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상닭 꼬꼬 ⓒ김연정
관상닭 꼬꼬 ⓒ김연정

누구나 한 번쯤, 초등학생 시절 학교 앞에서 허름한 상자 안에 빽빽하게 담겨있는 병아리를 보고 불쌍한 마음에 사 온 경험이 있을 것이다. 꼬꼬 역시, 한 수의대생의 남동생이 학교 앞에서 팔던 병아리를 사와 함께 하게 된 녀석으로, 5년째 키우고 있는, ‘관상닭’이다. 보통 학교 앞에서 파는 병아리는 하루 이틀 안에 죽을 만큼 약한 개체들만 오기 때문에, 5년이라는 시간 동안 꼬꼬의 건강을 위해 얼마나 온 가족이 사랑해주고 노력했는지 그 학생을 인터뷰하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느낄 수 있었다.

Q. 꼬꼬를 소개해주세요

A. 꼬꼬는 한국에서 은수남이라고 불리는 silver sebright bantam이라는 종의 관상닭입니다. 일반적으로 떠올리는 닭과는 조금 다르게 몸집이 작고 흰 바탕에 검은 테두리가 있는 깃털을 갖고 있어 화려한 느낌을 줍니다. 보통 평균수명은 4~8년 정도라고 합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수의대를 다니고 있는 나조차 관상 닭이라는 반려동물에 대한 상식이 많이 부족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우선, 닭이라는 동물이 가족을 알아볼 수 있다는 것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생각보다 훨씬 더 사람과의 교감 형성이 크다는 것이 가장 놀라웠고, 편견을 갖고 있던 스스로의 생각을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Q. 다른 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꼬꼬의 특별한 모습은 무엇인가요?

A.닭도 강아지, 고양이와 비슷한 점이 굉장히 많고 좋은 반려동물이 될 수 있습니다. 엄마 뒤를 졸졸 쫓아다니며 기다리기도 하고, 외출하고 돌아오면 혼자 현관문 앞에 앉아 기다리고 있어 늘 미안하기도 합니다. 밥 먹자고 부르면 급하게 뛰어오다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을 걸면 소리 내서 대답도 하고, 자고 있으면 어느새 머리맡에 와서 같이 자고 있는 등 일상생활 속 소소하지만 큰 행복을 주는 귀여운 행동들이 정말 많습니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은, 다양한 방향으로 사람에게도 큰 영향을 준다. 지난 기사에서 육지 거북 ‘금별이’와 함께 사는 수의대생은 금별이의 식단에 맞춰 채소를 많이 먹는 삶을 살게 되었다. 노령견과 함께 살고 있는 나는 반려견의 마지막에 대해 생각하고 누군가의 죽음에 대한 마음의 준비를 시작하고 있다. 꼬꼬와 살고 있는 이 수의대생 역시 영향을 받아왔다.

Q. 꼬꼬와 살면서 받은 좋은 영향들은 어떤 게 있나요?

A. 꼬꼬와 살면서 닭을 치료해주는 동물 병원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수의사라는 직업에 매료돼 수의사를 꿈꾸게 됐고, 지금은 너무 만족하고 있습니다. 인생에서 아주 큰 부분이 꼬꼬의 영향으로 결정되고 만들어진 것이죠. 저에게는 이렇게 소중한 반려동물이기 때문에, 요즘도 누가 “치킨이다, 언제 잡아먹냐” 등의 농담 섞인 말을 하면 화가 나곤 해요.

지난 기사에서도 다뤘듯이, 겨울 방학 때 순돌이가 특발성 간질로 인해 크게 아픈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인터뷰를 하면서 꼬꼬 역시 같은 시기에 크게 아팠음을 알게 됐고, 반려동물이 아플 때의 보호자의 마음을 서로 공감하고 공유할 수 있었다. 꼬꼬의 경우에는 비염으로 처방받은 약을 잘못 삼키는 바람에 오연성 폐렴에 걸려 두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약과 이유식을 먹어야 했다. 반려동물이 아플 때 치료는 온전히 보호자의 몫이기 때문에, 긴 외출은 꿈꿀 수도 없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두 달 동안 제대로 집 밖을 나가지도 못했지만, 꼬꼬와 함께할 수 있는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해서 전혀 힘들지 않았습니다. 폐렴이 완치된 지금, 꼬꼬를 볼 수 있다는 사실에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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