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모델 감금·강제 촬영 등 ‘집단 성범죄’ 폭로…경찰 수사 착수
여성 모델 감금·강제 촬영 등 ‘집단 성범죄’ 폭로…경찰 수사 착수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5.17 15:24
  • 수정 2018-05-24 23: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성 수십 명이 여성들을 감금·협박해 성적인 사진을 촬영하고 추행하고는, 온라인에 사진을 유포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서울 마포경찰서는 남성 수십 명이 여성들을 감금·협박해 성적인 사진을 촬영하고 추행하고는, 온라인에 사진을 유포했다는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뉴시스·여성신문

유투버·배우지망생, 3년 전 피해 고백

“피팅모델 일이라며 스튜디오 불려가

남성 수십 명에게 성추행·사진 촬영 당해

최근 사진 유포 사실 알고 신고 결심

피해자 더 있다…철저한 수사 촉구”

경찰 “고소장 접수해 수사 착수”

남성 수십 명이 여성들을 감금·협박해 강제로 반나체 사진을 찍는 등 수차례 성희롱·성추행하고, 사진들을 온라인에 유포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가해자들은 온라인 구직 사이트에 여성 피팅모델 구인 글을 올려 피해자들과 접촉해, ‘평범한 컨셉 사진 촬영’이라고 속여 스튜디오로 오도록 유도했다. 이후 피해자를 밀폐된 스튜디오에 감금하고, 얼굴과 성기가 노출된 사진을 동의 없이 촬영하고, 피해자를 추행했다고 한다. 

피해자들은 20대 초반 여성들로, 수십 명의 남성들에게 성폭행이나 폭행, 혹은 사진 유포를 당할까봐 우려해 저항하지도, 즉시 신고하지도 못했다고 한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피해자들로부터 이러한 내용의 고소장을 접수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17일 밝혔다. 경찰은 고소인 조사 후 가해 지목자들을 조사해 범죄 혐의점을 파악할 계획이다.

 

양 씨는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려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양 씨는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려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페이스북 캡처

유튜버 양모 씨는 이날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과 유튜브 계정에 ‘저는 성범죄 피해자입니다’라는 제목의 글과 영상을 올려 3년 전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그는 “피팅모델 알바에 지원해 합격 연락을 받고 서울 합정역 근처 스튜디오에서 ‘실장님’이라는 남성과 카메라 테스트를 했다. 촬영 날 스튜디오를 찾아가니 카메라를 든 남성 20여명이 있었고, ‘실장님’은 철문을 자물쇠까지 채워 걸어 잠갔다”고 했다. 

양 씨는 “당시 촬영 거부 의사를 밝혔으나, ‘실장님’이 ‘저 사람들 모두 회비 내고 온 사람들인데 너한테 다 손해배상 청구할 거다. 고소할 거다. 내가 아는 PD, 감독들에게 다 말해서 널 배우 데뷔도 못하게 만들어버릴 거다’라는 식으로 협박했다”라며 “시키는 대로 하지 않으면 강간을 당해도 아무도 모르겠구나. 죽을 수도 있겠구나. 강간만큼은 피하자, 말 잘 듣자. 여기서 꼭 살아서 나가자는 생각”에 억지로 촬영에 응했다고 밝혔다. 

양 씨는 협박이 두려워 이날부터 총 5차례 ‘포르노에 나올 법한’ 사진 촬영을 할 수밖에 없었고, 그 과정에서 남성들로부터 수차례 성희롱과 성추행을 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수치스러워 누구에게도 이 사실을 말할 수 없었으며 너무 무서웠다. 나만 입다물고 모른 척 조용히 살면 평생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살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러나 최근 한 성인 사이트에 양 씨의 사진들이 올라왔고 이후 심각한 2차 가해를 당했다고 했다. 그는 “성희롱·욕설을 들었고, 제 가족, 남자친구, 지인들에게도 사진을 캡처해 보내며 심한 말을 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수차례 자살을 기도했다”고 털어놨다.

 

이 씨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피해 폭로글. ⓒ페이스북 캡처
이 씨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피해 폭로글. ⓒ페이스북 캡처

배우 지망생 이모 씨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3년 전 양 씨와 유사한 피해를 당했다”고 밝혔다. 이씨도 피팅모델 구인 글을 보고 찾아간 스튜디오에 갇혀 남성들의 협박을 받아 원치 않는 성적 사진을 촬영 당했고, 사진들이 최근 온라인상 유포됐다고 했다. 

이 씨는 “저희는 끔찍한 일들을 당하고 3-4년이 지나서야, 야동 사이트에 사진이 유포되고 나서야 입 밖으로 꺼낼 수 있었다”며 “매일 초조하고 불안한 마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누군가에게 연락이 올 때마다 ‘혹시 또 누군가가 사진을 보고 연락을 했나?’라는 큰 공포감과 두려움에 떨고 있다.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도움을 호소했다. 

 

이 씨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피해 폭로글 일부. ⓒ페이스북 캡처
이 씨가 17일 오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피해 폭로글 일부. ⓒ페이스북 캡처

“가해자들, 온라인 카페 운영자·회원

카페에 여성들 사진 올리고

‘1번 올누드’ ‘2번 세미누드’ 촬영 신청 받는 식

피해자 더 있다…가해자들 죗값 치르게 힘 보태달라”

이들은 ‘가해자들은 특정 온라인 커뮤니티의 운영자와 회원들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 씨는 “‘실장’은 저를 찍으러 오는 사람들은 모두 자기가 관리하는 카페의 회원들(일반인)이고, 그 카페에 카메라 테스트 때 촬영한 제 사진을 올리면 회원들이 신청해서 촬영하러 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출사’라고 부른다. 촬영하러 온 사람들은 친분이 있어 보이지 않았고 카페에서 사용하는 닉네임으로 서로를 불렀다. ‘실장’은 촬영 전 사람들의 닉네임을 출석 부르듯 불렀고, 자기가 운영하는 카페는 아무나 가입할 수 없고 자신이 카페회원들의 신상정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고 말했다. 

양 씨도 “회원들이 모인 곳은 인터넷의 한 카페이며 그 카페 회원들은 이미 제 얼굴을 알고 있었다. (피팅모델) 면접 시 찍었던 카메라 테스트용 사진을 카페에 올리고 상품 가격을 적어놓듯 ‘1번 올 누드’, ‘2번 세미누드’ 식으로 올려놓고 촬영 신청을 받는 듯했다”고 말했다.

이들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이라고 했다. 양 씨는 “그 (성인) 사이트에는 저 말고도 수많은 여자들의 사진이 있었다”며 “제가 용기 내어 이 사건에 대해 세상에 알려 조금이라도 피해자를 줄이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 그 나쁜 사람들을 잡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그 사람들이 더 이상 그런 짓을 못하게 막고 싶다”고 말했다.

이 씨도 “다른 유사 피해자로부터 신고 후 수사가 1년 넘게 진행됐으나 아직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었다. 담당 수사관은 우리가 강제추행, 감금, 강제촬영 등을 당했다는 명확한 증거가 없다고 했다. 이러다가 우리 사건도 제대로 해결되지 않고 흐지부지되는 것은 아닐지 걱정된다”며 “유사한 피해자가 있다면 용기를 내어 꼭 연락 달라. 철저한 수사를 통해 아무런 죄책감도 없이 성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이 합당한 죗값을 받을 수 있도록 힘을 보태달라”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