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시민행동, 17일 서울 신논현역 일대서

강남역 여성살해사건 2주기 추모집회 열어

폭우에도 2500여명 참여

부산·대구·전주·창원·진주서도 추모집회

성차별·성폭력 근절 위해 목소리 높여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7일 오후 7시 서울 신논현역 앞에서 연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집회’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7일 오후 7시 서울 신논현역 앞에서 연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집회’에 참여한 여성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여성도 국민이다 안전한 나라 만들어라! 여성폭력 방치국가 세금 받을 생각 마라! 우리는 잊지 않고 지치지 않고 행동한다!” 

17일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340여 개 여성·노동·시민단체 모임인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미투시민행동)’이 성차별·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시위를 열었다. 이날 오후 7시 사건 발생 장소 인근인 서울 지하철 신논현역 6번출구 앞에서 열린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집회’엔 2500여 명(주최측 추산)이 참여했다.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도 여성들은 “성폭력 성차별 반드시 끝장내자! ‘미투(#MeToo·나도 말한다)’ 이전 세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연대를 다짐했다.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7일 오후 7시 서울 신논현역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집회’를 열어 25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강남역 여성혐오살인사건 2주기를 맞아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시민행동이 17일 오후 7시 서울 신논현역 앞에서 ‘성차별·성폭력 4차 끝장집회’를 열어 2500여명의 시민들이 참가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이날 집회 참가자들은 희생자를 추모하며 묵념했다. 이어 대학생, 여성단체 활동가, 가수 등 다양한 여성들이 이날 ‘미투’ 지지 발언을 위해 무대에 섰다.

3·8대학생공동행동에서 활동하는 대학생 예진 씨는 페미니즘 동아리 회원으로 활동하며 겪은 위협을 얘기하며, 폭력이 만연한 사회를 끝내기 위해 싸움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남역 사건 이후 ‘나는 오늘 우연히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지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얼굴과 이름을 드러내고 여성주의 활동을 하는 지금, 수많은 폭력과 혐오를 마주합니다. 두렵지만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여성들의 목소리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는 사회에 지지 않겠습니다. 우연히 살아남은 것에 감사해야 하는 이 사회를 끝장내기 위해 끝까지 앞장서 실천하겠습니다.” 예진 씨가 발언을 마치자 참가자들은 큰 함성으로 응답했다.

발언대에 선 이가현 불꽃페미액션 활동가는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이렇게 당부했다.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성폭력과 페미니즘에 대한 책을 읽고, 어떻게 하면 자신이 변화할 수 있고 사회가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라. (…) 억울하다고 호소하기 전에 억울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신의 위치를 피해자와 비교해 보라. 당신의 인생 말고 피해자의 인생을 먼저 걱정하라.” 그는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수많은 여성들이 자신의 성폭력 피해경험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우리의 목소리가 역사에 기록된 여성들 그리고 미래의 여성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기를 바란다. 앞서간 모든 여성들의 명복을 빈다”고 말했다.

가수 오지은 씨도 이날 집회에 참석해 공연했다. 오씨는 “저도 여러분처럼 (세상이) 나아지고 있다는 희망, 나아지지 않을 거란 불안을 갖고 있다. 하지만 우린 지금 여기 살아있고, 변화를 이끌어나가고 있다고 믿는다”고 했다.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집회 참가자들이 행진에 나서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참가자들은 신논현역 6번출구에서 강남역 10번 출구를 지나 다시 집회 장소로 돌아오는 행진에 나섰다.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여성들의 외침은 잦아들지 않았다. “강간문화 철폐하자 / 여성도 꿈꾼 대로 일하고 살고 싶다/ 학생들의 미투 외침 학교는 공명하라 / 남성 독점 정치구조 바꿔라!”

행진 후 참가자들은 다시 자유발언을 이어갔다. 마지막 발언자 문모 씨는 “힘들면 쉬어가도 좋다. 절망하지 말고 계속 함께 오랫동안 묵묵히 나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떨리는 목소리로 “연대!”를 외쳤다. 이날 사회를 맡은 오보람 한국여성단체연합 사무국장도 “방관하지 않는 우리는 미투 이전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라고 동조했다.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행진에 나선 참가자들이 피켓을 들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마지막으로 김수경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여성국장, 이재정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등이 ‘#미투운동과 함께하는 1만인 선언’을 낭독했다. “여성이 침묵할 수밖에 없었던 세상은 이제 끝났다. 미투 운동은 사회 정의를 세우는 과정이다. 주변화되고 사소화됐던 여성들의 피해 경험은 부정의로 호명됐고 국가와 사회는 이를 시정해야 할 책임 앞에 섰다. (...) 우리는 말하는 모든 이들과 하나이며 변화를 위한 연대의 손을 놓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용기 있는 지원자들과 함께할 것이며 성평등 사회가 도래할 때까지 미투 운동을 이어갈 것이다.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

이날 서울뿐만 아니라 부산, 대구, 전주, 창원, 진주 등 전국 7개 지역에서도 강남역 사건을 추모하고 성차별·성폭력 근절을 촉구하는 집회가 개최됐다. 

온라인 커뮤니티 ‘디시인사이드’에는 이날 서울 지역 집회를 겨냥한 염산 테러 예고글이 올라와, 경찰의 권유로 행진 코스가 일부 변경됐으나 다행히 돌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미투시민행동은 다음 주 1만인 선언 참여자를 추가 모집할 계획이다. 앞서 지난달 21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시민 3467명이 온라인 서명과 한 줄 선언, 선언비 후원을 통해 1만인 선언에 참여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