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트 매칭 프로그램 인기

현재 베트남의 젊은이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되고 있는 어플리케이션을 고르자면 단연 Rudicaf를 꼽을 수 있다. Rudicaf는 남성과 여성 회원들을 매칭해 데이트까지 성사시켜주는 서비스인데 회원으로 가입하기 위해서는 학사 학위 이상을 소지해야 하고 남성은 월 소득 1200만 동(약 55만9200원), 여성은 800만 동(약 37만2800원) 이상을 갖춰야 하는 등 조건도 까다롭다. 불순한 의도를 가진 기혼자들의 유입을 막기 위해 사전 조사도 철저히 하며 가입을 희망하는 이들은 회원 신청서와 함께 이력서 및 소득 증명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지나치게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 하고 연간 500달러에서 1000달러에 이르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등 Rudicaf를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도 많지만 Rudicaf는 베트남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스타트업 4위에 오르고 Rudicaf의 CEO 부 응엣 안(Vũ Nguyệt Ánh)은 2016년 과학기술부와 베트남 텔레비전이 주최한 여성 스타트업 부문 수상자로 선정될 만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데이트 매칭 TV 프로그램 반 무온 헨 호(BẠN MUỐN HẸN HÒ)의 한 장면. 사진 유튜브 캡처 - 작성자 MCVMedia>

데이트 매칭이라는 소재는 TV 프로그램의 단골 소재이기도 하다. 남성과 여성이 서로의 얼굴을 못 본 채 대화를 나누다가 이야기가 무르익을 때쯤 사이를 가로막고 있던 장벽을 거둬 본격적인 탐색을 한 뒤 데이트 여부를 결정하는 TV 프로그램인 반 무온 헨 호(BẠN MUỐN HẸN HÒ: 데이트하고 싶다.)는 2003년 11월 시작된 이래 5년 가까이 방영되며 현재까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또한 기괴한 가면을 쓴 남녀가 서로에 대해 알아가며 데이트 상대를 선택하는 헨 호 킨 디(Hẹn hò kinh dị: 공포 데이트) 역시 방송 다음 날이면 프로그램과 관련된 기사가 쏟아지고 업로드된 방송 영상이 매회 300만 건 가까운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적이다.

이처럼 젊은 층이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특징으로 인해 베트남에서는 데이트, 연인, 소개팅 등이 인기 있는 키워드 가운데 하나다. 밸런타인데이, 여성의 날, 크리스마스 등에 펼쳐지는 연인 마케팅도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다.

저비용·효율적 데이트 선호

그렇다면 베트남의 연인들은 어디에서 데이트를 할까.

베트남 시장조사 사이트 Q&Me(qand.me/Home)에 따르면 연인들이 가장 선호하는 데이트 장소는 영화관으로 나타났는데 커피숍과 거리(산책), 공원과 쇼핑몰, 수족관 그리고 식당이 뒤를 이었다. 같은 조사에서 1회에 사용하는 데이트 비용은 19만 동(약 8854원)으로 나타났는데 젊은 연인들이 비용이 적게 들며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는 효율적인 데이트를 선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호찌민 시내 영화관의 안내판. 우측 하단의 안내에 따르면 할인 적용 시 5만 동(약 2,500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영화관은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다. ⓒ송수산
호찌민 시내 영화관의 안내판. 우측 하단의 안내에 따르면 할인 적용 시 5만 동(약 2,500원)으로 영화를 관람할 수 있어 영화관은 주머니가 가벼운 연인들에게 인기 있는 데이트 장소다. ⓒ송수산

베트남 연인들의 일반적인 데이트 코스는 이렇다. 남성이 자신의 오토바이를 이용해 여성의 집에 방문해 픽업하거나 중간 지점에서 만나 여성이 남성의 오토바이에 옮겨 타고 데이트를 시작한다. 최근에는 편리성을 위해 오토바이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들이 주로 향하는 곳은 영화관이나 강변 등인데 실제로 토요일 저녁 사이공 강 주변에서 데이트 중인 연인들의 모습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대형 쇼핑몰 안의 오락실이나 볼링장도 연인들이 즐겨 찾는 단골 데이트 장소다.

현지의 젊은이들은 한정된 비용으로 데이트를 하기 위해서는 프로모션이나 쿠폰 할인 등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는데 앞서 언급한 조사에서 85%의 응답자가 데이트 비용을 남자가 전액을 지불하거나 더 많이 지불한다고 답했지만 최근 여성들의 소득 및 지위 향상으로 인해 이러한 관습은 점차 변화돼가고 있는 추세다.

사회적 문제로 대두된 데이트 폭력

연인 마케팅은 베트남에서 가장 인기 있는 아이템이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도 적지 않다. 온라인을 통한 데이트가 늘어나는 만큼 상대방을 잘 알지 못한 채 이뤄지는 만남이 폭력으로 이어지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하고 익명 데이트의 위험성을 다룬 특집 기사도 쉽게 눈에 띈다.

베트남 매체 PHAT LUAT에 의하면 18세에서 30세의 여성 569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59%가 폭력적인 데이트로 고통받았으며 21%는 육체적 혹은 정신적으로 부상을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들어 여러 매체마다 온라인 데이트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보도도 잇따르고 바람난 남자친구나 남편의 상대를 찾아가 폭력을 휘두르는 사건도 심심치 않게 뉴스를 장식한다.

베트남 매체 던 찌(Dân Trí)에 의하면 베트남(하노이) 심리 컨설팅 회사 사장이자 심리학자인 응웬 안 쨋(Nguyễn An Chất)은 피해자에게 문제의 원인을 찾는 현실을 문제로 지적했다. 또한 유엔 여성(UN Women)의 여성과 소녀에 대한 폭력에 관한 국가 프로그램 간부인 레 티 란 풍(Lê Thị Lan Phương)은 데이트 폭력(바오 룹 헨 호:bạo lực hẹn hò)의 피해자가 아무런 법적 지원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언급하며 데이트 폭력에 관한 조항을 법으로 추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베트남은 인구의 평균 연령이 서른 살 정도인 젊은 국가다. 그렇기 때문에 성과 사랑에 관련된 이슈들이 매년 검색어 랭킹 상위권에 포진될 만큼 연애와 데이트가 사회적으로도 큰 관심사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는 한국을 비롯한 국제 연애에 대한 관심이 크게 늘어났으며 실제로 국제결혼의 비율도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연인들 사이의 아름다운 이야기만큼 데이트를 둘러싼 다툼과 폭력에 관한 기사들도 연일 뉴스에 오르내린다. 사랑에 관한 베트남 사람들의 관심과 호기심이 건강한 방향으로 유지되고 발전해 나갈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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