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어리드 맥과이어 등 17개국
여성평화운동가 한자리에
24·26일, 심포지엄·평화걷기 진행
여성 1000명 ‘통일대교’ 걸어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 참여·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촉구
17개국 여성평화운동가들이 23일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 개최를 염원하며 한 목소리로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과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을 촉구했다. 이들은 오는 26일 여성·시민 1000여명과 함께 통일의 관문인 ‘통일대교’를 걷는다.
세계 16개국 30명의 평화·여성운동가로 구성된 국제여성대표단과 국내 30여 여성·평화단체로 구성된 2018여성평화걷기 조직위원회(공동대표 한영수 한국YWCA연합회 회장, 김성은 평화를만드는여성회 이사장, 최순영 경기여성네트워크 대표)는 오는 26일까지 여성평화 촛불행진, 국제여성평화심포지엄,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를 개최한다.
이들은 본격적인 행사를 하루 앞둔 23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메어리드 맥과이어(75)씨는 이 자리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문재인 대통령의 만남은 우리가 원하는 평화에 대해 보여준 중요한 사건이며 한반도의 운명의 방향을 보여준 것”이라고 강조했다. 맥과이어씨는 북아일랜드 역사상 가장 큰 평화 시위를 이끌어내는 등 평화운동에 헌신해 1976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그는 이어 “평화의 반대는 전쟁과 분단이며, 70년간의 분단은 매우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라며 “우리는 평화를 가질 자격이 있다”고 강조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평화운동을 벌여온 크리스틴 안 위민크로스DMZ(Women Cross DMZ) 국제코디네이터는 평화협정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촉구했다. 그는 지난해 한국 정부로부터 입국 거부 조처를 당하기도 했다. 2015년 5월 한국에서 열린 위민크로스 행사를 주도했다는 이유였다. 그는 “분단 극복과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촉구하는 여성, 평화와 안보에 관한 유엔 안보리결의 1325호가 채택되고 한국정부도 이를 이행하기 위한 국가행동계획을 발표했으나 여성의 참여는 보장되고 있지 않다”며 “이번 평화협상 과정에는 여성의 참여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했다.
안김정애 평화를만드는여성회 대표도 “한반도 근현대사에서 여성은 늘 피해자와 희생자로 남았다”며 “여성이 없는 평화, 여성이 없는 한반도의 역사는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안김 대표는 “한반도 평화를 이야기하는 지금 또다시 여성이 참여하지 않으면 똑같은 역사는 반복될 것”이라며 한반도 평화협상 과정에에 여성과 남성이 동수로 참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주최 측은 ‘2018 국제여성평화걷기 선언문’을 통해 △한반도 평화협정 체결 △한반도·전세계 비핵화 실현 △유엔안보리결의 1325호에 의거해 한반도 평화협상 과정에 여성의 동등한 참여 보장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 △민간인 교류 전면 자유화와이간가족 재결합 즉각 실시 △모든 국가는 여성과 소녀에 대한 전시폭력 금지 △군비를 축소해 여성의 복지와 환경보호에 사용 등을 촉구했다.
이를 위해 주최 측은 ‘평화와 군축을 위한 세계여성의 날’인 24일 오전 9시 30분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대회의실에서 ‘세계 여성들, 평화를 말하다’를 주제로 국제여성평화심포지움이 개최한다. 이 자리에서 ‘여성과 군사주의’, ‘여성과 인권, 평화 만들기’, ‘여성이 만드는 동북아 평화’ 등 주제별 발제와 주제별 라운딩테이블이 이어진다.
26일에는 여성·시민 등 1000여명이 통일대교를 시작으로 도라산역 공원까지 5.5km를 함께 걷는 국제여성평화걷기 행사가 펼쳐진다. 오전 10시 출정식이 진행되고, 이어 10시30부터 1시간 30분 동안 평화걷기가 진행되며 12시부터는 여성평화걷기선언 등 문화제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올해 여성평화걷기 행사에는 북측 여성이 참여하지 않는다. 주최 측은 3회에 걸쳐 북측에 참여 요청 공문을 보냈으나 최근 참여하지 못한다는 답신을 받았다며, “다음 행사에는 반드시 참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이번 2018여성평화걷기 행사를 지지하고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의미를 담은 #WomenPeaceKorea 해시태그 운동이 펼쳐지고 있다. 여성 노벨평화상 수상자들이 함께 힘을 합쳐 세계 평화를 이루기 위해 만든 단체 ‘노벨 여성 이니셔티브(Nobel Women’s Initiative)’는 트위터에 “미국과 북한 간 평화 협정이 체결돼야 할 시기”라며 “우리 전 세계의 여성들은 한반도의 평화를 불러올 평화 협정이 체결되는 장면을 볼 책무가 있다”고 적었다. 반전단체인 ‘Win Without War’의 에리카 페인 옹호국장(advocacy director)도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해서 현장 분위기와 주요 내용을 실시간 트윗으로 전달했다. 그는 지난 1월 ‘미즈 매거진’에 ‘우리가 여성 평화 운동가들에게 귀기울인다면 북미 간 전쟁을 막을 수 있다’는 제목의 기고를 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