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창업가 점점 느는데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 

벤처 투자계 90% 이상이 남성

여성 창업 액셀러레이터 손에 꼽아  

활용할 네트워크 부족 

남성 투자자 설득 어려워 

 

여성 창업가는 점점 느는 반면 창업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Pxhere
여성 창업가는 점점 느는 반면 창업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Pxhere

여성 창업가는 점점 느는 반면 창업 투자 생태계는 여전히 남성 위주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성 창업가를 지원하는 스타트업 액셀러레이터, 창업지원 기관 또한 여전히 부족해 창업 생태계에도 젠더 관점의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의 2017년 창업기업 실태에 따르면, 전체 200만1674명의 창업자 중 여성 창업자는 38.5%였다. 창업 시 장애요인은 ‘창업자금 확보에 대해 예상되는 어려움’(67.4%)이 가장 높았고, 필요 창업 지원정책으로도 초기단계 금융지원(45.6%), 성장단계 금융지원(16.4%) 등 ‘자금’ 관련 요구가 높았다. 하지만 창업 이후 추가 필요자금 조달 방법으로는 정부 출연금, 보조금은 1.3%, 벤처캐피털 투자는 0.3%에 불과했다.

이미 남성 위주의 투자 관점이 형성된 스타트업 생태계에서 여성 창업가들이 살아남기란 ‘하늘의 별 따기’다. 벤처 투자계 약 90% 이상은 남성으로 구성돼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여성 투자 심사역은 57명으로, 전체 747명 중 7.1%에 불과하다. 2018년 기준 총 심사역은 200여명이 증가한 953명이지만, 여전히 여성 투자 심사역 비중은 매우 낮다.

여성창업 지원기관도 찾아보기 힘들다. 특히 국내 여성 창업자를 중점적으로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들을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WISET), 한국여성벤처협회, 여성기업종합지원센터 등 소수 기관이 그나마 여성 벤처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처럼 물리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이들이 활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는 부족한 실정이다. 여성 기업가들의 연대가 활성화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 남성 위주의 네트워크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었다. 여성창업가 A씨는 “창업 초기에는 여러 사람들과 만나 네트워킹하는 것에 서툰 여성 창업가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남성 투자자들을 설득하는 과정 또한 어렵게 느낀다”고 말했다.

여성이라는 이유로 투자와 전혀 상관없는 요구를 받고 불쾌한 상황에 노출되기도 한다. 여성창업가 B씨는 “초기 투자를 받으러 다니는 여성 창업가들에게 투자자는 어려운 상대일 수밖에 없다”며 “투자 관련해서 이야기를 하자더니 모텔 비밀번호를 알려주는 VC도 있었다. 성별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불평등한 대우를 받아 불쾌했다”고 토로했다.

여성 기업가의 창업이 교육·돌봄 서비스 등의 영역에 몰려 있는 것도 원인 중 하나다. 경쟁이 치열한 만큼 투자 및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에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기 쉽지 않다. 특히 보건업 및 사회복지 서비스업(59.7%), 숙박 및 음식점업(52.2%),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51.2%)이 남성 창업자보다 여성 창업자가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 투자에도 젠더관점 필요” 목소리 높아

다행히 최근 젠더관점의 투자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소셜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에스오피오오엔지(Sopoong)는 지난 3월 ‘젠더 안경을 쓰고 본 기울어진 투자 운동장’을 발간했다. 에스오피오오엔지는 보고서를 통해 “젠더편향적인 투자생태계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투자자와 액셀러레이터는 물론, 창업가까지도 젠더 렌즈를 끼고 자신의 역할을 다시 바라보기를 제안한다”며 “투자자는 좁게는 지분투자나 대출 투자, 재무적 훈련뿐만 아니라 넓게는 투자자와 창업가 사이의 권력관계나 사적인 편견이 젠더편향적으로 투자 프로세스에 작용하는지를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문제 해결을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900억원 규모의 여성기업 전용 벤처펀드를 추가로 조성했으며 이는 2022년까지 5년간 성장 유망 여성기업을 발굴·투자하는데 사용된다. 초기 여성창업가 전용 프로그램, 여성기업 전용 특별보증 사업을 신설하겠다는 계획도 내놨다. 여기에 중소기업 지원사업 평가인력 30%를 여성위원으로 채우고 여성기업 차별금지도 명문화했다.

하지만 아직은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여성 창업가들은 “투자 유치에 어려움을 느끼는 여성 창업가를 위한 종합 지원 액셀러레이터가 생겨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양효진 베베템 대표는 “스타트업 업계에선 여성 사업가가 적기도 하고, 여성 위주의 아이템이 별로 없다. 페미니즘적인 측면에서의 접근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며 “때론 여성주의적인 시각이 대박 아이템을 불러오기도 한다. 스타트업에서도 성별 분업의 틀을 깨야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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