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3월 1일 시작된 KTX 해고 여승무원의 투쟁은 간접고용에 맞선 싸움인 동시에 성차별에 맞선 싸움이기도 합니다. 이들은 직장을 잃고 13년째 거리에서 겨울을 보내고 있습니다. ‘봄’이 올 때까지 여성신문은 KTX 해고 여승무원들의 목소리를 전하겠습니다.

 

26살에 KTX 승무원 합격

해고 후 결혼, 두 아이 엄마로  

아기띠 두르고 시위 현장 나와 

“남편은 든든한 지원군… 

아들은 학교서 엄마 자랑”

 

지난 1일 서울역 천막 농성 현장에서 만난 KTX 해고승무원 문은효씨가 인터뷰 도중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지난 1일 서울역 천막 농성 현장에서 만난 KTX 해고승무원 문은효씨가 인터뷰 도중 미소를 보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생에 처음이자 마지막 직장으로 돌아오길 꿈꾼 지 13년. 모집 공고대로 정규직 채용을 요구하며 파업에 동참한 20대 사회초년생은 이제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양승태 사법부와 전 정권의 ‘재판 거래 의혹’은 그간 육아와 재취업으로 흩어져 있던 KTX 해고승무원들을 한자리에 모이게 했다. 지난달 24일부터 진행되고 있는 ‘서울역 천막 농성’ 현장에서 만난 KTX 해고승무원 문은효(38)씨는 “일주일이면 끝날 줄 알았던 시위가 12년 넘게 계속될 줄 꿈에도 몰랐다”며 “‘복직’을 꿈꾸며 희망과 절망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고 했다.

26살 KTX 승무원에 합격해 안정적인 미래를 꿈꾸던 문씨의 기대는 얼마 안 가 산산조각이 났다. 당초 공고와 달리 문씨와 동료들은 코레일 자회사인 한국철도유통에 ‘계약직’으로 고용됐다. 2006년 3월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동료들과 파업을 벌였지만 자회사로 이적을 거부한 280여명은 그해 5월 전원 해고됐다. 이후 문씨는 지금까지 동료들과 함께 힘들고 지루한 싸움을 벌이고 있다. 해고 무효 소송을 이어온 이들은 1심과 2심에서 잇따라 승소했지만, 지난 2015년 코레일에 직접 고용된 근로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대법원에서 패소했다. 그 사이 남편을 만나 결혼을 했고, 두 아이도 낳았다. 하지만 이력서에 드러날 ‘파업’의 공백을 설명할 길이 없어 해고승무원이자 주부로서의 삶을 살았다. 그를 비롯한 동료들도 마찬가지였다. 엄마가 된 문씨는 아기 띠를 두르고 시위 현장으로 나왔다. 남편은 든든한 지원군이었다. 시위를 나갈 때면 “오늘도 잘하고 오라”며 응원을 아끼지 않았다.

문씨는 아이를 품에 안고 시위 현장에 나왔던 지난날들을 떠올렸다. 2010년 엄마 품에서 1심 승소의 기쁨을 함께한 8개월의 아이는 어느덧 초등학생이 됐다. “아들한테 이전 기사 사진이나 영상을 보여주면서 ‘너도 여기 있다’고 말해 줘요. 엄마가 정당한 권리를 주장해 이전 직장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설명해주면서요. 아들은 동네방네 ‘우리 엄마 TV에 나오는 사람’이라고 자랑해요. 나쁜 일을 바로잡는 사람이라고요. 딸아이는 아직 어려서 잘 모를 거예요.” 그는 “함께하던 동료가 점점 줄어드는 걸 볼 때마다 불안할 때도 많았다”면서도 “한 명이라도 힘이 된다면 같이 버텨야한다는 마음이었다”고 털어놨다. “매번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하지만 이제는 내 딸과 아들이 제대로 된 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이 싸움을 포기할 수 없어요. 그러니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붙잡을 수밖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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