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콘트롤타워 설치 서두르고

여가부 기능 강화해야

 

 

#미투(Metoo)의 목소리가 끊임없이 우리 곁을 찾아오고 있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 대책위원회에서 지난 17일 발표한 자료를 보면, 설문에 응한 법무·검찰 여직원 7407명 중 62%가 성희롱 혹은 성폭력 피해 경험이 있다고 대답했다. 지위와 권력에 따른 위계가 상당히 뚜렷한 조직에서 나온 결과이라서 더욱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정부 차원의 후속대책이 더욱 중요해진다. 물론 법무부를 넘어선 범정부 차원의 대책을 의미한다.

먼저, 장기적 차원의 대책을 생각해보자. 보편적 인권·시민교육 차원에서 성평등교육을 어린이집과 유치원, 초중등학교, 대학교에 걸쳐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때 중요한 것이 교장 이하 교감, 교사 등 교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성평등 교육이다. 어린이 등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중요하다. 그런데 이들에게 인생의 모델이 되는 교육자들이 전통적 가부장적 시각과 성별역할분리 개념을 보편적 인간성의 척도로 받아들이는 현실이 지속되는 한 이 세대 교육의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기존 성희롱·성폭력 예방교육이 받는 비판 중 하나가 “이렇게 하면 성희롱이고, 저렇게 하면 성추행이 된다는 식의 ‘기술 교육’ 같은 내용으로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런 식의 교육을 떠나서 여성을 인간으로, 대등한 파트너로 대하는 성평등 교육을 해야 한다. 남성 중심적 인간관을 우리가 지금까지 너무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며 살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를 만들 수 있는 교육이 필요하다. 성평등 의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법규정 여부를 떠나 성폭력 자체를 생각하지도, 자행하지도 않을 것이다. 여기에 더해 어린이 세대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무척 중요하다. 아무리 예산이 들더라도, 지금처럼 성폭력으로 인해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보다 크지 않을 것이다. 앞으로 20년만 어린이집·유치원에서 시작해 돌봄과 교육 현장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면, 현재 이 세대가 성인이 된 이후에는, 지금과 같은 공무원과 직장인 대상 성평등 교육이 필요하지 않게 될 수도 있다. 이런 의미에서 교육부의 전환적 자세 전환을 요구한다. ‘소나기 피해보자’식의 파편적 대책이 아니라, 교육 현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노력을 교육부가 앞장서서 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성평등 관점이 정부 정책의 주 흐름이 될 수 있도록 정책체계 개편이 있어야 할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공약했던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 설치를 우선 서둘러야 한다. 현행 양성평등기본법 개정 등 국회의 동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면, 대통령령이라는 경로를 거쳐서라도 현재 #미투 운동의 열기에 정부 대책으로 대응할 수 있는 정책 콘트롤타워를 만들어야 한다. 지난 3월 이후 활동을 개시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추진협의회가 성평등위원회 설치로 발전적인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대통령 직속 성평등위원회라는 콘트롤타워에 더해 여성가족부의 정책 실천 기능을 강화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성폭력 사건 관련 조사권을 여성가족부가 행사할 수 있는 법적 토대와 행정체계를 만듦으로써 젠더 관점의 성폭력 사건 조사와 피해자 지원과 2차피해 방지 대책이 자리를 잡아야 한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볼 수 있는 속성을 갖는다. 관점이 없으면 다른 사람이 보는 걸 보지 못한다. 경찰이든 검찰이든 행정부처든 성폭력 사건을 조사하는 인력이나 조직에는 젠더 관점을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면 제대로 된 조사도 어렵고 2차피해 방지도 어렵다. 성평등위원회가 전체 부처 상황을 점검하면서 여성가족부가 정책 실천 기능을 맡는다면 성폭력 문제에 대응하는 정부 각 부처의 움직임이 훨씬 기민해질 것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거대한 프로젝트와 정부 조직을 개편하는 단기 프로젝트의 조화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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