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배희/한국가정법률상담소 소장

한국정부가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인권규약’에 따라 두 번째로 제출한 정기인권보고서를 검토한 유엔인권이사회는 1999년 10월 29일 제1802차 회의에서 호주제와 관련하여 깊은 우려를 표명하였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위원회는 여성에 대한 차별을 조장하고 강화시키는 (한국의)법률과 관행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 특히 여성의 지위를 종속적인 것으로 규정하고 있는 호주제는 가부장적인 사회구조를 반영하고 있으며, 이와 동시에 가부장제를 강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태아성감별 관행, 둘째와 셋째로 태어나는 아동 중에 남아의 불균형한 비율, 위험한 낙태가 명백히 초래한 높은 모성사망률이 심각하게 우려된다. 위원회는 남녀가 이 규약에 명시된 모든 권리들을 동등하게 향유할 권리와 법의 동등한 보호를 보장할 국가의 의무-규약 3조와 26조-를 이행하지 못한 정부의 실패가 전반적인 사회의 분위기로 인해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2001년 5월 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유엔 경제·사회·문화적 권리위원회(이하 사회권위원회)는 부계혈통만 인정하는 호주제와 남아선호사상에 따른 여아 낙태 등 한국 여성의 불평등한 지위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고 한국 정부에 이를 시정할 것을 권고하는 보고서를 채택하였다고 한다.

보고서에는 신설된 여성부가 법률과 사회에 성평등적 관점을 적용할 수 있도록 기능하기 위해서는 현재 0.003%에 불과한 예산을 충분히 배정할 것과, 남아선호와 낙태를 뿌리뽑기 위한 광범위한 대중 캠페인을 벌일 것을 한국 정부에 권고하고 있다.

이 보고서는 한국정부가 지난 1999년 제출한 제2차 정기 보고서를 검토·심의한 결과를 담은 최종 견해이자 유엔이 한국 호주제의 남녀차별성과 반인권성을 지적한 두 번째 경고다. 그러나 한국 정부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 가입하고도 ‘가족 성씨 선택의 자유권’(제16조)만은 유보해 놓았고, 2000년 9월 호주제폐지를 위한 시민연대가 낸 호주제 폐지를 위한 청원은 국회 상임위의 안건으로조차 상정되지 못하고 있다.

사회권 규약은 생존, 노동, 건강, 교육, 주거, 사회보장, 문화 등 인간다운 삶을 보장받을 권리를 담은 것으로 우리나라도 1990년 비준했으며, 사회권위원회의 최종 견해는 가입국으로서 당연히 이행해야 할 최소한의 의무이다.

호주제는 가부장제를 유지하는 전근대적인 불합리한 제도로서 남성과 여성이 공존해야 할 현대 민주사회의 이념에 위배되는 제도이므로, 국제적인 권고가 없다 하더라도 하루 속히 폐지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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