옆집 시인의 아내 / 현중순
옆집 시인의 아내 / 현중순
  • 현중순
  • 승인 2018.05.16 11:22
  • 수정 2018-05-16 17:4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옆집 시인의 아내

                                                                        

옆집 시인의 아내는

참 이상하다

시인의 아내이면서도

입으로는 결코 시를 말하지 않는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삼월이면 늦은 날에도

백목련 꽃잎에 입술을 대더니만

사월 어느날

이른 새벽부터

노오란 장다리꽃을 머리에 꽂고

어느새 또

하이얀 배꽃을 가슴에 안았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오월 이맘때면

은은한 아카시아 꽃 향기를

집안에 가득 채우고

빨간 넝쿨장미를 담장위로 올리면서

 

행복한 웃음을 웃더니만

꽃잎이 뚝뚝 떨어지던 어느해 오월부터

붉은 장미꽃 같은 진한 눈물을

뚝뚝 흘리더이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찔레꽃 순으로

허기진 배를 채우다가도 희어져 가는

머리카락을 뒤로 쓸어 넘길 때가 있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참 장하기도 하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은행잎이 노오랗게 물드는 것도

오늘 아침 내가 본

옆집 시인의 아내는 주머니속에 두손을 넣은채

초췌하게 출근하는 남편인 시인의 뒷모습을

시를 감상하듯 바라보고 있다

 

옆집 시인의 아내는

남편이 만드는지

아내따라 남편은

시인이 되었는지

옆집 시인의 아내는

참 곱기도 하다

시인의 아내처럼, 곱게 시를 읊어야 할 시인처럼 백목련과 장다리꽃 배꽃을 피워가며 아름답고 평화롭게 살아가는 마을에 1980년 5월 그날 총성이 울렸다.  곱고 아름답게 피고 있는 꽃봉오리와 같은 수많은 젊은이들은 붉은 장미꽃이 뚝뚝 떨어지듯 쓰러졌고, 우리 모두는 붉은 장미꽃 같은 붉고 진한 눈물을 뚝뚝 흘렸다.

민중운동의 진실을 찔레꽃 순, 허기진 배, 희어져 가는 머리카락으로 표현하고, 진실이 밝혀지길 기다리는 심정을 흰 머리카락을 쓸어 넘기는 것으로 표현했다. 민주시민들의 삶의 모습과 현실을 계절의 변화와 함께 피어나는 꽃들에 비유해 민중과 민생의 역사적인 5월 민중항쟁의 의미를 부여했다.            글. 현중순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