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훈의 시선] 광주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 - 이제 손가락을 우리에게 돌리자
[정재훈의 시선] 광주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 - 이제 손가락을 우리에게 돌리자
  •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 승인 2018.05.09 15:17
  • 수정 2018-05-14 10: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성폭행 당사자 군인·경찰

찾아내 처벌을 시작하라

진상 밝히고 과거 청산하자

 

 

‘화려한 휴가’를 위시한 광주 민주화 운동 관련 영화들을 보면서 늘 생각나는 주제가 있었다. 성폭행이다. 특히 ‘화려한 휴가’ 끝 장면에는 “우리를 잊지 말아 달라”고 절규하며 가두방송을 하던 여성이 나온다. “결국 저 분도 잡혀갔을텐데… 실제로 어떻게 됐을까?”

동서양을 막론하고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수천 년 이상 자리 잡아온 결과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폭력 양상 중 하나가 공권력을 앞세워 저지르는 성폭력이다. 전쟁 중 군인이 하는 강간은 일종의 통과의례가 되었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적의 여성을 전리품처럼 여겨도 좋은 양상마저도 생겨났다. 전리품이라는 말이 거슬리는 다수 양심적 참전 군인들도 일종의 보상 심리에서 벌어졌던 강간 사례가 일부 있었음을 부인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른바 아내·여자 약탈과 강간의 역사. 가부장제 사회에서 찾을 수 있는 어두운 역사의 추한 모습이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도 결국 피지배국 여성은 지배국 남성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가부장적 구조와 가치 규범에서 근원을 찾을 수 있다. “(남자의 입장에서) 성희롱은 있을 수 없다”면서 성폭력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라고 공언하는 고위 관료가 버젓이 자리에 버티고 있는 일본정부로부터 제대로 된 위안부 관련 사과는 받아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래도 위안부 할머니들이 시작한 #미투 운동은 우리의 역사 인식을 바꾸는 중요한 계기가 되었다. 한국사회에서 미투 운동의 근원을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언제 어느 때나 여성에 대한 남성의 폭력이 있었고 여성의 저항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폭로는 국가 공권력이 주체가 되어 저지른 성폭력에 대한 미투 운동의 본격적 양상 중 하나임은 분명하다.

이런 의미에서 볼 때 일본을 향하던 손가락질을 이제 우리 스스로에게 돌릴 때가 됐다. 광주를 무자비하게 짓밟은 주체는 결국 전두환·노태우를 위시한 이른바 신군부 집단이다. 그런데 이 정치군인들이 광주에 투입한 군인들에게 문서나 말로써 이야기하지 않았지만 마음대로 해도(가져도) 좋다고 허락한 전리품이 있었다. 여성의 몸이다. 권력정치의 속성을 몰랐지만, 사람이 그렇게 살아서는 안될 것 같아서 자발적으로 저항의 대열에 참가했던 여성의 몸이다. 군인과 경찰이 구금한 여성 중 얼마나 많은 숫자가 성폭행의 제물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적지(敵地)로서 광주에 들어간 점령군에게 (남성) 시민군을 제압한 뒤 암묵적으로 허용된 보상으로서 전리품(여성에 대한 성폭행)의 존재를 굳이 영화를 보지 않더라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다.

영화와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얼마 전 전남도청에서 안내방송을 했던 김선옥씨가 당시 구금과 수사 과정에서 본인이 당한 성폭행 사실을 한국사회에 전했다. 절박하고도 비통한 심정에서 하신 말씀을 지면으로만 보았다. 영화에서처럼 가두방송을 했던 전춘심씨와 차명숙씨도 성폭행을 피해가지 못했다. 이 분들 외에도 수많은 여성이 계엄군과 경찰의 성폭행 피해자가 되었다. 전두환·노태우 이름은 알아도 광주의 수많은 여성을 성폭행한 군인은 무명으로 남아있다.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마음씨 좋은 할아버지일 수 있다. 이들을 어떻게 할 것인가?

단지 유대인 수용소 담벼락만 지킨 사람도 찾아내 처벌한 모범적 청산 과정을 독일은 보여줬다. 어제의 광주 여성들이 미투 운동을 시작했다. 국가는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일본에만 손가락질하지 말고 이제 광주에서 시작한 미투 운동에 국가가 답할 때다. 당시 성폭행 당사자 군인과 경찰을 찾아내 처벌하는 작업을 시작하라. 진상을 밝히고 과거를 청산하자.

*외부 필자의 글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8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