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이케아점에 가끔 갈 때마다 들르는 곳이 있다. 5층에 있는 식당가다. 어린이들과 함께 온 가족이 많이 찾아 항상 줄이 길게 늘어선 식당에서 가장 인기 있는 음식은 미트볼과 으깬 감자다. 그리고 후식으로 계피빵과 커피를 많이 선호한다. 미트볼과 계피빵, 커피는 전국 어디를 가도 맛볼 수 있는 스웨덴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유명하다.

 

그런데 느닷없이 미트볼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스웨덴 외교부 산하에 있는 스웨덴재단(Svenska institutet) 등이 함께 운영하는 트위터에 올린 ‘사실을 알려드립니다’라는 기사 한 줄 때문이다. 미트볼이 스웨덴 전통음식이 아니라 터키에서 들어온 음식이라는 양심고백이었던 셈이다. 러시아와 전투에서 패배하고 5년 동안 머무르며 재기를 꿈꾸던 스웨덴 국왕 카를 12세가 1714년 스웨덴으로 들여와 먹기 시작한 음식이라고 상세하게 소개한 내용의 트윗은 세계에 빠르게 전파됐다.

이후 최근 2주 동안 스웨덴 내에서는 진위공방이 이어졌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미트볼이 카를12세가 터키에서 들여왔다는 내용은 인터넷에서 취합한 내용으로 만들어진 가공적 사실(fake fact)이었다. 전통음식 민속학자인 리카드 텔스트렘(Rickard Tellström) 교수는 1755년 출판된 음식책에서 처음 미트볼이 언급됐다는 근거를 제시하며 카를 12세와 연관이 없다고 반박했다. 스웨덴에서 미트볼은 이미 1664년부터 존재해 왔던 음식이라는 것이다. 텔스트렘 교수는 1790년대에 출판된 스웨덴학술원 사전에 프리카델레르(frikadeler)라는 음식이 나왔는데, 미트볼은 기름에 볶아내지만 프리카델레르는 끓는 물에 쪄서 먹는다는 차이까지 지적하며, 1800년대 말에 지금과 같은 형태로 문헌에 소개되기 시작했다고 반박했다. 

이쯤 되자 가공적 사실 유포 논란의 중심에 섰던 스웨덴 재단이 공식 논평을 내놓았다. 스웨덴 재단의 올리버 그라스만(Oliver Grassman) 담당관은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자료를 중심으로 내린 결론이었고 문헌 고증을 거치지 않은 사실이라 정확히 확신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렇게 진위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잘못된 사실이 전 세계에 파급된 것은 되담을 수 없기에 많은 여운을 남기고 있다.

스웨덴에서 최근 진행되고 있는 진위공방을 보면서 두 가지 문제를 고민해 본다. 하나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의 유포에 대한 문제다. 스웨덴 미트볼의 공방은 일단락됐지만, 음식의 기원에 대한 결론은 유보한 상태로 끝났다. 학자는 단지 카를 12세가 음식을 들여온 장본인이었다고 주장한 가공된 사실을 부정한 것이지, 그 기원이 정확히 언제인지는 제시하지 못했다. 외신을 타고 전달된 확인되지 않은 사실은 이제 재밋거리, 대화거리로 올라 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람들은 진위여부와 상관없이 가공된 사실을 소비하며 하나의 상식을 습득한 것처럼 믿게 된다. 가공된 사실이 유포돼 무비판적 지식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다.

또 다른 하나는 가공된 사실과 의도와의 상관성이다. 스웨덴재단은 스웨덴의 전통음식에서조차 ‘스웨덴적 가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고, 다른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정착됐기에 다문화적 가치가 갈수록 중요하다고 강조하려 했다. 이 목적을 뒷받침하는 사실을 급하게 찾다가 실수를 저지른 셈이다. 좀 더 확인했더라면 ‘카를 12세가 터키에서 들여왔다’라는 가공된 사실을 넣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무엇이 가공된 사실이고 진짜 뉴스인지를 알 수 없는 시대에 살고 있다. 인터넷에 떠 있으면 사실 확인을 하지 않고 그냥 믿으려고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학자들은 문헌 고증을 통해 사실을 확인한다. 문헌 고증 절차는 고문서를 찾아 끊임없이 사실의 뿌리를 캐어 나가는 작업이라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그때까지 연구한 자료에서 발견된 한정된 근거만을 중심으로 결론을 내릴 수 있기에, 결론이 완전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다. 연구를 위해 더 많은 시간과 인력, 재원이 투입돼야 사실을 더 깊이 들여다볼 수가 있다.

가공뉴스(Fake news)는 결국 누군가가 어떤 의도를 갖고 가공된 사실을 슬쩍 집어넣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뉴스를 접할 때 숨은 의도를 파악하고 사실 여부를 확인하는 일은 독자의 몫이다. 앞으로는 이런 것까지 분석해 알려주는 인공지능(AI)비서가 필요할 지도 모를 일이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