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 앞 시위

남성의 가슴 사진은 그대로 두고

여성의 상의 탈의 사진만 삭제하자

페이스북에 항의 의미로 퍼포먼스

논란 커지자 페이스북 사진 복원

불꽃페미액션 “여성의 몸이 성적대상화되지

않는 날까지 투쟁하겠다” 밝혀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들은 2일 페이스북코리아가 남성 상의 탈의 사진은 그대로 두는 반면, 여성들이 직접 올린 가슴 노출 사진은 삭제한 행위에 대해 항의의 뜻으로 상의 탈의 시위를 벌였다. ⓒ불꽃페미액션

여성단체 활동가들이 2일 서울 강남구 페이스북코리아 사옥 앞에서 웃옷을 벗고 “여성의 몸은 음란물이 아니다”라고 외쳤다. 이들은 자신들의 상의 탈의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일방적으로 삭제한 페이스북코리아의 차별적 규정을 시정할 것을 요구하기 위해서 이같은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불꽃페미액션’ 활동가 8명은 이날 오후 1시 페이스북코리아 앞에서 자신들이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상의 탈의 사진을 삭제한 페이스북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웃옷을 벗는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들은 낙태죄 폐지, 월경, 자위, 천하제일겨털대회 등 여성의 몸과 섹슈얼리티를 주제로 여성해방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 그룹이다.

불꽃페미액션이 시위에 나선 까닭은 페이스북코리아가 여성의 몸을 몰래 촬영한 불법촬영물은 그대로 두고 자발적으로 올린 상의 탈의 사진을 ‘음란물’로 규정하고 삭제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지난달 26일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에서 열린 ‘월경페스티벌’ 행사에서 남성의 나체는 ‘보편 인간의 몸’으로 인식되지만 여성의 몸에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부여한다며 상의를 탈의하고 ‘찌찌해방만세’라는 이름의 퍼포먼스를 진행했다. 당시 촬영한 사진을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렸으나,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곧바로 이 사진을 삭제하고 규정 위반으로 계정 1개월 정지 처분을 내렸다. 상의 탈의 사진이 ‘나체/성적행위에 관한 게시물’로 분류된 탓이다.

페이스북은 이전에도 여성의 노출을 이유로 퓰리처상을 받은 보도사진이나 예술작품 사진을 삭제해 논란을 빚은 바 있다. 베트남전 참상을 가장 잘 표현한 사진으로 유명한 ‘네이팜탄 소녀’ 사진도 페이스북이 ‘어린이 누드’라며 삭제해 노르웨이 총리까지 나서서 비판하는 일이 있었다. 또 페이스북은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있는 구스타브 쿠르베의 작품 ‘세상의 기원’을 촬영한 사진도 수차례 삭제한 바 있다.

이날 시위 과정에서는 웃옷을 벗은 활동가들과 이를 저지하는 경찰들 사이에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이 이들에게 공연음란죄 등을 적용해 체포할 수 있다고 발언해 또 다른 논란을 예고했다.

 

페이스북코리아가 2일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불꽃페미액션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불꽃페미액션
페이스북코리아가 2일 삭제한 사진을 복원하고 불꽃페미액션 측에 사과의 뜻을 밝혔다. ⓒ불꽃페미액션

논란이 커지자 페이스북코리아 측은 이날 삭제된 사진들을 복원하고 불꽃페미액션 측에 사과 입장을 전했다. 단체는 페이스북의 사과 메시지와 함께 “게시물 탈환을 완료했다”며 “여성의 몸이 성적대상화되지 않는 그날까지 투쟁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앞서 불꽃페미액션 측은 상의 탈의 사진을 자신들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리면서 “농구장, 축구장에서 웃통을 벗은 채로 운동을 하는 남성들을 많이, 그리고 쉽게 볼 수 있다”며 “여성들이 그렇게 운동하는 것을 되물었다. 이들은 “아마 없을 것”이라며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아 왔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가 찌찌해방에 집중하는 이유는 사회로 하여금 가려지도록 강요받기 때문”이라며 “숨을 쉬기 위해 노브라를 한 여성은 남성을 유혹한다는 음란의 대상으로 본다”고 말했다.

아래는 불꽃페미액션의 ‘찌찌해방만세’ 전문이다.

 ‘찌찌해방만세’

우리는 농구장, 축구장에서 웃통을 벗은 채로 운동을 하는 남성들을 많이, 그리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혹시 여성들이 그렇게 운동하는 것은 보셨나요? 아마 없을 겁니다. 여성의 몸은 ‘섹시하게’ 드러내되, ‘정숙하게’ 감춰야 하는 이중적인 요구를 받아 왔기 때문입니다.

브라는 ‘예쁜’ 모양의 가슴을 유지하고, ‘조신하게’ 젖꼭지가 보이지 않도록 여성에게 강요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이 브라는 여름엔 땀이 차고 가렵고 답답하며, 겨울엔 체온유지에 하등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브라는 여성의 몸 속 혈액의 순환과 소화, 호흡 등 건강 전반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또한 여성의 나체는 ‘음란물’로 규정이 되어, 온라인 사이트에서 강제삭제 당하거나 젖꼭지만 모자이크 처리되어 남성들의 조리돌림감으로 사용됩니다.

하지만, 남성의 나체는 '보편 인간의 몸'으로 인식되어 삭제나 모자이크 처리 없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집니다.

월경페스티벌에서 불꽃페미액션은 여성의 몸에 부여되는 남성중심적 ‘아름다움’과 ‘음란물’의 이미지를 내팽겨치고, 답답한 브라를 벗어던지며 여성들의 몸을 있는 그대로 드러냈습니다.

“찌찌해방만세”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 여성의 몸을 더 자유롭고 건강하게 만드는 데에 보탬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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