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한 여자 탁구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6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2018 세계탁구선수권대회에서 단체전 동메달을 차지한 여자 탁구 남북 단일팀 선수들이 6일(한국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 아레나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뉴시스·여성신문

함께하니 기쁨도, 감동도 두배였다. 스웨덴 세계선수권대회에서 27년 만에 여자 탁구 남북단일팀을 재현한 국가대표팀의 이야기다. 그 어느 때보다 값진 동메달을 목에 건 한국 선수들이 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이날 대표팀 맏언니 서효원은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일팀이 성사되면 중국과도 견줄 수 있다”며 “이번에 갑작스럽게 단일팀이 돼 긴장한 선수도 있는데, 아시안게임까지 잘 준비하면 일본도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여자 대표팀은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8강 대결이 예정됐던 북한과 깜짝 단일팀을 구성했다. 각자 예선을 치러 8강에서 대결할 예정이었으나, 4강에 자동 진출하며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남북단일팀의 감동을 떠올리게 했다.

이번 남북단일팀 성사는 남북과 국제탁구연맹 그리고 선수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다. 이야기가 나온 건 3일 국제탁구연맹(ITTF) 재단의 창립기념회였다. 이날 ITTF재단 제1호 대사로 임명된 유승민 IOC(국제올림픽위원회)선수위원이 깜짝 복식조 시범경기를 제안했고, 토마스 바이케르트 ITTF 회장조 이를 수락했다.

이날 한국의 서효원과 양하은 그리고 북한의 최현화, 김남해 등이 탁구채를 잡은 가운데 이후 단일팀 논의는 일사천리로 이뤄졌다. 남북이 동시에 4강에 올랐다는 점과 국제대회를 오가며 오랜 기간 쌓아온 신뢰가 긍정적인 결과를 불러왔다.  

특히 유 위원의 외교력이 빛을 발했다. 유 위원은 주정철 북한탁구협회 서기장과 유 위원, 평창에서 깊은 신뢰관계를 쌓아온 바이케르트 ITTF 회장이 머리를 맞댔다. 선수들의 동의를 받은 뒤 이유선 대한탁구협회 부회장이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에게 보고했고, 대한체육회가 문체부에 내용을 전달했다. 한국 정부의 수락이 떨어진지 얼마 안 돼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OK 사인이 내려왔다. 그 흔한 잡음 없이 물 흐르듯 남북단일팀이 성사됐다. 

1991년 지바 세계선수권 때 사상 첫 남북단일팀 일원으로 여자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건 현정화, 남자 남북단일팀 멤버로 참가했던 유남규 등 이제는 전설이 된 탁구 영웅들도 27년만의 단일팀 소식에 기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일본전에는 한국의 진지희와 양하은 그리고 북한의 김송이가 출전했다. 비록 준결승에서 0-3으로 지며 일본에게 승기를 내줬지만 단체전 멤버로 보여준 이들의 활약은 전 세계인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경기가 끝난 후 시상대에는 한국 4명, 북한 5명 등 남북 출전 선수 전원 모두가 올랐다.

공동훈련 등을 통해 함께 땀 흘리며 짧은 시간 정을 쌓은 이들은 지난 6일(현지시간) 스웨덴 할름스타드의 선수단 숙소에서 마지막 작별인사를 해야 했다. 한국 선수단보다 북한 선수들이 먼저 숙소를 떠나야 했기 때문이다. 이날 한국 선수단은 아쉬운 마음을 뒤로 하고 활짝 웃는 얼굴로 다음을 기약했다.

한편 탁구협회는 분위기를 이어가 오는 8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도 남북단일팀 구성을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안게임엔 남·녀 단식과 남·녀 단체전, 혼합 복식 등 5개 종목에 금메달이 걸려 있다. 남북단일팀이 어떤 감동의 서사를 그려질지 벌써부터 전 세계가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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