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생각한다] 생리, 뭘까?
[이렇게 생각한다] 생리, 뭘까?
  • 소정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
  • 승인 2018.05.15 13:16
  • 수정 2018-05-17 18: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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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5월 26일 오후 12시 서울 영등포구 하자센터 앞마당에서 ‘2108 월경페스티벌’이 열립니다. 여성환경연대와 녹색연합, 불꽃페미액션, 비건페미니스트네트워크, 범페미네트워크 등 다양한 주체가 공동주최하는 행사로 ‘5월 28일 월경의 날’을 맞아 열립니다. 지난 1999년부터 2007년 까지 열렸던 월경페스티벌에 이어 11년 만에 열리는 행사에 앞서 소정 나쁜페미니스트 활동가가 월경을 둘러싼 우리사회의 인식을 되짚고, 월경페스티벌의 취지를 알리는 글을 보내왔습니다.

 

2018 월경페스티벌 포스터
2018 월경페스티벌 포스터

생리 경험이 있는 여성이라면 갑자기 생리가 터진 날, 조용히 ‘그거 있어?’라며 생리대 하나를 빌린 경험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여자 화장실 칸에 월경 용품을 구비해 놓았다고 붙여놓은 백화점이나 식당 카운터에 가서 또 조용히 ‘생리대 있나요?’라고 물을 때가 종종 있었을 것이다. 생리는 남에게 보여서는 안 될, 개인적인 일로 치부된다. ‘생리’는 아무도 모르게, 조용하고, 냄새 안 나게 처리되어야 한다. 이처럼 여성의 전반적인 삶과 일상의 측면에서 생리는 은밀하고, 수치스러운 것으로 인식된다.

한편 생리가 ‘더럽지’ 않은 것으로 떠올려질 때도 있다. 바로 여성을 아이 낳는 몸으로 여길 때일 것이다. 생리는 곧 임신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여성의 몸을 오로지 생식 기능으로만 연관시킬 때 긍정적이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한다. 이러한 생리에 가해진 ‘수치’와 ‘숭고’라는 양가적 의미는 궁극적으로 여성에 대해 우호적이지 않은 차별적인 이분법적 성별 관계를 유지하는 규범을 재강화 한다. 여성의 몸은 곧 국가의 노동 인구가 될 태아가 잉태되고 태어날 숭고한 것으로 인식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여성들이 생리를 해도 문제고 생리를 하지 않아도 문제가 된다. 이는 결코 생리 그 자체에 원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여성의 몸과 생리, 임신과 출산, 그리고 여성 섹슈얼리티와 여성의 역할 등을 규정하고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과 인식에 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 아래 여성들이 주체적이고, 평등한 사회 참여를 보장받을 권리에 대해서는 누구든 쉽게 동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매달 피 흘리는 여성, 그들의 몸이 일반 시민의 몸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아니면 생리하는 사람들의 일상과 삶이 소위 ‘특수한’ 상태의 삶으로 인식되고 있는지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재생산의 기능이 아닌, 생리하는 여성의 경험과 일상을 중심으로 여성과 여성의 몸을 대하는 데에 있어 우리는 매우 서툴다. 인구의 약 절반이 생리를 일상으로 경험하고 있음에도 낯설어한다. 그 다른 절반인 남성의 삶이 소위 ‘정상’ 또는 ‘규범적’ 상태로 여겨지는 속에서 생리는 마치 특수한 일처럼 인식된다. 몸의 차이가 차별이 되고 있는 이 지점에서, 생리가 암묵적으로 기대되는 여성의 몸은 소위 비정상적인 상태의 몸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남성중심적 가부장제 구조 속에서 구성되면서 여성의 몸과 삶은 비규범적인 것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리는 격하게 축하받기도 하고, 격하게 부정당하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끊임없이 접하는 생리대 광고는 ‘보호’와 ‘깨끗’한 이미지를 반복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여성들로 하여금 생리 중에는 ‘깨끗’해야 한다는 강박과 자신들이 더럽고 불결한 상태에 있다는 생각을 떨치지 못하게 만든다. 생리혈이 새지 않도록 최선을 다해야 하고, 흐르는 피를 절대 남에게 보이지 않아야 하며 생리 중이라는 사실조차도 남이 알아서는 안 된다는 생각을 굳히도록 만든다. 생리에 부여된 양가적 의미는 여성의 몸에 대한 사회적 대우와 마찬가지로 이분법적 성차별적 위계 구조라는 사회문화적인 맥락 속에서 구성돼 왔다.

“아, 존-나 귀찮다” - ‘피의 연대기(2017) 중

이 과정에서 생리하는 당사자의 경험과 목소리는 철저히 배제돼 왔다. 사실상 대다수 여성에게 ‘생리하는 날’은 항상 건강한 태아를 잉태하기 위해 숭고히 견디는 과정이 아니라 많은 경우 일상에 피해를 줄 정도로 (매우) 귀찮은 일이다. ‘피의 연대기’의 일러스트와 같이 많은 월경인에게 생리는 숭고한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닌, ‘존-나 귀찮’은 일이다.

생리에 대한 개개인들의 인식과 일상에서 생리를 겪는 방식과 생리를 대하는 태도는 단일하지 않고, 맥락과 위치에 따라 복합적이다. 어떤 여성들에게는 생리가 긍정적으로 인식될 수 있다. 생리혈을 보고 자신의 건강상태를 확인하는 사람에게 생리는 다른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완경을 경험한 여성에게 생리는 ‘젊음’과 ‘여성다움’의 상징으로 인식될 수 있다. 특히 임신을 기대하지 않는 성관계를 가진 후에는 생리가 그렇게 반가울 수 없다. 그러나 생리가 아무리 반갑고, 긍정적인 의미를 지닌 것으로 여긴다 할지라도 생리하는 여성들에게 우호적이지 않은 사회의 태도와 일상의 시설들, 그리고 현대인의 생활 패턴은 생리를 마냥 긍정적인 경험으로서 보다 귀찮은 것으로 만든다.

태어나면서부터 생리를 선택한 사람은 없다. 의지로 멈출 수 있는 일도 아니다. 물론 피임약으로 생리 주기를 조절하거나 의학 시술로 피를 멈추거나 피의 양을 줄일 수 있지만, 약이나 시술 없이는 시작일과 끝나는 날도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 그런데 그 생리가 일상생활에 지장을 주고,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어떤 몸을 가지고 있든 자신의 몸을 자기가 컨트롤 할 수 있는 권리가 필요하다. 여성에게도 여성의 섹슈얼리티 자기결정권과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자신의 몸을 스스로 컨트롤 할 수 있는 권리가 보장되어야 한다. 선택하기 위해서는 나에게 주어진 선택지가 무엇인지 알 수 있어야 하고, 선택지에 대한 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곧 다가오는 ‘월경페스티벌’은 생리 용품뿐 아니라 여러 생리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고, 월경인 당사자들이 생리, 월경에 대해 직접 말함으로써 생리에 붙여진 금기를 깨부술 계기가 될 것이다. 환상과 금기로 뒤덮인 생리 이미지와 인식을 엎고, 다양한 생리 용품에 대한 정보 접근성을 높이는 일은 사회구성원 모두의 평등한 사회 참여권과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존엄성을 보장하는 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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