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오후 한국YWCA연합회에서 라돈 침대 사태와 시민안전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30일 오후 한국YWCA연합회에서 '라돈 침대' 사태와 시민안전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이유진 기자

피부질환·갑상선 등 피해호소 

정부, 피해자 전수조사 실시해야 

A씨 “저와 제 아내, 아들 딸 모두 대진침대 매트리스를 사용했습니다. 딸은 지난해 10월 백혈병으로 세상을 떠났는데도 변호사는 라돈과 백혈병의 연관관계를 어떻게 입증할 수 있겠냐고 되묻습니다. 저는 최근 폐 결절 진단을 받았고, 아내는 갑상선에 물혹이 생겼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피해를 입증해야할지 막막합니다.” (2009년부터 그린헬스1, 웨스턴슬리퍼 사용)    

B씨 “대진침대를 사용하며 임신 기간 내내 입덧이 너무 심해 10달 동안 집에 누워 있었습니다. 전문가에게 산모나 태아한테는 아무런 영향이 없냐고 물었더니 라돈은 폐암 말고는 전혀 문제가 없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임산부에게, 그리고 태아에게 정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지 정확한 정보가 필요합니다.” (8년간 뉴웨스턴슬리퍼 사용)

30일 오후 2시 한국YWCA연합회에서 ‘라돈 침대’ 사태와 시민안전 긴급좌담회가 열렸다. 한국YWCA 등 총 11개 소비자·환경 시민단체가 주최한 이번 좌담회에는 대진침대 매트리스 피해자들이 참석해 그동안 겪은 다양한 질환을 호소했다.

대진침대피해자온오프통합모임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총 112명의 설문 참가자 중 가장 많은 질환을 차지한 것은 ‘피부질환’(41명)이었다. 이어 갑상선 관련 증상(26명), 기침(23명), 두통(19명), 무기력증(19명) 등이 뒤를 이었다. 어지럼증(13명), 호흡곤란(13명), 불면증(10명), 비염(10명), 코피(9명)를 호소한 피해자도 있었다.

1372 소비자상담센터에서 지난 5월 4일부터 5월 17일까지 대진침대 관련 상담 1518건을 분석한 결과, 소비자들이 건강상 문제로 호소한 상담은 142건으로 분석됐다. 상담내용으론 호흡기질환(17.1%)에 대한 문의가 가장 높았고, 피부질환(14.1%), 암(11.7%), 천식(10.2%), 폐질환(9.3%) 순이었다. 또한 갑상선 암 관련 상담 등 갑상선질환(10.7%), 난임·유산·산부인과 질환(7.8%)도 뒤를 이었다.

2008년부터 대진침대를 사용했다는 여성 소비자 C씨는 “남편이 피부질환으로 병원을 다니고 있고, 3년 전 저는 피부암 수술을 받았다”며 “작년부터 심근경색 등 여러 질환을 겪고 있는데 한국원자력의학원에서는 폐암 말고는 연관관계가 크게 없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여성 소비자 D씨(60)는 “2015년 12월 웨스턴슬리퍼를 구매했는데 이후 유방 쪽에 문제가 발생해 제거 수술을 받았고, 어지럼증과 호흡곤란 등으로 병원이란 병원은 다 다녔다”며 “피해자가 직접 병원에 가서 진단을 받고 피해사실을 입증해야 하는 게 말이 되나. 정부차원의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피해자들은 라돈 침대가 폐암 이외의 연관성은 없다고 발표한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주장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이들은 “정부는 피해자 전수 조사를 해야 한다”며 “감마선을 포함한 방사선 방출 여부를 과학적으로 측정하고 그 수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매트리스 전량을 조속하게 수거·폐기하고 직간접적인 피해에 대한 배상을 즉각 실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혜정 시민방사능감시센터 운영위원장은 “음이온가공제품 이용에 대한 시민안전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천연방사성핵종 수입 및 유통·가공 제품 판매 전반에 대한 민관합동 실태조사 △모나자이트 및 천연방사성 핵종의 생활밀착형 가공제품 사용금지 및 성분 표기 의무화 △관련 생활제품 특허 불허 △강력한 규제 정책 마련 △라돈침대 피해자 건강조사 및 추적관리 시행 등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