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급타파행동단(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2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차별타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무급타파행동단(한국여성노동자회·전국여성노동조합)이 18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제2회 임금차별타파의 날 기자회견’을 열어 임금차별타파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결혼했어요? 남자친구 있어요? 출산 계획은요?”

5월 18일 남녀 임금차별에 항의하는 여성들이 길거리로 나섰다. 이날은 제2회 ‘임금차별타파의 날’이다.

5월 18일인데는 깊은 뜻이 담겨 있다. 2017년 8월 기준 남성정규직 월평균임금 342만원을 100으로 했을 때 여성 비정규직 월평균임금 129만원은 37.7%이고, 이 수치를 1년으로 계산하면 5월 18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즉 여성들이 정규직 남성의 임금과 비교하면 1월 1일부터 5월 18일까지는 유급노동이지만 이후부터 연말까지 무급으로 일하고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서 여성이란 절대다수를 차지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를 의미한다. 

보통 기념일은 1년 중 특정일을 지정해 반복하지만, 임금차별타파의날은 매년 바뀔 수밖에 없다. 지난해는 5월 11일이었다. 남성정규직의 임금 대비 여성비정규직의 임금의 그 차액이 매년 달라지기 때문에 기념일도 바뀐다.

나지현 전국여성노동조합 위원장은 이날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임금차별과 불평등에 대해 지적했다. “남성 정규직과 여성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1년 만에 1주일이 늦어져 처음에는 반가웠지만 생각해보니 1년에 1주일이면 30년은 더 지나야 한다는 걸 알게 돼 기가 막힌 일”이라면서 “절반도 안되는 임금격차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제 민주화, 평등 국가도 될 수 없다”고 말했다.

행사를 주최한 한국여성노동자회와 전국여성노동조합은 남녀 임금차별의 원인은 채용 차별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여성이라서 비정규직으로 채용하고, 비정규직 일자리이기 때문에 여성을 채용하는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분석했다. 여성노동자회는 여성비정규직의 월평균임금 129만원은 이같은 결과라고 주장했다.

실제 노동 현장에서 성별에 따른 채용 차별과 승진 차별, 임금 차별 등을 겪은 여성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한 여성은 면접장에서 ‘결남출’에 대한 질문을 받았던 이야기를 발표했다.

<면접에서 여성에게 꼭 묻는 질문 ‘결남출’>

5년 전 이야기입니다. 저는 30대 중반이었고, 두어 곳의 직장을 거치며 8년 정도의 경력이 있었습니다.

이직이냐, 프리랜서냐 고민하던 시기였어요. 한 대학교에 지원서를 넣었고, 서류가 통과되었으니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아시다시피 대학교 교직원, 많이들 선호하는 일자립니다.

제가 낸 서류와 자소서, 이력 소개 등을 꼼꼼히 살피며 면접 준비를 했습니다. 제가 지원한 일자리는 저의 이전 경력과 딱 맞아 떨어지는 직무를 수행하는 곳이어서 내심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딱 하나였습니다. 우리집과 거리가 너무 멀어서 출퇴근 시간이 2시간에 육박한다는 것...

학교 앞으로 방을 얻어 독립할 계획이라고 뻥이라도 좀 쳐야하나.. 이런 고민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데요. 제가 받은 첫 질문은 “남자친구 있어요?”였습니다.

순간 조금 당황했지만, 저는 제가 긴장돼 보여서 긴장을 풀어주려는 것인가? 생각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참 순진했네요. 저는 예의 면접자가 그러하듯 밝은 표정과 예의를 갖춘 미소를 머금고 답했습니다. 아쉽지만 지금은 없습니다.

저에게 날아온 답은 “들어와서 한달 만에 남자친구 생기는 거 아닌가?”

면접관은 혼잣말인듯 아닌듯 이런 말을 하시더군요. 나머지 면접관 둘은 웃었습니다.

그때서야 상황을 파악했습니다.

내 나이를 보고, 곧 결혼을 앞둔 것은 아닌지 물어보려는 것이구나..

한 번도 생각지 못한 질문이었습니다. 질문의도를 파악하니, 당혹스러워 무슨 말을 해야할지 판단이 서질 않았습니다. 제가 뭐라고 답했는지 정확한 기억은 이제 나질 않습니다. 기억나는 것은.,, 저런 질문 같지 않은 질문에도 저는 끝까지 예를 갖춰 답을 한 기억입니다.

이후로 질문이 하나 더 있었는데 그것도 기억이 안 납니다. 제 면접순서는 이렇게 끝났습니다. 저보다 나이가 좀 더 있어 보이던 남자 구직자에게는 이전 직장에서 했던 주요 직무와 이 대학에서 어떻게 연결지어 일을 해나갈 것인지를 비교적 구체적으로 질문했습니다. 그 질문은 제가 꼭 받고 싶었던 질문이었습니다.

한껏 기대하고 예상 질문을 뽑고, 나름 직무 계획도 세워가고 2시간 남짓 걸려 찾아간 곳에서 제 면접은 그렇게 끝났습니다.

면접장을 어떻게 빠져나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평소 대책없이 긍정적이라는 평을 듣는 제가 집으로 돌아오는 전철에서 왜 내가 그 자리에서 질문 같지도 않은 질문을 들으며 고분고분 묻는 말에 웃으며 말했는지 스스로에게 화가 났습니다. 다시 찾아가서 따지고 싶었습니다.

더는 견딜 수 없어 중간에 내렸습니다. 다시 돌아가 따졌냐고요? 그럴 수 있는 취준생이 얼마나 될까요..

내가 뭐라고 말했어야 하는 걸까??

저는 비혼을 다짐하고 있습니다!! 외쳐야 했을까요??

저는 일과 결혼할 작정입니다??

저는 결혼을 해도, 아이를 낳아도 육아휴직이고 뭐고 다 반납하고 일하는 슈퍼유먼이 되겠습니다??

뭐가 정답인가요? 결남출 대체 왜 묻습니까? 뭐라고 답하면 뽑아줄 겁니까?

여성들은 여자라는 이유로, 미혼이라는 이유로 사회 초년생일 때도, 이직을 할 때도, 20대 30대 40대! 나이와 관계 없이 결남출 질문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예의없고 폭력적인 질문이 왜 여성에게만 쏟아집니까?

남자사원이 결혼을 하면 책임감이 강해져서 이제 더 충실한 일꾼이 될 거라고 이야기하고, 여자사원이 결혼을 하면 언제 그만둬? 애는 언제 가질거야? 부터 질문합니다.

아직도 8-90년대에 머물러 계신 분들, 정신 좀 차리세요. 지금 2018년입니다.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자는 생계보조자라는 생각을 버리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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