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민선 4기 중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골목에서부터 형상해왔다. 원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변에 묻혀 있었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내고 묶어냄으로써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갖춘 도시재생 콘텐츠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대구 중구 근대 골목이다. ⓒ대구 중구청
2006년 민선 4기 중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부터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골목에서부터 형상해왔다. 원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변에 묻혀 있었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내고 묶어냄으로써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갖춘 도시재생 콘텐츠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대구 중구 근대 골목이다. ⓒ대구 중구청

윤순영 대구 중구청장(사진)은 민선 4기부터 내리 3선을 한 유일한 기초단체장이다. 지역 여성계는 3선 연임제한으로 기초단체장에 더 이상 출마할 수 없는 윤구청장의 행보에 관심을 집중하고 있다. 3선 여성 단체장으로 12년 동안 그가 쌓아온 이력이 골목에서뿐만 아니라 큰 길에서도 활용되길 희망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남성중심의 대구경북에서 ‘유리천장’은 견고하다. 광역단체장은 어느 정당에서도 여성후보를 내지 못했다. 여성인재가 없다는 것이 이유이다.

“능력이 있어도 여성보다는 남성이라는 관점이나 현재의 공천제도가 존재하는 한 이러한 현상은 계속될 것입니다. 여성들의 정치 진입 확대를 위한 지속적인 프로그램 마련과 정치를 지향하는 여성들이 정당이나 시민사회단체에서의 적극적 활동도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민선 4기 여성전략공천으로 구청장이 되었어요. 재선 때는 다른 구를 여성전략공천 지역으로 정해달라고 했는데 여성의 정치 확대를 위해서죠. 지금껏 중구에서는 연임 구청장이나 국회의원이 거의 없었어요. 제가 3선이 될 수 있었던 건 중구를 위한 저의 노력을 주민들이 인정해주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발전과 개발로 파묻히고 사라질 뻔 했던 근대의 역사를 땅 위로 이끌어 내고 12년의 임기를 한 달 남기고 있는 윤 구청장을 5월 30일 그의 집무실에서 만났다.

2006년 민선 4기 중구청장으로 취임하면서 윤구청장은 대구의 역사와 문화를 골목에서부터 형상해왔다. 원도심 지역 활성화를 위해 주변에 묻혀 있었던 근대문화유산을 찾아내고 묶어냄으로써 그 지역의 정체성을 갖춘 도시재생 콘텐츠 만들어낸 것이다. 바로 대구 중구 근대 골목이다.

‘근대골목’의 계기는 민족시인 이상화 고택보존과 연결된다. 대구시가 고택을 허물고 소방도로를 만들겠다고 발표하자 이를 저지하는 시민운동이 전개되면서 2002년 ‘민족시인 이상화고택보존운동본부’가 출범했다. 당시 분도문화예술기획 대표로 재직 중이던 윤구청장이 공동대표를 맡았다. 그리고 2008년 이상화 고택은 옆에 있던 서상돈 고택과 함께 단장된 모습으로 재탄생했다.

“단재 신채호 선생의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는 말처럼 역사를 안다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이상화고택을 지켜야했던 것은 문화재로도 소중하지만 그 속에 살았던 그들의 충정과 정신이 담긴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공간인 고택과 길, 건물을 복원하고 보존하는 것은 후손들이 올바른 역사를 배워 미래를 굳건히 다져가자는 의미도 담겨 있습니다.”

 

중구민들과 함께 하면서 생각을 나누고 사업을 제안하자면 이견도 있었을 것이다. 그는 어떻게 풀어갔을까.

“제가 중심이 아니라 그 동네 살고 있는 사람들이 중심입니다. 골목에 묻혀있던 시대정신을 나누다 보면 어느덧 함께 만들고 그려가고 있었습니다.”

그는 중구에 살고 싶다는 주민의 정주의식을 높이고자 여성친화도시, 아이가 안전한 도시, 일상생활의 편리함, 범죄로부터 안전한 도시를 만들고자 집중해왔다. 또한 관광객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조건을 만들며 관광과 고용의 경제효과도 얻었다.

동성로 노점상 정리로 시작된 중구 도심재생사업은 근대골목길투어,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 대구읍성 상징거리, 청라언덕 선교사주택, 3.1만세길, 계산성당, 이상화, 서상돈 고택, 뽕나무골목, 영남대로, 종로, 진골목, 화교협회, 남산 100년 향수길, 순종황제 어가길로 이어져 ‘한국관광 100선’과 ‘한국관광의 별’로 선정되는 등 중구를 넘어 대구 이미지 변화에 영향을 끼쳤다.

“대구 중구는 역사의 중심이고 뿌리이지만 한정된 공간, 높은 지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개발 여건이 타 지역에 비해 열악했어요. 동성로를 가득 메웠던 200여개의 노점상 정비는 결코 쉽지 않았지만 공공디자인 개선사업이후 도심재생사업의 모범사례로 타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었습니다. 재래시장 근처의 우범지역이었던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수 년간 우리 구와 지역의 문화예술인이 함께 만든 대표적인 곳으로 지금은 그 전체가 관광지예요.”

주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것이 구정 철학이다. 주민들과 늘 함께하면서 빚어낸 결과들이 지금 중구의 모습이다.

“이해 당사자들의 다양한 욕구, 구도심이 발전하면서 발생하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 열악한 구 재정, 발목 잡는 각종 규제 등 너무 많았습니다. 이러한 문제를 풀어가고자 의회와 전문가그룹, 지역민들과 함께했지요.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방지하기 위한 ‘지역상권 상생협력에 관한 조례 제정’, ‘임대인과 임차인간에 자율적인 상생협약 체결’ 등 공공기반시설 지원과 환경개선 사업비 지원 등을 통해 지역상권 보호와 육성에도 중점을 두었고요.”

열악한 지방재정으로는 한계가 있어 사업을 추진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지만 사업비확보를 위한 중구만의 전략을 펼쳤다. ‘정부의 공모사업신청’이다.

“12년 동안 추진해온 도심재생사업이 비슷한 맥락으로 이름만 바뀌었어요. 2006년에는 ‘공공디자인 개선사업’, 2009년에는 살기좋은 도시만들기 사업, 2012년에는 도시활력증진지역개발사업, 관광활성화 사업으로 불린 중앙부처의 각종 공모사업에 신청하여 사업비를 확보한 것이지요. 재정의 열악함을 극복하며 주민들과 함께 해온 도심재생으로 대구를 찾는 관광객이 한해 200만 명이 넘어 중구의 브랜드로 민선 7기에도 계속 이어져가길 희망합니다.”

윤구청장은 자치분권위원회 위원으로 위촉되었다. 전국 21명의 위원이 3개 분과로 나뉘어 활동 중이다. “전국시군구기초단체장협회에서 3선된 단체장만 추천했어요. 위원회 일에 집중하라는 뜻이겠지요. 그동안 지방분권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그동안 쌓아온 경험들을 나눌 계획도 하고 있어요. 사무실을 내어 도심재생관련 특강과 디자인도 하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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