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과총, 2018 젠더혁신연구포럼

‘남녀 모두를 위한 의생명분야 연구혁신’ 개최

의·생명과학 분야에서 젠더혁신 필요

 

“성별, 젠더 변수가 연구 분야에 반드시 포함돼야 합니다.”

23일 여성과총(회장 유명희) 산하 젠더혁신연구센터(센터장 백희영)는 ‘남녀 모두를 위한 의생명분야 연구혁신’을 주제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2018젠더혁신연구포럼을 개최했다. 포럼은 기조강연, 정책개발 주제발표, 연구사례 주제발표 순서로 진행됐다.

포럼 참석자들은 여성과 남성의 차이와 다름을 연구 분야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홍은주 한양사이버대학교 경제금융학과 교수는 “서열의식과 승자독식이 필요 없는 수평적 관계, 소통형 관계형성, 창조적 사고의 특성을 갖는 21세기 경제에는 ‘젠더혁신’이 필수”라며 “인구의 반인 여성의 지식과 감수성, 창조성의 ‘연결’이 중요하며, 이는 총요소의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양한 분야에서의 젠더혁신이 경제발전의 주요 요소라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경제포럼(WEF)과 여성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현실적으로 젠더격차 해소에는 100년 이상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관련 홍 교수는 “젠더혁신을 위한 제한된 자원으로 성평등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임팩트 정책(Impact Policy)’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여성의 능력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으면서도 부가가치가 특히 높은 분야를 선정해 법 제정과 규제, 금융지원, 교육 등의 젠더혁신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부가가치가 높은 바이오산업은 젠더혁신의 좋은 사례가 될 수 있다. 바이오 산업은 섬세하고 주의 깊은 여성형 역량이 최대로 발휘될 수 있는 분야다. 실제로 바이오산업은 1990년 이후 연평균 30% 이상 성장한 고성장 산업이기도 하다. 신약, 암 면역치료제 등 세계적으로 연간 3000조원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홍 교수는 “10년 전만 해도 국내 시가총액 10위 기업에서 바이오 관련 회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3개나 된다”고 말했다.

“연구 계획, 수행시 성별·젠더 변수 포함시켜야”

한국여성과총 젠더혁신연구센터는 이날 의·생명과학 분야의 성별(sex)과 젠더(gender)를 고려한 연구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발표를 맡은 김영미 경희대 의과대학 교수는 “성별 또는 젠더 그리고 이 둘 사이의 상호작용이 분자생물학적 연구 결과, 임상의학적 특성, 건강과 질병에 영향을 미친다는 과학적 증거들이 축적되고 있다”며 “의생명과학 분야 연구자들이 연구를 계획하고 수행할 때 성별·젠더를 변수로 포함시켜 기존 연구에서 간과됐던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대처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제공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전 세계적인 흐름도 변화하고 있다. 실제로 유럽연합 ‘HORIZON 2020’, 미국 NIH의 SABV(Sex As a Biological Variable), 캐나다의 CIHR(Canadian Institutes of Health Research) 등 세계 연구지원 기관들에 젠더혁신 지원 정책이 도입되고 있다. 네이처, 사이언스지 등 의생명분야 30개 이상의 학술지에서도 성별 및 성별보고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있다.

김 교수는 “국내의 경우, 연구 분야에서 젠더혁신이라는 말을 생소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젠더 혁신 관련 이슈와 문제점을 공유하고 우선적으로 도입할 방안에 대해 연구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과학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연구에 사용한 세포와 조직, 동물의 성을 명시’하는 것에 대해 미국과 캐나다는 90% 정도의 응답자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인식했으나, 한국은 11.5%에 불과했다.

의·생명과학 연구에서 성별과 젠더 요소를 배제한 연구 사례의 문제점도 제기됐다. 1997~2000년 사이 미국 시장에서 10개의 약물이 치명적인 건강 문제를 일으켜 시판 중 판매가 중단된 바 있다. 10개 중 8개의 약물이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치명적인 부작용을 초래했다. 김 교수는 “이는 동물실험이나 전임상시험 단계에서 성별을 생물학적 변수도 고려하지 않았고, 임상시험도 남성을 주 대상으로 진행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생물학적 성별뿐만 아니라 여성스러운(Feminine)지 혹은 남성적(Masculine)한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의생명과학 연구에서 성별·젠더를 변수로 포함시키면 어떤 점들이 좋을까. 김 교수는 “연구 질문 목표에 대한 이해도가 증가할 뿐만 아니라 연구 결과의 정확성, 투명성 및 일반화의 가능성이 증가한다”며 “이는 남녀 모두를 위한 연구로, 최종 단계에서의 실패로 인한 비용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이를 위해 실험대상으로 가급적 양쪽 성별을 모두 포함할 것을 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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