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부산국제영화제]변화하는 영화 속 아시아 여성들

영화 속 아시아 여성들이 변하고 있다. 유교주의 전통이란 족쇄를 서서히 떨쳐내고 있는 그

들은 관습과의 지난한 투쟁 사이에 자신의 정체성과 삶의 기쁨을 찾아 나서기도 하고 사회

적 문제에 깊이 천착하기도 하는 등 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삶을 만들어나가고 있다.

멍 옹 감독의 영화 <미스 완탕>의 아나는 아픈 현실을 지나 자신의 두 다리로 꼿꼿하게 걷

는 여성이다. 고향인 중국을 떠나 뉴욕에 정착한 불법체류자 아나는 중국 음식점 점원으로

일하지만 아메리칸 드림을 버리지 않는다. 어느날 우연히 찾아간 센트럴 스테이션에서 만난

중후한 백인남자를 잘못된 아메리칸 드림에 오버랩 시키지만 그는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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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불법 체류한 여성의 홀로서기를 그린 <미스 완탕>

고향에서 에이즈에 걸린 남자와의 연애로 마을에서 추방되고 미국에서 만난 남자에게 버림

받는 등 시련은 끝없이 이어지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는다. 뉴욕의 거리로 홀로 나서 똑바로

걸어가는 그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가정 내에서 아내의 위치도 예전과 같지 않다. 변화하는 현대사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

는 제도를 유쾌하게 풍자한 영화 황 지엔신 감독의 <엄마는 갱년기>에서 보여지는 아내의

모습은 더 이상 이전의 현모양처가 아니다. 결혼증명서를 찾기 위해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

들어놓기도 하는 아내는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다.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현실을 담은 이란 영화 <칸다하르>(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주

인공 나파스는 아프가니스탄 출신 저널리스트다. 영화는 그가 자살을 결심한 동생을 구하기

위해 칸다하르로 가는 여정을 그리고 있다. 그녀의 여정은 목숨을 건 것으로 기아로 죽어가

는 사람들, 지뢰로 다리가 잘려나간 사람들, 또 세상을 볼 수도 없고 세상이 그들을 볼 수도

없는 여성들을 보면서 이것이 허구가 아닌 현실임을 깨닫는다.

또 다른 이란 영화 <비밀투표>의 여성관리는 원칙주의자이지만 현실에 강하게 대처한다.

투표를 받기 위해 투표함을 들고 돌아다니는 그녀는 현실 속에서 갖가지 여성차별적 관습에

부딪치며 현실을 배워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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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내전에 대한 부모세대의 상처를 그린 <할머니의 은비녀

>.

<우양의 간계>(헬렌 리 감독)의 알리사 우는 팜므파탈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백만장자와

결혼하기 위해 부유한 아시아 상속녀로 행세하는 알리사 우는 자신이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

을 쫓지만 결국 자신을 잃어버리고 만다. 그러한 결혼으로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 그러면

불행할 수 있다는 메시지가 강하게 드러난다.

영적인 탐구에 관한 영화 <삼사라>(판 나린 감독)의 여주인공 페마는 그동안 석가모니와

같은 구도자중에 왜 여성은 없었는지에 대해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세속적인 삶을 경험하기

위해 절을 떠났던 타시는 일상이나 세속적인 삶이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알고 다

시 절로 돌아가려고 한다.

그때 페마는 남편인 타시를 부여잡기보다는 “싯다르타의 부인인 아쇼다라를 아느냐”고 묻

는다. 아쇼다라가 쉽게 출가를 할 수 없었던 것은 아이가 있었기 때문이며 싯다르타는 이러

한 짐으로부터 자유로운 남자였기 때문에 가능했다는 것이다.

불교를 뒤집어볼 수 있는 강렬한 메시지를 주는 말이다.

지은주 기자 ippen@wome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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