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10일 한부모가족의 날]

한부모가족 210만 가구

전체 가구 중 10.9%

정부 지원 늘렸다는데

혜택받는 한부모 제자리

월급 148만원 넘으면

양육비 13만원도 끊겨

 

212만. 이혼이나 사별, 미혼으로 홀로 자녀를 키우는 가구의 숫자다. 전체 가구 가운데 한부모가족은 10.9%로 2012년 9.9%에 비해 증가했다(통계청 ‘2017 장래가구추계: 2015~2045’). 그러나 이들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이른바 ‘정상가족’ 형태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편견과 사회적 차별을 경험하고, 한부모 홀로 생계와 양육, 가사노동까지 책임지느라 경제적 고충이 크다. 정부는 올 초 한부모를 지원하기 위해 한부모가족 아동양육비 지원액을 1만원 늘리고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 대상을 중위소득 52%에서 60%로 확대했다. 하지만 이 혜택을 받는 한부모는 0.06%에 불과한 상황이다. ‘법정 한부모’를 인정하는 소득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남자친구와 사실혼 관계를 2년째 유지하던 김정은(가명·35)씨는 지금은 홀로 생후 5개월된 아들 지후(가명)와 단 둘이 살고 있다. 남자친구는 다른 여자가 생겼다며 떠났다. 정은씨는 지후가 세상에 나온 지 두 달이 됐을 무렵부터 직장에 다니기 시작했다. 출근을 할 때면 지후는 어린이집 0세반에 맡기고 있다. 혼자 아이 낳는 것을 반대하던 친정과도 멀어지면서 정은씨는 생계를 위해 돈을 벌면서도 오롯히 혼자 지후를 돌보고 가사노동도 책임져야 한다. 정부에서 한부모가족에겐 자녀양육비 13만원을 지원해준다는 이야기에 정은씨는 희망을 안고 구청을 찾았지만 돌아오는 말은 “안된다”는 말 뿐이었다. 월급이 148만원을 넘으면 양육비는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회사를 그만둬야 양육비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구청 직원의 말에 정은씨는 고개를 숙였다. 정은씨는 “13만원을 받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거나 더 낮은 임금을 받는 일을 찾을 수는 없는 것 아니냐”며 “200여만원의 월급으로 두 식구가 사는 것도 빠듯한데 최저임금도 안되는 월급을 받는 한부모만 지원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답답하다”고 했다.

2010년 사별 후 두 자녀를 키우는 박선영(가명·43)씨는 올해 자녀양육지원금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생각에 “조마조마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는 초등학생인 둘째 아이의 자녀양육지원금 13만원을 받았지만 최저임금이 오르면서 매달 받는 유족연금 41만원을 더하면 한부모 자녀양육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한부모 지원 기준인 191만5000원(3인 기준, 중위소득 52%)을 넘어서기 때문이다. 박씨는 “지금은 실업 상태라 자녀양육지원금을 받고 있지만 다시 일을 시작하면 탈락될 것 같다”면서 “식비, 의료비, 교통비를 줄이고 줄여서 두 아이 교육비에 쓰는데도 빠듯한데, 13만원이 끊기면 어디서 줄여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박씨는 “최저임금이 올랐다지만 물가도 함께 올라 생활이 크게 나아지진 않았다”며 “한부모 지원 기준이 현실을 반영해 너그러워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올해 최저시급은 7530원으로 월급으로 환산하면 157만3770원이다. 그런데 법적으로 14세 미만 자녀를 키우는 한부모에게 지원되는 자녀 양육지원금을 받으려면 2인가구 기준 월 가구소득이 약 148만원(중위소득 52%) 이하여야 한다. 최저월급을 받는다면 양육비를 지원받을 수 없다는 이야기다.

한부모가구는 일반가구에 비해 가계지출이 절반 수준에 그친다. 식비와 교육비 등 필수 지출항목을 제외하고는 허리띠를 졸라 매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한국한부모연합이 2015년 통계청과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자료를 분석한 결과, 한부모가구의 가계지출은 월 142만3000원으로 일반가구 가계지출 332만3800원의 42.8%에 그친다. 한부모가구의 월 소비지출은 일반가구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삶의 질을 좌우하는 의료비와 교통비, 통신비, 문화생활비 지출이 낮았다.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는 양육비 부담을 일부 해소하는 차원에서 1월부터 ‘한부모가족증명서’ 발급대상 소득 기준을 ‘중위소득 60% 이하(월 171만원 이하)’로 문턱을 낮췄다. 예산 부족으로 대학특례입학, 임대주택 우선순위 등의 비현금성 지원을 늘린다는 취지다.

여가부는 “한부모 자녀양육지원금이 늘어나야 한다는 방향성에 대해선 여가부와 기획재정부가 동의하고 있고, 지원대상, 금액, 연령 가운데 우선순위에 대한 판단이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최저임금 상승은 한부모 지원을 비롯해 복지급여 전반과 연계된 것이기 때문에 신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저소득층을 대상으로 한부모 지원을 하는 상황에서 탈수급은 경제적으로 자립하고 있다는 것으로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고 했다.

한부모가 자립하기 위해서는 단발성 지원이 아닌 지속적인지원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가령, 고용촉진장려금 제도의 경우 기업이 한부모 등을 6개월 이상 고용을 유지할 경우 최대 1년간 연 720만원(대기업 360만원)의 인건비가 지원된다. 하지만 1년이 지나면 인건비 지원은 끊긴다. 그러다보니 인건비 지원이 끝나면 회사를 떠나야 하는 경우가 많다.

정부도 한부모 대상 정책을 강화한다고 있다고 하지만 이러한 변화는 아직 한부모가 체감하기 힘든 수준이다. 9일 한국한부모연합이 사회보장정보시스템(행복e음)을 분석한 결과, 현재 한부모가족 혜택을 받는 가구(중위소득 60% 이하)수는 20만6218가구로 나타났다. 소득기준이 중위소득 52%일 때 혜택을 받은 한부모(20만4969가구)보다 불과 1249가구 증가한 것이다.

오진방 한국한부모연합 사무국장은 “소득 기준에서 만원이라도 넘으면 바로 ‘법정한부모’에서 탈락한다”며 “자립도 중요하지만 아무런 준비가 돼있지 않는 상황에서 한부모 지원 혜택이 끊기면 바로 경제적 어려움으로 직결된다”고 지적했다. 오 사무국장은 “상승한 최저임금에 맞춰 법정 한부모 소득 기준을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직적인 한부모가족 정책을 위해서는 기초 통계부터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현재 한부모가족에 대한 공식 통계는 부처 마다 제각각이다. 통계청은 212만 가구라고 발표한 반면, 여성가족부는 9일 보도자료에서 154만 가구라고 표기하고 있다.

정이윤 건국대 교수는 “효율적인 정책을 설계, 운용하려면 통계가 기본인데, 한부모 가구 숫자와 한부모가구에서 자라는 아동 수에 대한 기초 통계도 없다는 것은 정부의 정책 의지를 보보여주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며 “한부모가 증가하면서 양육비이행관리원, 양육비대지급제도 등 한부모와 그 자녀를 대상으로 한 기관이 운영되고 정책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서 토대가 되는 통계부터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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