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나요?”… 국민 67.6% “부성주의 원칙 불합리”
“왜 아버지의 성을 따라야 하나요?”… 국민 67.6% “부성주의 원칙 불합리”
  • 이하나 기자
  • 승인 2018.05.11 18:07
  • 수정 2018-05-12 08: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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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가정법률상담소 3303명 설문조사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서 정해야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11일 창립 62주년 기념으로 ‘자녀의 성, 강제에서 원칙을 넘어 합의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성신문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11일 창립 62주년 기념으로 ‘자녀의 성, 강제에서 원칙을 넘어 합의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여성신문

국민 10명 중 6명은 아버지의 성과 본만을 원칙적으로 따라야 하는 민법상 781조의 ‘부성주의 원칙’이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5년 전보다 5.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또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 결정해야 한다’고 답한 비율이 71.6%에 달했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11일 서울 여의도에서 창립 62주년 기념으로 개최한 ‘자녀의 성, 강제에서 원칙을 넘어 합의로’ 심포지엄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자녀의 성 결정제도에 대한 국민의식 조사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조사는 3월 14일부터 4월 10일까지 10~70대 3303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2005년 3월 국회는 ‘호주제’를 삭제한 민법개정안을 의결하면서 민법 제781조 ‘자녀의 성과 본’에 관한 조문도 함께 수정했다. 개정된 민법 제781조 1항은 ‘자는 부의 성과 본을 따른다. 다만, 부모가 혼인신고시 모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경우에 모의 성과 본을 따른다’고 명시하고 있다. 법은 원칙적으로는 아버지의 성과 본을 따르도록 하는 부성주의 원칙은 유지하면서, 어머니의 성을 따르는 것은 예외적인 규정으로 둔 것이다. 또한 어머니의 성을 자녀를 낳기 전일 가능성이 높은 ‘혼인신고시’에만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자녀의 성 결정에서 부·모와 남·녀를 합법적으로 차별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잇따랐다. 유엔여성차별철폐위원회도 한국정부에 가족성에 관한 규정인 제16조 제1항 g호 ‘유보(reservation)’를 철회할 것을 권고했으나, 한국정부는 1984년 유엔여성차별철폐협약(CEDAW)을 비준한 이후 해당 조항을 14년째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번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72.1%는 ‘민법의 부성주의 원칙 규정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남성(69.6%)에 비해 여성의 인지도(74.0%)가 더 높았으며, 2013년 조사(70.6%)에 비해 여성의 인지도는 3.4%포인트 높아졌다. 연령별로는 20대(80.5%)가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고, 10대(68.6%)가 가장 낮았다. 전반적으로 자녀의 성·본은 부성주의 원칙에 따른다는 것을 상당수의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응답자의 67.6%(2234명)는 ‘부성주의 원칙은 불합리하다’고 응답했다. 이는 지난 2013년 조사 때보다 5.7%포인트 증가한 수치다. ‘부성주의 원칙은 당연하다’는 응답은 32.4%로 2013년(38.1%) 보다 5.7%포인트 줄었다.

성별로 보면 여성 응답자의 77.1%, 남성 응답자의 54.5%가 ‘부성주의 원칙은 불합리하다’고 답해 차이를 보였다. 자녀의 성 결정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성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남성은 45.5%로, 여성(22.9%)보다 두 배 가량 많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남성은 부성주의 원칙이 ‘당연하다 내지는 당연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이 강한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아버지의 성만을 따를 것을 원칙으로 하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생각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연령별로 보면, 10대부터 40대까지 젊은 연령층에서는 평균(67.6%)을 상회해 부성주의 원칙이 ‘불합리하다’고 인식한 반면, 50대부터는 연령이 높아질수록 부성주의원칙을 따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어 연령에 따른 의식차이를 볼 수 있었다. 특히 20대는 83.9%가‘불합리하다’고 응답하여 다른 연령층에 비해 현행 성본 결정제도가 불합리하다고 인식하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

‘부성주의 원칙은 불합리하다’고 답한 응답자(2234명)에게 자녀의 성 결정 방법에 대한 대체방안을 물은 결과,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 선택한다’고 한 응답이 71.6%로 가장 많았다. 성별에 따른 의견 차이는 거의 보이지 않았다(여성 71.8%, 남성 71.2%). 전 연령대에서 ‘부모가 협의해 선택한다’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으며, 특히 30대(78.9%)와 20대(76.1%)의 비율이 높았다.

한국가정법률상담소는 “이번 조사결과, 응답자의 67.6%가 ‘부성주의 원칙이 불합리하다’고 응답하고 있으며, 그 대체방안으로 71.6%가 자녀의 성은 ‘부모가 협의해 선택한다’고 응답한 점을 볼 때, 대다수 국민들은 부성주의 원칙을 이미 부부차별, 성차별적인 요소로 인식하고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음을 알 수 있다”며 “현행 부성주의 원칙에 근거한 자녀 성 결정제도는 국민의 성평등 지향적인 의식을 반영하고, 국제사회에서 권고하는 입법 기준에 합치되는 방향으로 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심포지엄에서 양현아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부계성본주의란, 외양으로는 형식적인 제도인 것처럼 보이지만 여성의 계통 능력을 박탈함으로써 모성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아버지에 비해 차별하며, 여성의 가족구성원을 제한하고, 여성의 재생산권을 제한하고 차별해 왔다”며 “이렇게 부계성본제도는 차별적인 젠더 시스템을 표상할 뿐 아니라 구축에도 기여해 왔다. 이는 CEDAW가 금지하는 법적이고 관습적인 성차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양 교수는 부부가 협의해 자녀 성을 정하게 하고 협의가 어려울 경우 법원이 정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는 또 “현재의 모성 부여 선택의 시점을 ‘첫 자녀의 출생신고 시’로 연기하는 개정이 가능할 것”이라며 “자녀의 성본에 대해 부부가 협의가 되지 않거나 협의가 어려울 경우 법원의 허가로 자의 성본을 부여하는 개정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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