몸을 억압해 온 브라를 벗어던지는 ‘노브라 선언’을 했다. 2014년 한국여성민우회가 연 ‘이것도시위’ 참가자들은 서울 홍대 거리를 행진하며 브라를 자르는 퍼포먼스를 벌였다. 최근 한국 페미니스트들 사이에서 ‘탈코르셋’ 운동이 퍼지면서 노브라 운동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불꽃페미액션의 이번 시위처럼, 다수의 여성이 공공장소에서 퍼포먼스를 해 높은 사회적 관심과 반향을 끌어낸 사례는 드물었다.

- ‘불꽃페미액션 덕에 용기가 난다’ ‘나도 오늘 노브라로 나간다’ 등 호응이 적지 않은데요(이날 인터뷰 장소에서도 이들을 알아본 시민이 ‘응원한다’며 격려했다).

선물 : 감사합니다! 이 맛에 여성운동을 하죠!

검은 : 저희 어머니는 제게 ‘자랑스럽다’고 하셨어요.

한솔 : 직장 동료가 제게 ‘기사 뜬 거 봤다’고 해서 좀 놀랐는데, 비난하거나 비웃는 사람은 없었어요.

가현 : 근데 페이스북에선 ‘쟤네 미쳤나 봐’ 하던데.

검은 : 맞아. 페북 악플 삭제하다가 정신이 삭제될 뻔했어.

한솔 : 하지만 너무 1차원적인 공격이라서 저는 별 타격을 받지 않았어요.

검은 : 악플 유형이 너무 전형적이에요. 장애인 혐오, ‘얼평’, ‘니애미’ 등 부모 드립....

선물 : 저희 엄마는 ‘여성운동 그만하면 안 돼?’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돈은 보내주셨어요 (웃음)

- 악플 탓에 충격도 컸을 것 같아요.

가현 : 사실 제 내면에선 전쟁이 벌어지고 있어요. 사진 속 제 뒷모습을 보고 ‘등살 접혔다’ ‘셀룰라이트 봐라’ 하는데 당연히 상처받죠. 내가 좀 날씬했다면 우리가 덜 욕먹었을까?

선물 : 뱃살 사진을 캡처해선 ‘이거 설마 뱃살이냐?’라고 하고, 일베에선 ‘이런 얼굴이니까 페미하지’라는 글도 봤어요. 만약 내가 날씬했더라면 ‘왜 예쁜 애가 페미하냐’ ‘예쁘니까 얼굴 공개했다’ 했겠지?

해나 : 페미니즘을 공부하면서 저를 미워하지 않으려고, 다른 시선으로 보려고 노력했는데 그런 댓글들을 보면 익숙한 자기혐오로 되돌아가는 것 같아서 우울했어요.

가현 : 얼굴을 드러내면 ‘남자 아니냐’ ‘수염 봐라’ ‘찌찌해방 아니고 뱃살해방 아니냐?’ 따위의 댓글이 달리고, 얼굴을 가리면 ‘왜 가렸냐’고 하죠.

선물 : ‘얼굴 왜 가리냐’라니 너무 화나요. 왜 멋대로 평가하지? 상의 탈의 시위 중 마스크를 착용한 분들도 있었는데 저는 얼굴을 드러냈거든요. 그랬더니 제 사진 보고 ‘얘는 얼굴 깠으니까 인정한다’ 이래요. 졸지에 ‘오빠가 허락한 페미니즘’을 하게 됐습니다(웃음).

시원 : 소수자들이 마스크를 쓰고 시위하도록 압력을 받는 사회는 소수자 혐오가 굉장히 심한 사회라고 봐야죠.

검은 : 우리 시위 사진을 보고 ‘딸쳐야지’ 하는 사람도 있었어요. 정말 소름 돋았어요.

선물 : 그건 진짜 성희롱이잖아.

검은 : 제 SNS 계정으로 ‘잦박꼼’(여성 성기에 남성 성기를 삽입하면 꼼짝 못한다는 뜻의 은어), ‘보전깨’(마음에 들지 않는 여성의 성기에 전구를 넣고 깨버린다는 뜻의 은어), 염산 테러 예고 등 협박 메시지를 보내는 사람들이 있어요. 청와대 홈페이지엔 ‘불꽃페미액션 사형 청원’도 올라왔더라고요. 눈물이 났어요. 나는 왜 이렇게 미움받아야 하지? 진짜 혐오와 폭력을 저지르는 사람들이 누군데.

가현 : 심각한 모욕을 당해도 고소하기가 망설여져요.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이후 여성 시위 참가자들을 겨냥한 악성댓글이 많았잖아요. 저를 포함해 여러 피해자들이 민변 여성위원회와 함께 댓글 작성자들을 고소했는데, 힘만 들고 결과는 별로였거든요. 한 명만 벌금 30만원 나오고 대부분 불기소 처분, 기소유예로 끝났어요.

이어보기▶ 불꽃페미액션 “‘노브라’ 할 권리 위해 계속 싸울것” http://www.womennews.co.kr/news/1424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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