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분노를 넘어 투쟁하고 쟁취해야 한다
[김형준의 젠더 폴리틱스] 분노를 넘어 투쟁하고 쟁취해야 한다
  •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정치학
  • 승인 2018.05.30 15:23
  • 수정 2018-06-01 16: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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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3 지방선거가 이제 열흘 정도 앞으로 다가왔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5월 24일 북한을 향해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으로 인해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면서 북미 정상회담 취소를 전격 발표했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27 남북 정상회담 이후 한 달 만에 문재인 대통령과 2차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비핵화 의지를 재천명함으로써 북미 정상회담 재개 가능성이 높아졌다.

여하튼 북·미 정상회담과 같은 굵직한 대형 이슈로 인해 지방선거 자체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그런데 중앙선관위의 유권자 의식조사(5월16~17일) 결과는 전혀 달랐다. 유권자 10명 중 7명 이상(77.6%)이 이번 선거에 관심이 있으며, ‘반드시 투표하겠다’는 ‘적극 투표층’이 70.9%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2014년 지방선거 직전 조사 때 64.9%가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한 것과 비교하면 12.7%포인트(p) 증가한 것이다.

적극 투표층은 55.8%에서 15.1%p가 증가했다. 연령대별로 ‘적극 투표층’을 분석해보면 19세를 포함한 20대가 54.3%, 30대 75.7%, 40대 71.0%, 50대 72.7%, 60대 이상 77.7%인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것은 현 여권에 우호적인 30대 적극 투표층이 42.5%에서 75.7%로 30.5%p, 40대는 54.3%에서 71.0%로 16.7%p 늘었다. 반면, 60대 이상은 74.7%에서 77.7%로 3%p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30대의 실제 투표율은 20대(48.4%)보다도 낮았다. 40대는 53.3%였고, 50대 63.2%, 60대 74.4%, 70대 이상은 67.3%였다. 그런데 30대 적극 투표층이 이렇게 급상승한 것은 촛불 시민 혁명 이후 더욱 진보화되면서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는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선거 관심에 대한 높은 열기에도 불구하고 우려했던 일이 현실화됐다. 각 정당의 후보 공천에서 남성과 여성 간의 불균형이 전혀 해소되지 않았다.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입후보자 71명 중 여성은 6명(8.5%)뿐이었다. 거대 정당 중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단 한 명도 공천하지 않았고 자유한국당과 정의당에서 각각 1명씩 공천했다. 226개 기초 단체장 선거에 출마한 755명의 후보자 중 여성은 35명(4.6%)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 여성 후보(40명)가 5.8%였던 것과 비교하면 오히려 퇴보한 것이다. 민주당(219명) 기초단체장 여성 후보는 11명(5.0%), 자유한국당(187명)은 9명(4.8%), 바른 미래당(99명)은 4명(4.0%), 민주평화당(44명)은 2명(4.5%), 정의당(15명)은 1명(6.7%)이었다. 광역의회 지역구 선거와 기초의원 지역구 선거의 경우, 여성 후보 비율은 각각 14.6%와 18.7%였다.

불균형 공천에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거대 정당들이 국민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민주당 당헌·당규에는 ‘공직선거·지역구 선거 후보자 추천에 있어서 여성을 30% 이상 포함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자유한국당 당헌(110조)에는 지방선거에 여성 우선추천지역 규정이 있었지만 실현되지 않았다. 미투 운동의 확산으로 정치권에서 여성 정치인에 대한 공천을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이번 공천에서 여성 후보자가 상대적으로 검증 과정에서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그렇다면 이런 참담한 현실 속에서 여성은 무엇을 해야 하나? 민주당은 공직 후보자 심사 단계에서는 15%, 심사 단계를 통과해 경선에 돌입하면 25%의 가산점을 부여했다. 이런 허황된 경선 가산점 제도로는 여성들이 공천을 받기는 하늘의 별을 따는 것만큼 어렵다. 이제 여성 유권자들이 여성 단체들과 연대하고 협력해서 투쟁해야 한다. 실상 호주제 폐지 운동 이후 여성계는 이렇다 할 운동을 펼치지 못했다. 2020년 총선에 대비해 ‘지역구 30% 여성 공천 제도화’를 위한 대장정에 나서야 한다. 분노만으론 세상을 바꿀 수 없다. 투쟁해서 쟁취해야 한다. 지금부터 시작해야 한다.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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