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급 보좌관 중 여성은 5.91%

“국회선 미투조차 못한다”는데,

성폭력 예방 의무 교육,

국회 보좌진은 강제성 없어

국회 수료자 명단 공개,

정당별 교육 제도 강화해야

국회 내 성폭력 실태 설문조사 응답자 중 성폭력 피해를 경험한 여성 보좌진의 비율은 50%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성 보좌진의 피해 경험은 1%대에 그쳤다. 가해자의 대부분은 국회 내 보좌진이며 국회의원도 포함됐다.

이같은 실태 조사는 유승희 국회 윤리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지난 4월 초 실시한 국회 내 성폭력 실태조사 결과 가운데 응답자 중 직접 피해경험에 대해 물은 결과를 집계한 것이다.

성폭력에는 음란전화(문자·메일), 스토킹, 성희롱, 가벼운 성추행, 심한 성추행, 강간미수, 강간 등으로 세분화해 질문해 집계한 결과다. 보좌진 2750명 중 923명이 설문에 응답했으며 이중 여성은 397명, 남성은 522명이었으며, 본인의 피해 경험 중 여성은 198명, 남성은 7명으로 집계됐다.

국회 내 성폭력 고발은 특수성을 띤다. 의원실이라는 폐쇄적 환경에서 생사여탈권을 가진 상급 직원의 대부분이 남성이고 하급 직원의 상당수가 여성이다. 4급 보좌관의 경우 지난해 3월 기준 여성은 5.91%에 그쳤다. 고용의 불안정성도 극도로 높다. 따라서 국회에서는 미투(#Metoo) 조차 불가능하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보좌진들 사이에서 꾸준히 나왔다. 실제로 국회 내 미투는 3월 초 1명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보좌진의 직장 내 폭력 예방 의무 교육 참여가 유독 저조하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 위원장의 이번 조사에서 최근 10년간 보좌진의 해당 교육 참여 횟수는 한해 평균 68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보좌진 수는 2018년 현재 2750명이다. 해당 교육 참여여부가 인사고과에 반영되는 국회사무처 직원의 경우 한해 평균 1,233명이 참여한 것에 비하면 18배나 낮은 수치다.

양성평등기본법에 따르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관계 법률에서 정하는 바에 따라 성폭력·가정폭력·성매매 범죄의 예방을 위해 교육을 실시해야 하고, 각 교육과 제31조에 따른 성희롱 예방교육을 성평등 관점에서 통합하여 실시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미투 운동이 한참 전개되던 상황에서도 변화는 없었다. 지난 3월 23일에 국회에서 열린 폭력예방교육은 국회의원 및 5급 이상 국회사무처 공무원(사무관급 이상), 국회 보좌직원(비서관급 이상) 등을 대상으로 실시됐으나 참석자는 저조했다. 당시 한국경제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국회의원 중 참석자는 송옥주·송희경·김중로 등 3명에 불과했다. 문제는 교육 참석률을 강제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국회사무처 공무원의 교육 이수율은 정부에 제출해야 하지만 국회의원과 보좌진은 여기에 해당되지 않아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회사무처를 통해 보고받은 자료에 따르면 폭력예방교육에 참석한 의원은 2015년 1명, 2016년 1명, 2017년 5명에 불과했다. 참석자의 90%이상은 국회사무처 소속 공무원들이 자리를 채웠다.

서지현 검사의 미투 이후 100일이 지난 상황에서 국회는 얼마나 바뀌었을까. 6급 비서관 A씨는 “미투 이후 당이나 보좌진협의회나 교육 열어서 참여해라 독려 분위기는 강해졌지만 여전히 강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는 보좌진 대상 교육에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국회사무처에서도 교육을 하지만 정당별로 개설되다 보니 교육이 실시하면 이미 다른 데서 들었다고 말하기 좋다. 국회의원조차 당에서 교육받았다고 하면 끝이다. 거짓말이 많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른 비서관 B씨도 국회 내 변화를 체감하지 못한다고 했다. “사무처에서 인권센터 설치 관련 설문조사한 것 외에는 모르겠다”고 했다.

보좌진의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을 조직 차원에서 마련해야 한다는 게 공통적인 지적이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차인순 입법심의관은 “사무처는 지원 조직이다 보니 보좌진의 교육 이수를 강제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정당 차원에서 교육을 강화하고 제도화하는 방안을 모색해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특히 “당별로 보좌진 교육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이수 상황을 확인하는 등 당에서 관심을 가지고 진행할 때 더욱 효과적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서관 A씨는 “국회사무처가 교육 수료자 명단을 공개하는 것만으로도 이수율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정당별로, 직급별로든 통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개하면 반발이 나오겠지만 사무처는 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지방선거 때는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교육 이수 수료증을 제출하도록 의무화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번 실태조사에서 응답자들은 성폭력범죄를 해결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으로 △가해자 처벌 강화(350명) △실효성 있는 성폭력 예방 및 피해자 보호지원 대책 마련(252명) △사건발생 후 피해자 개인정보 보호·2차 피해 방지 (252명) 순으로 응답했다.

저작권자 © 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