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임금 동일노동에

성별 임금차별 포함해야

직장내 성차별과

가사노동 문제 같이 봐야

미투운동 제안

내부의 성평등 노력 필요

 

 

 

5월 1일 128주년 세계 노동절을 맞아 노동자대회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그중 올해 민주노총의 대회는 이전의 노동절 기념대회들과 다른 점이 눈에 띄었다. 개헌논의와 맞물려 선언한 노동헌법 확보, 노동법개정, 비정규직 철폐를 중심으로 한 “한국사회의 노동을 새로 쓰자”라는 큰 기치를 내건 점이다. 그러나 여성노동의 관점에서 아쉬운 점들도 눈에 띄었다.

 

노동절은 1886년 5월 1일 미국 시카고 노동자들의 시위에서 비롯됐다. 당시 미국 노동자들은 하루 12~16시간의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렸다. 이날 미국 노동자들은 ‘8시간 노동’을 외치며 총파업을 벌였고, 미국 정부는 어린 소녀를 포함해 농성 중이던 6명의 노동자를 총으로 살해했다. 이에 항의해 30만 명의 노동자들이 페이마켓 광장에서 평화집회를 벌였다. 이 저항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 1889년 세계 노동운동가들이 파리에 모여 “5월 1일은 만국의 노동자가 단결해 노동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실천의 날”로 선언했고 이듬해 1890년 5월 1일 첫 노동절 기념대회가 열렸다.

한국에서 노동절을 기념하기 시작한 것은 1923년부터다. 그러나 이승만 정권은 노동자들의 연대를 막기 위해 노동절의 날짜를 대한노총 설립일인 3월 10일로 바꿨고, 박정희 정권은 노동자라는 명칭마저 ‘근로자의 날’로 바꿔버렸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1988년 ‘5월 1일 노동절’을 복원해 냈고, 이후 매해 5월 1일 전국의 노동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자의 노동문제를 공유하고 공동 실천을 도모해 왔다.

이런 역사성을 바탕으로 2018년 노동절에 민주노총은 다양한 노동자들의 바람을 담아 “구조조정·정리해고 중단, 동일가치노동 동일임금, 직장 내 성평등 실현 및 성차별·성희롱·성폭력 철폐, 이주노동자 차별철폐, 노동3권 보장, 사회안전망 강화, 재벌 개혁” 등을 요구했다. 이는 사업장의 울타리를 넘어 모든 노동자들이 같이 하는 노동절이라는 성격에 비추어 보면 당연한 요구들이다. 특히 직장 내 성평등 실현 등의 요구는 여성노동문제의 중요성을 확인시켜줬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아쉬운 점도 있다. 우선 동일노동 동일임금에 대해 민주노총은 비정규직과 정규직간의 임금차별 문제로만 접근한 것 같다. 오히려 동일노동 동일임금 주장은 유사노동을 하지만 성별에 따라 임금의 차별지급에 대해 문제제기했던 여성노동자들의 오랜 요구였다. 그러므로 현실에서 동일노동을 하지만 성별에 따라 임금차별을 보이는 문제를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요구로 포함시켜야 실질적인 임금차별 문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

다음으로 한국 사회 새로운 ‘노동’을 쓰자는 선언 속에, 직장(노동현장) 내의 성평등 실현을 주장하지만, 그 내용에 무급의 ‘가사노동’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여성노동자들은 입직, 임금, 승진 등에서 차별을 받고, 또 경력단절의 문제를 겪고 있기 때문에 직장에서 성평등을 실현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그러나 직장 내의 성차별 문제가 가정에서 여성들이 무급의 가사노동을 담당해온 것과 분리된 문제는 아니다. 이는 남성은 경제활동을 하며 여성은 가정을 책임져야 한다는 성별화된 노동분업 이데올로기에 기반을 둔다. 그 때문에 직장 내의 성평등을 이루려면 직장 내의 성차별문제와 가사노동 문제를 같이 봐야 한다. 나아가 가사노동이 사적 공간에서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하는 무급의 노동이 아닌, 새로운 ‘(사회적인) 노동’으로 인정할 때만이 구조적인 성차별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또 민주노총은 직장 내의 성희롱·성폭력 근절을 주장하면서, 최근 한국사회를 뒤흔들고 있는 미투(#MeToo) 운동에 대해 “미투운동의 완성은 노동현장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이 사라지는 것”이라며 노동자들이 적극적으로 같이 할 것을 제안했다. 노동현장의 미투운동에 대해 민주노총이 앞장서려 한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민주노총은 자연스럽게 미투운동의 주체로 이동해, 마치 남성중심적인 문화와 무관한 것처럼 보인다. 민주노총이 실질적인 성희롱·성폭력 없는 노동현장을 만드는 주체로 서려면, 내부의 성평등한 문화를 만들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고 본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