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희대·서울대 등 남성 6명 연루

카톡방 성폭력 사건 피해자X

연인이었던 가해자A, 지인들과

사진 공유하고 언어성폭력 동조

카톡 속 더 많은 피해자 있다는

사실 알고 어렵게 공론화 결정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대학가 일대일 카톡방 성폭력 사건 대자보가 붙어 있어 학생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0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중앙도서관 게시판에 대학가 일대일 카톡방 성폭력 사건 대자보가 붙어 있어 학생들이 유심히 살펴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대학가 ‘카톡방(카카오톡 대화방) 성희롱 사건’ 피해자X는 30일 “더 이상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공론화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인이었던 가해자A는 또 다른 가해자인 5명의 지인들과 카톡방,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연인이었던 피해자X의 사진과 개인 신상을 공유했고 연인과의 사생활을 공공연히 발설하며 유희거리로 삼았다. 가해자들은 X 뿐만 아니라 알고 지내는 수많은 여성들을 몸매를 품평하고 성적 대상화하고 섹스 대상으로 취급했다. <관련 기사: ‘일대일 카톡방’ 성희롱은 ‘사생활’이라는 남학생들 http://www.womennews.co.kr/news/142300>

X는 지난해 11월 연인 관계였던 가해자A에게 노트북을 빌려 사용하던 도중 페이스북 메신저에서 A가 지인들과 나눈 대화를 보게 됐다. X는 당시를 떠올리며 “둘만의 사생활 부분에서만큼은 정말 믿었던 남자친구였기에, 보자마자 머리가 새하얘지고 숨이 안 쉬어져서 꺼이꺼이 울었다”고 심경을 전했다. A는 지인들에게 X와의 사생활을 거리낌 없이 이야기했고 지인들은 성희롱을 마다하지 않았다. A가 건넨 휴대전화에서 발견한 카톡에서도 “충격적인 대화”를 발견했다고 했다. X는 카톡 대화 내용을 받았고, 가해자들에게 사과문을 요구해 일부 받았다.

 

가해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 일부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가해자들이 나눈 카카오톡 대화 내용 중 일부 ⓒ서울대 총학생회 산하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X는 “사과문을 받을 당시에는 공론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었다”며 “이들이 이런 짓을 또 할 수도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받아둔 것”이라고 설명했다. 카톡방 성폭력의 피해자가 된 X는 가해자들이 자신의 신상을 구체적으로 알고 있다는 점도 두렵다고 했다. 실제로 가해자B와 C는 연락처를 알려준 적도 없는데 X의 개인 SNS 계정을 찾아내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기도 했다.

X는 “카톡방에는 저 말고도 다른 피해자들이 있었기 때문에 알려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제가 6개월 넘게 피폐해진 만큼 그들도 공론화를 통해 자신의 행위를 반성하고 무엇이 문제인지 깨닫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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