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에 대한 관심 없고

광역단체장 여성 후보 없고

정책 대결도 실종

 

 

 6․13 지방선거가 한 달도 남지 않았다. 이번 선거는 문재인 정부 출범이후 처음으로 치러지는 중간 평가 성격의 전국 선거다. 통상 지방선거는 여당의 무덤이라는 통설이 존재했다. 1995년 이후 여섯 차례의 지방선거에서 집권당은 1998년에 실시된 6․4 지방선거에서만 승리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양상이 다른 것 같다. 남북정상회담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내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 운영 지지도가 급상승하고,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 지지도도 50% 이상의 고공행진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힘입어 최근에 실시된 각종 여론조사 결과,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민주당 후보들이 초강세를 보이고 있다.

 

KBS·한국일보*가 D-30일에 맞춰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의 최대 승부처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민주당 박원순 후보 53%, 바른미래당 안철수 후보 15.2%, 자유한국당 김문수 후보 10.5% 순이었다. 지지여부와 관계없이 당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70% 가까이가 박 후보를 꼽았다. 경기 도지사 선거에서도 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56.9%로 한국당 남경필 후보(17%)보다 40%포인트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막판 역전을 노리는 남 후보는 이 후보의 욕설 음성이 담겼다는 녹음 파일로 도덕성 검증 카드를 내밀고 있다. 인천시장 선거에서는 민주당 박남춘 후보에 대한 지지가 46.3%, 한국당 유정복 후보에 대한 지지는 18.3%로 조사됐다. 그런데 유정복 시장의 시정운영에 대해선 ‘잘한다’(48.5%)가 ‘잘못한다’(37.4%)보다 높았다. 비슷한 시기에 실시된 리얼미터·MBC경남 조사**에 따르면, 드루킹 댓글 조작 의혹 사건의 악재에도 불구하고 경남 도지사 선거에서 민주당 김경수 후보가 54.1%로 한국당 김태호 후보(33.2%)를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물론 선거에서 어느 정당이 승리할지는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 지방선거는 ‘3무(無) 선거’로 전락하고 있다. 첫째, 선거에 대한 관심이 없다. 남북정상회담, ‘드루킹 댓글 여론조작 사건’ 등과 같은 굵직한 대형 이슈에 묻혀 선거 자체가 실종됐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 당시 중앙선관위가 실시한 의식조사에 따르면, 유권자의 3명중 2명 정도(64.9%)만이 선거에 ‘관심이 있다’고 응답했다. 실제 투표율은 56.8%였다. 당시엔 세월호 참사와 같은 대형 이슈가 있어서 정부를 심판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이 정도의 선거 관심이 존재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에서는 정부 심판론이 전혀 부상되지 않고, 여당의 독주가 진행돼 선거에 대한 관심이 별로 없다. 역대 최저 투표율이 나올까 우려된다.

둘째, 17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여성 후보가 단 한 명도 없다. ‘더불어 남자당’이라는 비아냥이 나오고 있다. 지난 5월 3일 한국여성단체연합이 “여성 후보 공천 없이는 성차별· 성폭력 사회 구조를 변혁할 수 없다”고 소리쳤지만 공허한 메아리로 돌아왔다. 집권당 대표가 여성이고, 문재인 대통령이 ‘페미니스트 대통령’을 선언하고 국정 과제로 ‘실질적 성평등 사회 실현’을 내세웠는데 이런 공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은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참담함을 넘어 배신감을 갖게 된다. 1995년 제1회 전국 지방선거 이후 총 96명의 광역자치단체장(시·도지사)이 있었는데 여성 광역자치단체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와 같은 지방선거 여성 잔혹사가 이번에도 재연된다면 대한민국의 평등 민주주의는 설 땅을 잃게 된다.

셋째, 이슈도 없고 정책 대결도 실종된 상태다. 지방선거가 중앙정치에 예속되고, 선거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정당들이 구체적 정책 공약과 공약 가계부가 포함된 정당 공약집을 발표하지 않았다. 유권자에게 ‘묻지마 투표’를 하라는 것과 같다. 지난 2014년 지방선거에서도 원내 1, 2당이었던 새누리당과 새정치민주연합은 선거일을 불과 22일 남기고서야 공약집을 발간했다. 유권자가 선거에 관심을 갖고 후보와 정당들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투표를 해야 아름답고 좋은 선거가 될 수 있다. 더불어, 권력의 독점 혹은 편중 현상이 해결되지 않고 여성이 공천에서 배제되는 적폐가 청산되지 않으면 평등 민주주의는 요원하다.

*이 조사는 한국일보와 KBS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11~12일 전화면접조사 방식으로 진행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MBC경남이 리얼미터에 의뢰해 8~9일 조사했다(유선ARS 40%·무선ARS 60%).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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