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약 30% “교사가 성희롱”...‘스쿨 미투’는 이제 시작
고교생 약 30% “교사가 성희롱”...‘스쿨 미투’는 이제 시작
  • 이세아 기자
  • 승인 2018.05.07 23:59
  • 수정 2018-05-08 19:1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였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학교 내 성폭력 고발운동 속

인권위 ‘고등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발표

27.7% “교사가 성희롱했다”

원인은 위계적·폐쇄적 학내 문화와

교사의 낮은 젠더 감수성 

진학에 불이익·문제아 낙인 두려워

피해자 66.2% “모른 척 참거나 피했다”

“선생님이 가슴에 물총을 쏘고 엉덩이를 만졌다. 결혼하자고도 했다. 대학 입시에 불이익을 받을까 봐 저항하지 못하고 참았다”(서울 노원구 용화여고 재학생, 지난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북부교육지원청 정문 앞에서 열린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 중) “교사가 밤에 굳이 버스정류장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했다. 헤어지려고 인사를 하는데 팬티 밑 엉덩이 살을 주물렀고 숨이 막혔다” “상습적으로 손과 팔을 주물러 수업 중 교탁 앞으로 나가면 뒷짐을 져야 했다” (지난달 서울 노원구 청원여고 내 성폭력 고발글 중)

최근 ‘스쿨 미투’ 운동으로 학교 내 성폭력 문제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최신 실태조사 결과는 교사들이 위계를 악용해 10대 제자들에게 가하는 성희롱이 매우 광범위하고 일상적인 문제임을 보여준다. 고등학생의 40.9%는 “교사들이 성희롱을 저지른다”고 했고, 27.7%는 “교사가 나를 성희롱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그러나 피해자 대부분(66.2%)은 성희롱을 당해도 모르는 척하거나, 참거나, 그 자리를 피하는 등 대응하지 않았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난해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조사 결과를 보면 가장 많이 발생하는 교사 성희롱의 유형은 ‘신체적 성희롱’(23.4%)이었다. ‘복장을 지적하면서 지도 봉으로 신체부위를 누르거나 찌르는 행위(70.7%)’, ‘교복/체육복 등 일부를 들추거나 잡아당기는 행위(63.6%)’, ‘손이나 머리, 어깨, 엉덩이 등 나의 신체 일부를 슬쩍 스치고 지나가는 행위(57.2%)’ 등이었다.

가해자 중엔 교과목 교사(62.4%)가 가장 많았고, 이어 담임교사(40.2%), 비교과목 교사(7.1%) 순이었다. 교과수업(53.9%)이나 생활지도(39.8%) 중 성희롱을 저지른 교사들이 많았다. 가해자들은 주로 우등생을 ‘격려’한다는 명목으로, 또는 가정환경이 어려운 학생들을 ‘돌본다’는 명목으로 성희롱을 저질렀다. 

인권위는 “학교의 폐쇄성, 교사와 학생의 위계 구조, 교사의 낮은 젠더 감수성, 교사가 재미있는 학습법이라며 학생들에게 젠더감수성이 낮은 언행을 하는 일” 등을 문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학생들의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수업에 (집중하도록) 성행위를 언급하거나 성적인 비유 등을 하는 행위’(62.9%)처럼 엄연한 성희롱을 ‘학생과의 소통’ ‘지도법’으로 착각하는 교사들이 적지 않았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국가인권위원회가 2017년 전국 고교 1~3학년 학생 1014명(여학생 814명, 남학생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초·중·고 교사에 의한 학생 성희롱 실태조사’ 결과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생활기록부나 진학 문제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교사에게 문제를 제기하거나, 교사를 신고한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학생들은 교사의 성희롱에 적극 대응이 어려운 이유로 ‘진학에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46.8%), ‘생활기록부에 기록이 남을 수 있다’(31.2%) 등을 들었다. 

그래서인지 대다수는 교사에게 성희롱을 당하고도 ‘가만히 있었다’(37.9%), ‘참았다’(19.8%)고 응답했다. ‘행위의 정도가 심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38.9%)거나 ‘별일 아니라고 생각했다’(30.9%)거나 “성교육을 받고 나서야 내 경험이 성희롱이나 성추행이었음을 알았다”는 학생들도 있었다. 

학생이 용기 내어 성희롱 피해를 교사에게 이야기한대도 대개 ‘피해자 책임론’이 등장한다. ‘왜 이렇게 예민하니’, ‘네가 민감한 거야’, ‘네가 예뻐서 그랬을 거다’, ‘그분은 그럴 분이 아니다’라는 반응이 돌아오기도 하고, 공식 조처보다는 ‘그 교사를 조심하라’는 식의 개인적인 조언만 받기도 한다. 학생들은 결국 대응을 포기하게 되고, 학교를 신뢰하지 않게 된다.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정문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여 놓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정문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메모를 붙여 놓았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노원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모임이 3일 서울 도봉구 서울시 북부교육지원청 앞에서 스쿨미투를 지지하는 시민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이정실 여성신문 사진기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확산된 ‘스쿨 미투’ 운동은 이런 배경에서 시작됐다. 학교에 대한 불신, 절박함 속에서 학생들은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로 소통하고 학내 성희롱, 성폭력 문제를 공론화해 사회적 파급효과를 만들어 내려 하고 있다.

그러나 이런 식의 공론화가 실제 학내 문제 해결로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가해 교사의 공백 등으로 인한 불이익이나 불편함을 겪게 되는 다른 학생들, 동료 교사들이 피해자에게 ‘네가 참으면 될 텐데’, ‘신고까지 꼭 했어야 했니’, ‘학교 명예가 훼손됐다’, ‘대학에 못 갈거다’ 등 반응을 보여 2차 가해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기’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사람들은 요즘에도 그런 일이 있느냐고 하지만, 문제의식을 느낄 수 없을 정도로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며 “동등한 사람으로 청소년을 보는 것이 교사에 의한 성희롱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교육기본법’과 ‘초·중등교육법’에 성희롱 등 젠더폭력금지 명문화, 성희롱 예방교육 실효성 강화, 성희롱 방지 매뉴얼 제작, 자격연수·직무연수에 성희롱 관련 교육 강화, 학교 성희롱 실태조사 실시, 성고충상담원 역량 강화 등을 제안했다. 노형미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 변호사도 “사후 처벌보다 예방적 조치, 성에 관한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가 마음에 드셨나요?

여성신문은 1988년 창간 이후 여성 인권 신장과 성평등 실현을 위해 노력해 온 국내 최초, 세계 유일의 여성 이슈 주간 정론지 입니다.
여성신문은 여성들의 더 나은 삶을 위해 여성인 '안전, 사회적 지위, 현명한 소비, 건강한 가족'의 영역에서 희망 콘텐츠를 발굴, 전파하고 있습니다.
저희 기사가 마음에 드셨다면 좋은 기사 후원하기를 해주세요.
여러분의 후원은 여성신문이 앞으로도 이 땅의 여성을 위해 활동 할 수 있도록 합니다.

여성신문 좋은 기사 후원하기


※ 소중한 후원금은 더 좋은 기사를 만드는데 쓰겠습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 50 (3가 222번지) 골든브릿지빌딩 1층, 9층
  • 대표전화 : 02-318-9300
  • 청소년보호책임자 : 신준철
  • 제호 : (주)여성신문사
  • 사업자등록번호 : 214-81-03304
  • 대표이사 : 김효선
  • 발행·편집인 : 김효선
  • 여성신문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 Copyright © 2019 여성신문. All rights reserved. mail to admin@womennews.co.kr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