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에서 22년 동안 일하고 임원이 된 필자가 직장생활을 잘하기 위해 고민하는 여성 직장인들에게 선배로서 직접 현장에서 보고 듣고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편집자주>

[나도 승진하고 싶어요] ⑧

 

S 전자의 대표이사로 오래 일한 분이 재직 중 책을 저술한 적이 있습니다. 그 책은 외부 판매용이 아니라 내부 직원에게 교육하는 용도였다고 생각합니다. 그 책은 인류의 생활이 도구 발달에 따라 변천해 온 역사를 정리한 것인데, 내용도 방대하고 쉽게 읽히지 않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읽던 중에 저는 참으로 특이한 내용을 접했습니다. “회사란, 평범한 사람들이 모여서 조직의 힘으로 성과를 내는 곳이다.”, “평범한 사람”, “조직의 힘”이라는 말을 이해하기가 사실은 쉽지 않았습니다. 과연 조직의 힘으로 일을 한다는 것이 무슨 뜻일까요?

“저 조은정이라는 사람을 개인의 역량 기준으로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비교하여 역량이 우수한 순서대로 순위를 매긴다면 저게 몇 등이나 할까요? 여러분을 개인의 역량 기분으로 순위를 매긴다면 몇 등이나 할까요?

정확하게 몇 등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10등 안에 못 들어간다는 것입니다. 아마 10만 등 안에도 못 들어갈 겁니다.

그런데 참으로 신기한 것은,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일을 하는데, 그 성과물은 어떻게 세계 1등을 할 수 있을까요? 심지어 S 전자에서 일부 품목이 세계에서 5등을 하면, 잘 못 한다고 야단을 맞고 순위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의 어떤 조직은, 개인들은 매우 우수한데, 그 성과물은 세계에서 100등 안에도 못 들어가는 경우도 많습니다. 개인들은 우수한 학교를 장학금 받으며 다녔고 유학도 다녀왔고, 취업할 때도 엄청나게 힘든 시험과 관문을 통과했지요. 그런 우수한 개인이 모인 집단의 성과는 왜 우수하지 못할까요?

그것이 바로 ‘조직의 힘’이라고 합니다. 입사 초기에 저는 이런 조직의 힘을 잘 살리지 못했나 봅니다. 어느 날 제 상사로부터 받았던 꾸지람이 지금도 기억납니다.

“조 박사, 참 열심히 잘 했는데, 그렇게 하면 모든 결과물이 딱 조 박사 수준만큼만 나옵니다. 우리는 조 박사 개인만큼의 결과물이 아니라 세계 초일류 결과물을 목표로 해야 해요”

그렇다면 과연 조직의 힘이라는 것이 과연 정확하게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저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 명확하게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제 나름대로 해석을 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혼자서 일의 전체 과정을 다 처리하는 것이 아니라, 분야별 담당자들이 협업해 일한다. 따라서 개인은 해당 분야를 책임지고 마쳐야 한다.

2. 분야별로 최고의 성과물을 도출하고 그것들을 그저 합친다고 해서, 최종 성과물이 최고가 되진 않는다. 최종 성과물을 Best로 만들기 위해선 분야별로 다소 소통하고 조정하여 전체를 보면서 최적의 방안을 찾아야 한다.

3. 혼자서 생각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의견을 내고 서로 논쟁도 한다. 그러나 결정은 한 사람이 하고 책임을 진다

4. A다, B다, C다 의견이 분분하고 반대를 하다가도, 일단 A로 결정되고 나면, B나 C를 주장하던 사람도 모두 A를 달성하기 위해 한 방향으로 움직인다.

5. 때로는 내부 경쟁을 통해 좋은 성과를 내기도 한다. 미래를 확신하기 어려운 프로젝트는 두 개의 조직에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시켜서 더 나은 것을 채택하기도 한다.

대체로 여성들이 개인기가 좋습니다. 학창 시절에 시험도 잘 보고 학점도 좋습니다. 고시나 각종 자격증 시험에도 여성들이 수석을 하고 좋은 성적을 받습니다. 그런데 막상 회사에 입사하면, 여성이 남성보다 그 우수한 성적이나 학점만큼 뛰어난 성과를 보이진 않습니다. 성과는 개인기로 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힘으로 창출하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나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조직과 함께해야 하는 것이지요. 회사에 프로세스를 만들고 역할 분담을 하고, 타부서와 소통하고 조율하면서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등의 조직과 함께 일해야 제대로 된 성과를 낼 수 있습니다.

조은정

서울대학교 가정관리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소비자학 박사 학위를 받은 조은정 박사는 1995년 삼성그룹 소비자문화원에 입사해 22년간 삼성전자 글로벌마케팅 연구소장, 프린팅사업부 마케팅그룹장 등 삼성전자의 마케팅 및 역량향상 업무를 진행했다. 여성신문에서 재능기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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